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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디와 트램프 Feb 22. 2023

띵작 만화를 찾아서 : 너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Country Road, and Take me home."

잊지 못할 옛 학창시절을 가끔 떠올리곤 한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직전의 본인에 대한 추억과 회상, 그리고 잊지못할 옛 이야기들을 말이다.


어느 순간 시간이 흘러 25살이라는 나이에 접어든 본인,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소통', 그리고 '공감'이라는 단어에 대해 미처 서로 같이 가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과연 누군가에게 '귀를 기울어 주었다.' 라는 단어에 맞게 이야기 해주었을까, 아니면 사람들에게 넘겨짚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라는 의문에서, 귀를 기울이면 이라는 작품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띵작 만화를 찾아서 에서는 지브리의 또다른 작품이자,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이을 새로운 감독으로 주목받은 콘도 요시후미의 유일한 감독작인 '귀를 기울이면' 을 써보고자 한다. 주인공 시즈쿠와 세이지, 그리고 그 주위에서 펼쳐지는 풋풋한 첫 사랑과 자신들의 꿈 찾기가 주된 이야기였던 작품이었던 만큼 그런 느낌을 강하게 주었고 '감성' 이라는 말에 정말 알맞는 작품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수록 사람들이 좋아한다던데, 당연히 좋아해줬을거라 생각한다.


나의 옛 추억과 숨은 비화, 그리고 조금은 감추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주제로 귀를 기울이면의 이야기와 접목시켜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런 감성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독자분들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0. 처음으로 보는 귀를 기울인다면.


본래 귀를 기울이면은 원작 만화가 존재한다. 바로 '리본'에서 연재한 이 작품이 그 원작이다.


원작 '귀를 기울이면' 의 표지와 국내판 뒷표지

히아라기 아오이의 작품으로 시작된 작품. 본 줄거리는 뒤에 나오는 애니메이션과 상당히 비슷하다.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시즈쿠와 세이지의 나이와 세이지의 목표, 또다른 가족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 작품의 특이점은 바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아닌 새로운 감독이 간만에 선보이는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반딧불이의 묘의 경우 타카하타 이사오가 감독을 맡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콘도 요시후미'였는데, 콘도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대표적으로 빨간머리 앤, 미래소년 코난이 있다.) 과 반딧불이의 묘,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작화감독으로 활약하며 서서히 자신의 입지를 높혀가던 스태프였었기에 기대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콘도 요시후미의 생전 모습


사실 감독 자체는 콘도가 맞으나 미야자키의 색이 더 강하게 들어간 작품이다. 미야자키 본인이 원작을 감명깊게 읽으며 애니로 제작하자며 논의를 처음 내세웠던 사람이기도 하고 (미야자키 본인이 휴가철에서 조카들이 두고간 만화책을 보는 것이 취미였는데, 그 책들이 질리자 근처 동네가게에서 산 책이 바로 이 작품의 원작이다.) 각본도 미야자키 명의로 집필이 되었기에 사실상 감독만 다른 사람이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라고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콘도는 미야자키 옆에서 온갖 보조와 다양한 역할로 지브리의 새로운 요소를 집어넣었던 사람이었기에 미야자키의 신임도 컸었다, 다만 간섭이 너무나도 과했고 서로간의 의견 충돌과 원작과 애니화의 내용이 다른 것도 이러한 의견 충돌에서 빚어진 요소였기에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긴 하다. 결국 콘도는 본래 좋지않던 몸과 과로가 겹쳐 대동맥 박리로 사망하여 그의 유일한 감독작이 되버리고 말았다.


다만 미야자키가 아니라 타카하타 이사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미야자키 본인은 훗날 콘도가 사망한 이유는 내가 끝을 내버린 것이라며 후회하기도 했고 타카하타는 어느 자리에서 콘도를 죽인 것은 타카하타라고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이런 뒷 이야기가 매우 가슴이 아프지만 콘도 특유의 깔끔하고도 귀여운 작화와 원작과 애니메이션을 더한 작품의 내적 요소는 매우 휼륭하다. 아쉬운 점은 미야자키의 옆에 새로운 보조자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 아니면 지브리의 또다른 적임자가 떠나갔다는 점이 매우 아쉬울 뿐이다. 그의 죽음 이후 미야자키가 은퇴를 잠시동안이지만 결심한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미야자키의 감성적인 부분, 이것을 이어나갈 사람이 필요했던 시간에, 이 시기에 은퇴를 앞두려고 했던 미야자키의 뒤를 이을 사람이 만들어낸 색다른 분위기는 이렇게 세상에 남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1. 첫 만남, 그리고 거기에 맞추어서


영화의 첫 시작 부분, 그리고 테마곡이자 자주 나오는 'Take me home, Country Road' 가 흐르며 배경도시를 비춰준다. 출처 : .palnet.@viance



"컨트리 로드, 이 길을 계속 따라가면 고향에 닿을 듯한 생각이 드는 컨트리 로드"

-시즈쿠의 컨트리 로드 번역 가사 중

평범한 주인공인 중학생 시즈쿠, 시즈쿠는 누구보다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며 시간이 날때마다 도서관에 들리며 책을 읽곤 한다. 항상 도서관에 찾아가며, 그리고 학교 도서관까지 온갖 책들을 빌려가는 시즈쿠에게 어느 날 '아마사와', 그리고 '세이지' 라는 이름이 적혀있는 책을 발견하게 된다, 아무도 알지 못하며 그저 늙은 사람, 아니면 예전 사람이라 생각하는 아마사와라는 이름에 시즈쿠는 온갖 생각을 하게 된다.


친구 유코와 컨트리 로드를 부르며 떠나가려던 찰나에 어느 남학생이 시즈쿠에게 말을 건다, 그 남자아이가 읽고있는 것은 다름아닌 시즈쿠가 두고 간 책과 종이. 남자아이는 그런 시즈쿠에게 "콘크리트 로드 잘 들었다!" 라며 살짝 놀리며 돌아가고, 시즈쿠는 이런 태도에 조금은 화가 나면서도 실망한 눈치를 보인다. (컨트리 로드가 맞지만 시즈쿠는 콘크리트라며 가사를 개사했다.) 첫 만남이 이렇게 더럽게 안좋을 줄이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책까지 맘대로 보다니 이만한 안좋은 첫 만남은 없지 않았을까?


시간이 조금 흘러 시즈쿠는 아버지에게 도시락을 가져다 주려고 전철을 타게 된다. 그 전철에서 만난 어느 고양이를 살갑게 맞이하는 시즈쿠. 자신의 상상을 기반으로 고양이가 내리는 순간 그 고양이를 따라가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길을 뚫게 된다.


어딘가 당황스럽지만 이 고양이와의 만남은 시즈쿠에게는 행운이 된다!


고양이를 쫓아 어느 골목으로, 그리고 드디어 다다른 곳은 한 골동품 가게 앞이었다, 가게 이름은 '지구옥.' 시즈쿠는 골동품 점의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가게 되고 그 곳의 주인인 어느 노파와 만나며 서로 안면을 트며 친해지게 된다. 노파는 시즈쿠에게 만든 장치들을 보여주며 서로간의 지식을 공유하게 되는데, 여기서 노파는 시즈쿠가 좋아하던 인형 '바론'과 장치에 있는 왕자와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뒷 이야기는 숨은 비화가 숨겨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처음 보는 이성과의 첫 만남이 어색할수도, 조금은 떨릴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자신이 만들었던 노래 가사를 들춰보는 '그 남자아이'와는 상극이었을진 모르겠지만, 어느정도 그 남자아이는 시즈쿠가 보여주었던 가사 속의 내용과 속 내용을 조금은 알아체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관심이 없다면 마지막에 '콘크리트 로드 잘봤다!' 라고 말하진 않을테니까. 신비스럽고도 어딘가 깐깐한 것만 같은 남자아이는 그렇게 환상으로 돌아갔음에도...



2. 너에 고백에 귀를 기울인다면, 그것은 사랑일까?


서로가 서로에게 고민과 이야기를 풀어넣는 것은 친구이기에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랜 친구였으니 널 좋아하긴 하지만, 그런 의미로는.."

-친구 스기무라의 고백을 거절하는 시즈쿠의 한마디

시즈쿠의 친구 요코는 같은 반의 야구부원 스기무라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둔한 스기무라는 요코에게 다른 자기 친구의 고백편지를 주고 말아버린다, 상처와 충격을 받은 요코는 잠시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되고, 이를 시즈쿠는 스기무라에게 따져묻게 된다.


시즈쿠는 스기무라에게 "요코는 너를 좋아하고 있어! 이 둔탱아!" 라고 말하자 스기무라는 되려 시즈쿠에게 "나는 널 좋아한단말야!" 라고 역고백을 시전한다. 매우 당황해하며 놀라는 시즈쿠는 스기무라에게 우리는 그저 친한 친구사이라고 딱 잘라 거절하지만, 갑작스러운 고백에 시즈쿠는 당황해하며 이런 말을 남기고 만다.


둔탱이는 나였어...


이렇게 산산조각? 나버린 셋의 우연찮은 관계, 그리고 서먹해진 시즈쿠와 스기무라, 하지만 시즈쿠에게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


둘의 관계는 어딘가 어색하지 않다, 이런게 풋풋한 사랑일까?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시 찾아간 골동품 가게, 전에도 몇번이고 갔지만 닫혀있는 문에서 다시 전철의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그 고양이에게 다시 말을 건내며 열리기만들 기다리던 와중에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그 남자아이'! 남자아이는 시즈쿠에게 살짝 아는 체를 해주며 가게 문을 열어준다.


알고보니 그 남자아이는 골동품 가게의 노파의 바이올린 제자였었다. 골동품 가게 안으로 같이 들어가는 둘에게 문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말해준다. 떠돌이 고양이였던 것이다.


그 남자아이의는 알고보니 바이올린을 만들줄 아는, 바이올린 제작자가 꿈이었던 아이였다, 그 덕분에 바이올린도 잘 연주하기에 꿈 자체가 바이올린 제작 장인이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에 시즈쿠는 바이올린을 연주해달라며 권유하고, 남자아이는 시즈쿠에게 "노래를 불러주면 나도 연주를 해볼게." 라며 서로간의 노래와 연주를 시작하고, 마침 노파와 친구들이 들어와서 같이 합주공연을 펼치게 된다.


그리고 밝혀지는 이름, 바로 남자아이의 이름은 '아마사와 세이지' 였다. 큰 충격과 공포에 빠지게 되는 시즈쿠, 보석을 잃은 느낌이라며 절규한다. 하지만 막상 이름을 알고나니 속이 후련해진 듯 둘은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아마사와의 꿈이었던 바이올린 장인에 대한 꿈을 아마사와의 가족들은 큰 반대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유일하게 인정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골동품 가게의 노파였으니 말 다했다. 강한 반대에도 자신의 꿈을 꺾지 않겠다며 자신하는 아마사와, 아니 세이지의 모습에 시즈쿠는 살짝 자신이 어리거나, 아니면 적성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기가 죽게 된다. 유학 목표까지 구체적으로 세워놓은 세이지에게 명확하지 않은 '소설가' 라는 꿈을 가진 시즈쿠는 이러한 모습에 자극을 받고 글쓰기에 매진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서로간의 호감도 쌓으면서 말이다. 풋풋하면서도 처음은 좋지않았을진 모르지만, 그럼에도 이런 청춘의 사랑은 잠시 얼어붙은 이야기에 큰 활력소가 되주기도 하고, 서로간의 추억이나 고민을 털어놓으며 아픔을 치유하는 것은 매우 좋은 요소이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 그리고 그 목표를 세우는 것은 어렵고, 적성을 찾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본인에게는 그러한 점이 매우 힘들었었는데 어릴적부터 쌓아오던 꿈이 사실 나에겐 없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심이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더더욱 생기게 되었다.


고3까지 몰아놓은 본인에게 조금씩 생각이 나는 이야기는 바로 '글쓰기' 였었다. 분명히 기억으로는 어릴적 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었고, 남에게 이를 알려주고 싶던 마음이 강했던 나였기에 대학교에 가면 이걸 크게 이룰거라고 생각도 했었다. 계획에도 없던 글쓰기를 꿈꾸며 구체적으로 생각도 안한 체 대학교에 진학해버린 본인, 그리고 주변의 계획을 철저히 세우며 좋은 대학, 심지어 서울대까지 간 친구도 있었다. 물론 자기들만의 방법과 방식으로 갔던 것을 안좋게 보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되려 세이지같이 자신만의 계획을 어릴 적부터 생각하며 자신이 가고싶은 곳에 간다는 것은 칭찬을 받을만 하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대학교 안에서 해매는 본인은 너무나도 작아져 있었고, 결국 하나의 사건을 초래하게 된다.



3. 갈등은 언제나 귀를 기울어주지 않아, 하지만.


성적이 떨어지자 결국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시즈쿠, 자신의 목표를 세우겠다며 다짐받는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돌, 자기 안의 원석을 찾아내서 오랜 시간 다듬어져 가는 거란다."

- 골동품 가게 주인 시로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소설가가 되고싶어하는 꿈을 가진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시즈쿠의 방식이였다. 중간에 세이지의 목표를 이루며, 유학을 가게 된다는 이야기까지 듣는 것 까지도 좋았다, 하지만 자신과 같이 가는 친구의 이별은 어딘가 슬프기도, 그리고 쓸쓸하기도 했으니깐 말이다. 이탈리아의 크레모사라는 곳에서 장인에게 배운다, 그 대신 인정받지 못한다면 고등학교로 진학한다는 목표에 세이지는 살짝 불만이 있긴 하지만서도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이를 이루어내겠다는 다짐을 듣는, 그리고 이를 생각하는 시즈쿠는 슬프기만 하다.


친구 요코에게 전화를 받고 요코에 집에서 서로간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자신과 세이지의 목표의식과 꿈에 대한 수준차에 대해 털어놓는 시즈쿠, 본인은 왜 이 모양일까? 라는 의구심에 요코는 그저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좋아하는 눈치만 보여준다, 자기였다면 편지를 주고받으며 격려한다고는 하지만 시즈쿠는 그런 수준높은 애한테 뭘 격려하냐며 나무란다.


둘의 아쉬운 이별, 자동차 라이트와 같이 쉽게 켜지고 꺼져지는 인연은 아니지만.


도서관에서 자료조사를 하던 찰나에 세이지가 찾아온다. 세이지는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건내주며 두달간의 이별기간을 서로 기다리기로 약속하며,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세이지가 자신의 재능을 시험해보러 가는 것, 그러면 나도 내 재능을 시험해보겠다며 바로 글쓰기에 매진하겠다는 시즈쿠는 곧바로 밤을 세워가며 글쓰기에 매진한다. 도서관에서는 소설의 대한 자료조사 (동유럽 역사나 고양이에 대한 민속 문화같은 자료) 까지 매진하지만,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집중도 못하고 쓰는 바람에 선생님에게는 혼나기 일쑤, 그럼에도 자신이 쓰는, 그리고 좋아하는 인형 바론을 주인공으로 나오는 '귀를 기울이면' 이라는 이름의 소설을 집필하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성적 하락'과 '부모님 호출' 이었다.


시즈쿠의 엄마는 이런 시즈쿠의 모습에 조금은 안쓰럽기도 하고 당황스러워 한다. 성적이 100등이나 떨어졌닥 하니 충격은 이루어말할 수 없을 것이다. (276명 중 153등, 그니까 원래는 53등이었다는 것인데 본래 공부를 좀 잘한 듯 싶다.)


결국 언니 시호에게 한소리 듣기 시작하고, 싸움으로 번지자 시즈쿠의 아버지는 이를 중재하고 나선다. 엄마, 아버지, 그리고 시즈쿠간의 3자 대면에서 서로간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네가 도서관에서 뭔가 열중하는 것을 봤다. 대단하더구나, 원하는 걸 하게 하자. 다들 똑같이 살진 않잖아?"


"그건 나도 알지만..."
"좋아 시즈쿠, 네가 믿는 대로 살아보렴, 하지만 남들과 달리 사는 것은 쉽지 않을거야, 누구 탓도 할수 없는거란다."

이렇게 자신이 원하는 꿈에 대해 조금은 인정, 아니면 약간의 충고를 받은 시즈쿠. 시호는 그런 시즈쿠에게 아버지는 말은 이렇게 해도 너가 공부하는 것을 원할 거라며 귀띔해준다. 서로 티격태격하지만서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모습은 자매, 아니면 가족이 맞다.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은 언제나 어려움이 따른다는 조언, 꽤나 현실적이기도 하니깐 말이다.


어찌되었든 완성된 시즈쿠의 소설 '귀를 기울이면.' 전에 골동품 가게에서 노파에게 바론을 가져가는 대신 자신이 먼저 시즈쿠가 쓴 소설의 첫 독자가 되고싶다며 말을 전한 그에게 시즈쿠는 소설을 보여준다. 언제고 시간이 흘러도 다 읽어주겠다는 그의 말에 시즈쿠는 살짝 안심을 하고, 시간이 흐르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호평,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모습은 언제나 가슴이 아려오는 순간이다.
"시즈쿠의 원석을 보게 되어 정말 기쁘구나, 아주 잘 썼더구나, 넌 멋진 소녀작가야. 서두를것 없단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연마하거라. "
"저.. 저는 쓰고나서 알았어요, 쓰고싶은 마음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좀 더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요... 하지만 세이지가 자꾸만 앞서가니까.. 무리해서 쓰려고..."

시즈쿠가 잠시 눈을 붙인 사이에 이미 소설을 다 읽은 노파는 시즈쿠에게 소설에 대해 칭찬을 해준다. 하지만 시즈쿠는 자신이 미숙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그런 의견에 덧붙여 '세이지의 바이올린 같은, 원석을 보는 것 같다.'며 큰 호평을 안겨주지만, 시즈쿠는 되려 자신의 부족함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린다. 좀 더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그런 것을..그런 모습에 노파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연습하라며 조언을 해준다. 여기서 또한 시로는 시즈쿠가 세이지를 좋아하는 것도 슬쩍 눈치채게 된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소중한 원석을 시즈쿠에게 선물로 주며, 시즈쿠는 마음을 달래며 집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숨겨진 바론과 전의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는 바로 노파의 젊을 적 이야기였다. 소중한 사람을 전쟁으로 인해 잃었던 아픈 상처를, 그리고 그 사람, 루이제가 잠시 맡겼던 귀부인 인형과 바론을 만나게 하겠다는 약속은 그녀가 사라지면서 멀어진 사랑으로 남게 된 것이였다.


미숙한 본인의 실력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읽어주겠다는 사람에게 단 하나의 일념으로 소설을 써내려간 시즈쿠의 모습에 본인의 대학교 시절과 첫 연재글을 써내려가던 나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대학 초년생 시절 아무도 바라봐 주지않을 작품들을 자신이. (누군가는 달가워하지 않았을) 다른 동기들에게 많이 전달해주었고 그런 전달에 동기들은 많이 부담스러워 했었다. 많은 술자리나 여러 행사에 쓸데 없이 참여하기도 했었으니깐 말이다. 아무도 봐주지 않을 이런 작품들에 크나큰 오판은 결국 어느 술자리에서 큰 실수를 벌어지게 했다. 지금도 뼈져리게 후회하지만, 그렇지만 이미 흘러간 시간은 아무것도 주워담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사이트에서 연재하던 '마법소녀의 역사'를 다시 써내려갔었다. 잠시 어레인지가 필요하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이 많이 유입이 되었기에 그런 사람들에게 정보를 꺼리낌 없이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니까, 하지만 처음 분위기와는 달리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은 무시로 변해져만 갔고, 결국 마지막은 아무도 봐주지 않게 되었다. 그런 모습이 너무나도 큰 상처였고, 가슴 한구석에 증오와 슬픔이 가득했다.


지금, 아니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면 아무래도 본인은 너무나도 성급했었다. 필자가 쓰고싶어하던 주제의식이나, 아니면 다양한 소재가 줄어들었던 기억이 많다. 되려 그 게시판의 사람들에 니즈에 맞는 작품을 썼으면 모를까, 누군가에게는 '틀딱' 이라는 소릴 듣던 장르였고, 누군가에게는 '재미없다' 라는 이야기를 들을만했었던 작품이었지만, 나에게든 고집이었고, 꺾지못할 자부심이었기에, 상처가 더더욱 커져만 갔다.


그럼에도 지금, 이렇게 브런치라는 사이트에서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바로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했었다. 아니면 시즈쿠같이 세이지라는 좋은 동반자, 아니면 자극제가 있기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골동품 가게 주인 시로의 한마디. "서두를 필요 없으니 자기 자신을 연마하거라. " 라는 대사는 처음 이 작품을 보는 본인에게 굉장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저 잘쓴다, 아니면 못쓴다 라는 말만 듣던 본인에게 딱 들여맞는 정확한 충고였기에 더더욱이.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은, 아니면 보여주고 싶은 글쓰기에서 자기 자신의 생각을 더 정확히, 그리고 명확히 써내려 가는 글을 쓰게 한 이유가 바로 저 대사였기 때문이었다.


시즈쿠에게는 친구 요코, 잠시 멀어질뻔 했지만 인정해주는 부모님과 언니, 골동품 가게 주인 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목표를 가진 세이지는 언제나 좋은 동반자이자 조언자들이다. 스스로 꿈을 가지고 선택했으나 실패한다면, 자기 자신의 길을 바꿔나갈수는 있지만 누군가의 선택을 따라가고 실패한다면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목표가 아니다. 시즈쿠는 이런 갈림길에 본인의 목표를 생각했고, 실천해나갔기에 자기 자신의 글을 당당히, 그리고 천천히 연마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나도 그럴것이라고 믿고 싶으니깐.



4. 너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시즈쿠에게 나중에 결혼하자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세이지, 사랑이나 친구나, 누구나 귀를 기울여준다면 가능한 관계이다.


" 지금은 당장 힘들지만, 나하고 결혼해주겠니? 나 휼륭한 바이올린 제작자가 될게, 그러면.."

-시즈쿠에게 고백하며 결혼을 약속하는 세이지. 이를 들은 시즈쿠도 흔쾌히 받아들인다.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잠에 드는 시즈쿠. (그 전에 자신의 엄마에게 수험생으로 돌아가겠다고는 하지만, '일단'이라며 내뺀다.) 그런 모습을 본 시즈쿠의 아버지는 따스하게 바라보며 이불을 덮어준다.


그리고 이른 아침, 시즈쿠는 잠에서 깨며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자전거에 탄 세이지를 보게 된다! 전날 분명히 이탈리아에 갔어야 할 세이지가 왜 집앞에 있는거지? 라는 생각도 잠시, 빨리 만나기 위해 집밖으로 나가고, 세이지는 잠시 하루 미뤘다며 말해준다. 그리고 세이지는 본인의 옷을 주며 어느 장소에 가기 위해 자전거를 운전한다.


그리고 닥친 경사높은 언덕, 세이지는 힘들어하면서도 너를 태우고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며 꿋굿이 자전거를 운전한다. 자신이 짐이 될 수없다며 내리며 자전거 뒤를 밀어주는 시즈쿠 덕분에 둘은 끝끝내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한다.


둘이 찾은 이 숨은 장소에서 뜨는 첫 해를 보며 세이지는 약간의 사과, 그리고 시즈쿠는 자신의 다짐을 서로 말하던 찰나에 세이지는 자신의 고백을 말해준다. 바로 '결혼' 하자는 고백! 시즈쿠는 이를 받아들이며 서로간의 포옹을 끝으로, 그리고 아침이 시작되는 순간을 마지막으로 끝나게 된다.


서로간의 첫 만남은 별로 좋지 않았음에도, 우연찮게 다시 만나 꿈을 나누고 공감하고 소통해나가며 서로간의 사랑을 싹피우는 모습은 매우 훈훈하면서도 청춘의 꽃을 피우는게 좋은 역할을 해내주었다. 세이지의 크나큰 다짐과 머나먼 꿈을 위한 여정은 매우 험난하다. 먼 나라 이탈리아에 가서 장인의 교육을 받으며 버텨나가야 하고, 시즈쿠는 본인의 꿈과 학업에 열중하여 기다리는 길은 어렵기만 하다. 꿈이라고 다 이루어지는 것, 그리고 좋은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서로간의 사랑에 대한 고백을 이어준 결혼이라는 약속, 그리고 공감해나가는 것으로 둘은 목표를 이미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시즈쿠라는 주인공, 본인에게는 매우 풋풋하기도 하고, 귀여운 면모가 많았던 주인공이었다. 키키에서 보여주었던 주인공 소녀의 아기자기하고 평범함에서 더욱 더 현실적인 면모를 더했기에 공감대가 절로 생겼었으니까, 그간 지브리 만화에서 자주 볼 수없던 현실적인 고민과 공감, 그리고 소재가 시즈쿠에게는 보여졌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라 생각도 든다.


둘이 자전거를 타다 언덕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난 것, 그것은 바로 둘의 성장과 꿈에 대한 목표에서 걸림돌이 되는 요소이다. 하지만 세이지는 이를 돌파해나가는 모습을, 시즈쿠는 짐만 되기 싫다며 도움을 주기 위해 뒤에서 받쳐주며 자전거에 타고있는 것 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세이지는 자신의 힘으로 언덕을 오르는데 성공했고, 시즈쿠는 그런 힘을 보조해주며 기어코 오르는데 성공한다. 누구에가나 '언덕' 이라는 인생의 장애물은 존재 할 것이고, 그런 인생의 장애물 앞에서 돌파해나가느냐, 아니면 그저 편한 길을 선택할것인가? 라는 의구심 속에서 둘은 정면돌파와 서로간의 도움을 선택했다. 시즈쿠의 자기 자신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 그리고 세이지의 강한 모습을 보며, 그런 그들에게 미래, 그리고 꿈에 대한 목표는 서서히 열려져 나가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꿈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는 굴뚝같은 이야기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설레이는 첫 사랑을 뒤로 하며 아쉬운 이별을 결심하는 그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너무나도 어울린다. 자기 자신의 꿈이 누군가에게는 쫓겨나가지 않는, 자기 자신의 의지로 펼쳐진 세상은 마지막의 도시 절경에서도 바라보듯, 매우 넓고 방대하다. 시즈쿠와 세이지 두 사람의 사랑, 아니면 성장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되지만, 서로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것만으로도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쪼록 둘의 사랑이 정말로 이루어졌길 바라며, 언제나 컨트리 로드를 달려지길 바라며!



- 글을 마치며


약 한달만의 이야기, 간만에 찾아뵙는 글은 바로 '귀를 기울이면' 입니다.


마녀배달부 키키, 모노노케 히메, 그리고 이 귀를 기울이면 이라는 작품은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에서 제가 가장 재밌게 봤었고, 그만큼 애착이 강한 작품들입니다. 키키의 이야기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다른 만화들과는 차별화된 이야기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고, 키키의 성장이야기와 시즈쿠, 세이지의 성장 이야기는 매우 비슷하게 보였거든요. 또한 키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서로간의 이루고 싶은 목표와 꿈, 그리고 사랑은 보는 내내 저를 가슴뛰게, 그리고 눈물짓게 만들었습니다.


본문에서는 따로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나중에 시즈쿠가 쓰게 되는 소설 중 하나가 바로 그 유명한 지브리의 다른 작품 '고양이의 보은' 입니다. 왠지 바론의 모습을 어디선가 봤다 싶으시다면 그 생각하시는 바론이 맞습니다. 고양이의 보은에서는 바론이 이리뛰고 저리뛰고 온갖 활약을 펼치는 모습이 굉장히 유명하지만, 첫 등장은 바로 귀를 기울이면이 맞습니다. 실제 설정도 그렇게 되어있구요. 물론 작품 내의 '귀를 기울이면' 이라는 작품도 나중에나마 정말로 나왔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시즈쿠가 정말 좋은 작가가 되었다는것이 공식 설정으로나마 전해져 오는 것은 이 만화의 의의가 이루어진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저에겐 작품의 주제였던 '짝사랑'이나 '꿈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시즈쿠의 나이때에 그런 것을 생각조차 해보질 못했거든요. 되려 고등학교 들어오고 나서 서서히 생기던 이런 이야기가 20대를 넘어서는 지금 저에게 많이 다가옵니다. 직장을 다니다가 사라진 일하는 곳, 그리고 무기력해지던 본인에게는 가혹하던 현실을 마주하며, 누군가에게는 꽃길같은 컨트리 로드를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주로 하게 되더군요. 목표의식을 다시 잡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었고 그 곳이 바로 여기 브런치에서의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자기 자신을 연마해나가야 하던 시즈쿠와 그런 조언을 남겨준 가게의 주인 시로. 그만큼 시로는 어린 시즈쿠를 눈여겨 보았을 것이고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주었기에 가능하던 일이 아니었을까요? 어떤 사람에게는 불확실한 꿈에 대한 미래, 그리고 글에 대한 자신감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되려 좋은 글이 나오는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까요.  그런 분들에게는 제가 언제나 도와드리고 싶고, 많이 챙겨드리고 싶습니다.


긍정적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시즈쿠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머나먼 길을 떠난 세이지를 바라보며, 둘의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워간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찌되었든간에 이제 찾아올 봄을 만끽하시길 바라며 다음 '띵작 만화를 찾아서' 에서 다룰 만화는 '사랑은 비가 갠 뒤 처럼' 입니다. 아키라와 콘도의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길 바라며,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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