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미팅은 부끄럽지만 덕질에 도움은 된다. 아마?
지난 이야기 : 챠챠와의 첫 만남, 그리고 마법소녀를 꿈꾸게, 좋아하게 도와주었던 세일러문과의 예상치 못한 조우는 나의 덕질에 크나큰 시작을 열어 주었다. 소녀틱한 그런 만화들에 내가 다가갈 줄이야.
20살,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버린 첫 기분은 청춘, 그리고 활발함이었다. 이 두가지 단어와도 너무나도 잘 맞는 그런 만화들이 있었기에, 조금이 아닌 많이 엇나간 그런 기분에도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되려 고난과 역경이 다가오더라도 이를 이겨내는 그런 소녀들에게 내가 교감하고 공감하는 그런 기분을 많이 받았으니 말이다.
이번 3편에서는 처음으로 참가하게 된 어느 성우분들의 팬미팅, 그리고 그러한 덕질의 첫 시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직도 이렇게 적기에는 많이 부끄러운 20대의 초창기, 그리고 덕질의 무게감은 지금 보더라도 흑역사같아도, 그래도 미워할수 없을 그러한 추억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서울이라는 곳에 처음 다가가던 시간의 이야기, 그리고 만남을 기대해주시길 바라며, 나만의 다이어리를 만끽해주셨음 좋겠다.
- 시골사람이 서울을 만났을 때, 결말은 행복하겠지
대학교 생활이 조금은 안정기로 들어가던 5월, 서서히 많은 만화들을 알아가며 덕질을 시작하고 있었다. 챠챠, 세일러문, 그리고 슬레이어즈나 카드캡터 체리, 더 깊게 파고들면 란마와 같은 작품들을 알게 되면서 하나의 묘미로 만화는 내 인생에 자리잡게 되었다.
집에서, 아니면 학교에서 덕질을 하기에는 많이 허전했던 때에 들려오는 어느 소식, 바로 어느 성우분의 '팬미팅' 이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마침 그 성우분의 대표작이 다름아닌 '세일러문' 의 세일러 마스, 란마의 '아카네' 였었다. 이건 기회야, 정말 기회야! 라며 다짜고짜 참가 방법과 장소를 찾아나서던 끝에 알게 되어버린 장소, 그건 다름아닌 서울이었다. 멀고도 가까운 그런 장소가 어찌나 겁이 나던지 가늠도 못하겠다.
그 성우분의 작품을 크게 본 것은 사실 아니었다. 그냥 작품들이 좋아서 찾아갔었지 그렇게 크게 생각은 하지 않고 갔었는데, 장소가 서울이라는 점에 리스크가 컸다. 다른 곳도 아닌 강원도라는 점에서는 더더욱이.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번거로움은 차치하더라도 내가 과연 장소에 잘 찾아갈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춘천에서도 못찾던 길을 더 다양한 서울에서 어찌 찾겠냐며...
그래도 버스는 당연히 쉬웠다. 타면 목적지까진 아무 탈 없이 데려다 주니까. 그렇게 처음 도착한 동서울 터미널은 생각보다 넓었고, 지금과는 다르게 식당이나 카페가 다양해서 실로 놀라웠었다. 대학교가 있는 곳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그런 이질적인 인프라와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건너편에 있는 또다른 이동수단 '지하철' 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목적지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건대 입구에 가면 끝이었다. 하지만 워낙 방향이 오른쪽 왼쪽으로 나뉘는 첫 입구에서 해매기 시작했다. 다른 곳으로 가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는 생각부터 혼자 처음 타보는 지하철에 대한 이상한 포비아같은 공포증, 나를 쳐다볼것만 같은 사람들... 지금 생각하면 참 나는 귀여웠어.
다행히 사람들의 도움으로 건대까지 가는 전철을 타는데 성공했다. 덜커덩 거리는 소리부터 뭔가 안정감있는 그런 기분이 실로 묘했다. 노선도를 보며 말로만 듣던 홍대, 신도림은 언젠가 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도착한 건대입구는 정말 넓었다. 어쩜 도시가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잠시 돌아보다 찾아간 팬미팅 장소, 다름아닌 파티룸이었다. 처음 듣고 가보는 파티룸은 과연 어떤 곳일까. 상상의 상상은 그렇게 큰 기대를 안게 해주었다.
도착한 파티룸, 그리고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들어간 팬미팅은 처음은 놀랍기만 했었다. 자리에 앉아서 연신 진열된 딸기맛 과자만 집어먹던 나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건내주었던 스태프분들, 시작되자마자 자기 소개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아니 여기서 갑자기 자길 소개하라고? 이게 맞아?
농담같겠지만 정말이었다. 그렇게 소개한 나 자신. ㅇㅇ 에서 왔고 잘 부탁한다고 했을때에 사람들의 표정은 잊지 못한다. 내가 자라던 곳이 워낙 시골이라 그런 곳이 있나? 하는 눈빛과 충격. 뭐 어때, 난 그냥 여기 즐기러 온건데! 라는 생각으로만 있었다.
그렇게 시작 된 팬미팅, 성우분의 자기소개와 여러 게임, 그리고 다과회가 열렸었다. 유명한 드라마 엑스파일에 대한 이야기, 세일러문에서 본인의 캐릭터가 여러 검열로 잘려나가 아쉬웠던 이야기, 성우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 다양하고 즐거운 이야기로 채워나간 그런 미팅은 정말 즐거웠다.
시간이 다 지나 마지막으로 열린 사인회, 성우분에게 (그 당시에) 좋아하던 캐릭터였던 '비키' 를 넣어달라고 부탁드렸었다. (히노 레이의 로컬명이 비키다) 내가 이 캐릭터를 종아한다고 생각하셨는지 망설임 없이 적어주시곤 사진 촬영도 끝. 사진은 지금은 부끄러워서 삭제했지만 사인지는 아직도 집에 남아있다. 그냥 너무 행복했다. 내가 이런 분을 만나뵐줄이야, 그저 만화에서 듣기만 했던 그런 목소릴 들을줄이야!
조금은 성급하게 즐겼었다고 생각하는 그 날의 팬미팅. 셍각해보면 조금은 과하게 들떠서 흥분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아무래도 처음 가는 서울과 만나뵙고 싶던 분, 사람들과의 교감이 그런 것을 만들이 않았을까 생각도 들고, 내가 너무 어렸기에 라는 핑계도 생각이 난다. 그 당시 불쾌한 사람들이 있었다면, 이 자릴 빌어서 사과를 드리고 싶다. 그래도 행복했던, 그 늦은 봄의 나의 행복은 이루어 말할 수가 없었던 것은 부정은 못할 듯 하다.
그리고 처음 갔던 성우분, 그 사람은 바로 스컬리로 유명하신 서혜정 성우이시다. 다시끔 나의 비키에 대한 사랑(?)과 요청을 받아주심에, 지금도 감사드리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 오 나의 세일러문, 나의 리나 인버스!
시간을 되돌려 그 해의 2월, 세일러문을 만나고 빠져들며 여러 정보를 얻어나가고 있었을 시기였다. 굳이 자막판도 아니고 더빙판, 그것도 오래된 KBS판에 관심이 생겨 쥐잡듯 영상을 찾아나선 끝에 찾아낸 1화 이후의 2화, 3화... 마성의 중독성은 이래서 있는거구나 싶어 엄청나게 봤었다.
그러다가 생긴 하나의 궁금증, 세일러문은 어느 성우가 더빙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심 장래희망을 성우로도 생각했던 나였기에 캐릭터들의 목소리는 매우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었는데, 특히나 주인공 세라를 담당한 목소리가 너무나도 궁금했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목소리기도 했었고.
찾아본 결과 세라의 담당 성우는 '최덕희' 라는 성우였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빠지게 되는 마성의 매력, 그래서 정보를 찾아보니 내가 어릴적 봤던 '텔레토비' 의 나나를 맡으셨었단다, 나나를 너무나도 좋아하던 나였기에 더욱 더 생기는 관심, 그리고 팬카페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처음 찾아간 곳은 다음 팬카페였었다. 기억으로는 나무위키에 다음카페 링크만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필이면 카페가 비공개로 전환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들어버린 생각, "아 성우분의 팬카페는 들어가기 어렵구나..." 하는 좌절감에 빠질려는 찰나,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법. 마지막 방법으로 네이버 카페를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찾아나선 네이버 카페, 결국 찾았다. '덕희 다솜' 이라는 카페, 정말 팬카페가 맞았다. 기뻐서 눈물, 다행이어서 눈물... 그렇게 흥분에 흥분을 거듭하여 가입을 하고, 가입인사를 썼었다. 나의 어릴적 기억과 지금 빠지게 된 만화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찾아나선 끝에 맞이하게 된 성우분의 팬카페, 그리고 성우분의 환영 댓글은 나를 환상에 빠지게 했다. 이런게 소통이지, 그렇지... 라는 생각과 앞으로 언젠가 만나뵈었으면 하는 그런 생각. 알고보니 다음 카페에서 네이버로 이전했던 것도 알며 나름대로 오해아닌 오해도 알아서 풀게 되었다.
시간이 더 흘러 앞으로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있지만, 팬미팅이 열리지 않던 때에 카페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어릴땐 그저 좋아하기만 했던 프로그램의 캐릭터가 이 분이 맡으셨다니, 그리고 내가 보는 만화에 많은 캐릭터가 이 사람의 목소리에서 나왔다니... 하는 감동도 몰려왔었다. 아무쪼록 그저 행복하기만 했던 덕질의 시작점은 그렇게 잘 이어나가고만 있었다. 정말 아무런 일도 없듯이...
- 남도일, 오청명, 이누야샤, 그리고 안녕 텔레토비!
대학 생활의 첫 시즌이 끝났다. 생각한 것 보다 일찍 끝났고 (월드컵 시즌도 있어서 나름 행복하게 끝은 냈었다.) 휴강이 2달이나 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기에 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계획은 잡아두지도 않은 체 집에서 뒹굴거리던 어느 여름 날, 팬미팅 소식이 들어왔다. 그 팬미팅 대상이 바로 만화에 관심없던 나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 바로 강수진 성우의 팬미팅이었다.
이건 무조건 가야된다는 일념하에 가진 돈을 긁어모아 참가비를 바로 내고 장소를 찾아 나섰다. 그 팬미팅 장소가 다름아닌 '홍대' 였다. 내가 정말 가고싶어하던 그 곳, 젊음의 메카이자 성지에 성우분의 팬미팅이라니!
지하철을 한번 정도 타봤으니까 나름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거리를 계산하고 식당같은 곳을 찾아보면 어려웠다. 단 한가지의 장점 '2호선만 타고 가면 된다' 만 생각했었는데 팬미팅의 시간이나 거리, 기다릴 곳이 너무나도 필요했었다.
남은 시간 2주, 그 기간동안 아무런 걱정없이 즐기다 하루 앞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식당은 피자몰이라는 곳에서 맛나게 먹고, 그냥 존버를 하다가 들어가자! 라는 매우 단순한 우라돌격을 감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상대는 여름, 그것도 엄청 더웠던 18시즌 여름이다. 가뜩이나 더위에 너무나도 취약한 내가 이걸 이겨낼 수가 있을까. 하지만 더위를 어떻게든 이겨내야 내가 간 의미가 있다 다짐하며 그렇게 서울행 버스로 달렸다.
길고 긴 노선을 타고 도착한 홍대, 밥을 먹고 기다릴 시간 동안 '도토리숲' 이라는 지브리 굿즈 매장을 갔었다. (홍대점은 지금 없어진 듯하다) 나름 지브리 작품들에 대한 상품도 보고 키키에 나오는 지지 동전 지갑도 챙기며 즐기다 팬미팅 시간이 다가왔다. 뛰어가며 겨우 도착한 장소, 안은 정말 넓었고 시원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만족했다.
성우분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팬미팅은 여러 토크와 게임 등 다양한 즐길거릴 주었다. 기억하기로는 먹을것도 줬던 걸로 생각하는데 그것도 맛있었다. 나보다 더 덕질을 시작한 사람들이 많았기에 약간은 주눅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뭐 어때, 팬미팅은 다같이 즐길려고 온건데!
어찌되었든 마무리된 팬미팅, 그리고 마지막 사인회에서 성우분을 만나뵐 수 있었다. 용기내어 말한 한마디, "저희가 ㅇㅇ에서 고깃집을 하는데... " 라며 말했던 기억이 있다. 성우분께서 잘 받아주시며 끝냈는데 너무 하고싶은 말은 많은데 다 하지 못해 아쉬웠었다. 매우 친절하셨던 것이 많이 생각이 나는데 내가 조금은 무례한 말을 했다고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만나뵌 것 만으로도 너무나도 큰 추억이었고 행복했다. 나의 덕질이 이렇게 찾아가게 되는 하나의 결과를 얻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흘러간 첫, 두번째 팬미팅은 나름 추억의 한 장소로 남아있다. 누군가에게는 정신없는 사람으로 보였을 수도 있고, 사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보였던게 맞았을 것이다. 한번 튀어보려고 했던 행동도 많이 했으니 말이다. 힘든 대학생활을 조금이나마 잊게 해주었던 나름의 활력소이자 오아시스가 생긴 것은 너무나도 좋은 행복이었으니까. 나름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말도 많이하면 내 쑥맥같은 성격이 조금은 좋아지면 좋았으련만.
그리고 다시 시작된 대학생활 후반기, 아슬아슬하고 위태롭던 나의 일상은 결국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던 어느 차량은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 최악의 결과를 낳게 만들었고, 나의 덕질은 엄청난 위기와 아픔으로 뒤덮히게 되어버린다. 과연 나에겐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4편에서 이어!
- 글을 마치며
첫 팬미팅에 대한 추억, 그리고 다른 팬미팅과 그 전에 있던 팬카페 가입은 저에겐 덕질을 시작하는데 중요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3편에서 이렇게 다루고 보니까 예전 생각이 절로 나면서 자기 자신도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 좋았습니다.
서울을 아예 안가본 것은 아니고, 지하철도 학교에서 체험학습 느낌으로 갔을때 친구들과 같이 타본적은 있지만 혼자서 지하철을 탔을때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었습니다. 처음으로 교통카드를 만들고 들어가는 그런 신식 문물의 느낌은 마치 조선시대 말 미국을 찾아간 통신사의 느낌이 나더군요. 과장된 비유일지도 모르지만 처음 찾아가는 서울의 거리와 풍경은 정말 아직도 떠오릅니다.
팬카페 가입이 정말 쉬운데도 어쩜 좋아하게 된 성우분의 카페는 어렵던지, 가입인사도 벌벌 떨면서 썼던 기억이 어제 같네요. 카페의 많은 사람들께서 친절히 받아주시고, 먼 나중의 이야기지만 팬미팅에 참가했을때 알아봐주시고 챙겨주셨던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다들 많은 경험과 연륜으로 이끌어주심에 다시끔 여기서 감사하다는 말을, 그리고 최덕희 성우님께도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언제나 애정합니다 :)
홍대에 처음 갔던 때, 날씨가 정말 덥고 가던 도중에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지만 가겠다는 생각만으로 찾아간 장소, 그리고 그곳에서 느꼈었던 작지만 강한 그런 기운을 받아가서 행복했습니다. 내가 남도일과 같이 있는, 친절한 청명이가 이끌어주고 까칠하지만 다 해줄듯한 이누야샤의 그런 사랑을 받은 기분이랄까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성우분 이셨기에 기대하고 갔는데 정말 그런 기대를 더 넘치게 즐기고 왔었던 그런 기억은 아직도 저를 미소짓게 만듭니다. 이 두번째를 기점으로 서울을 찾아가는게 전혀 두렵지가 않았던 것도 덤이구요.
다음 4편에서는 조금은 어덥고 저의 흑역사를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덕질을 포기하려 했었던 그런 아픈 기억을, 하지만 이를 극복해내는 모습으로 찾아뵙길 약속드리며 언제나 찾아와주셔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