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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백 있는 삶 Oct 20. 2023

과거의 후회에 빠진 주인님에게

후회란, 성장의 증거

이불이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못난 주인놈 따뜻하라고 방안 냉기를 온 몸으로 막아주고 있었는데, 난 데 없이 발로 얻어차였기 때문이다. 주인놈이 과거 흑역사가 떠올랐나보다. 혼자 중얼댄다. 이러쿵 저러쿵. 가만히 들어봤다.


"아 진짜 그때 왜 그랬지... 짜증나. 으아악!"

윽! 한 번 더 까였다. 이 주인 놈이 실성했나.


잠시 뒤 주인놈은 추웠는지 다시 이불을 제 몸으로 끌어왔다. 그러자 이불은 냉랑한 후회 속에 빠진 제 주인을 전보다 더 따뜻히 덮혀줬다. 그리고 말했다.

할머니댁 농사 도와주기

"인님 과거 일 때문에 후회가 많으시군요. 그래도 너무 힘들어 하지마세요. 우린 항상 그 당시에 우리가 가장 옳다고 여기는 선택을 해왔을 뿐이잖아요. 그 근거가 이성이든, 감정이든 간에 말예요.  가장 해야한다고 생각되는 걸 해온 거죠."

들릴 리가 없는 주인은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과거 우리의 선택이 아주 옳지는 않았음을, 더 나은 선택지가 있었음을 알게 되곤 하죠.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한 걸까.' 그렇게 후회를 하는 거예요."

주인은 전화를 내려놓고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있잖아요, 주인님. 그런 마음이 드는 게 오히려 우리가 더 나아졌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그 순간에는 우리가 틀렸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는 거니까.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주인의 눈꺼풀이 천천히 닫혔다 열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니까 주인님. 너무 예전 일 때문에 아파하지 마세요. 이전의 순간 때문에 지금 괴로운 것은, 후회한다는 것은 우리가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거니까요. 그리고 미래에, 헤지고 보풀이 튀어나와 주인님이 저를 외면할 때, 그때에도 아프지 않게끔 지금 이 순간을 잘 지내봐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어느새 주인은 편안한 표정으로 새근새근 잠에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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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후회를 한다. 귀엽게 이불킥 할 정도의 사안부터 인생 전체를 뿌리채 뒤흔들 크기의 문제까지, 그 주제는 다양하다. 나도 많은 것을 후회하며 지낸다.


후회는 참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때 ~했으면, 좋았을텐데.' 조금만 다르게 행동했다면 많은 것이 달랐을텐데. 보이지만 결코 잡을 수 없는 연기처럼, 당장 눈 앞 현실들이 나를 계속해서 부정하는 상황에 마음이 편할리가.


우리를 후회하게 만드는 그것들은 지금 이 시점에는 뒤집을 방법이 없는 경우가 절대다수이다. 그렇게 혼자 과거 일 때문에 대책도 없이 계속해서 상처를 입거다. 


나는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여러 순간에 머리와 몸 속에서 일어난 화학적 반응의 결과로 최적화된 선택을 해온 것일 뿐이라고. 그리고 그것이 지금은 틀린 것으로 귀결되더라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당시에는 가장 올바른 결정을 했지만 시간이 흘러 상황이 바뀐 것이라고.


과거의 내가 틀린 것이 맞더라도 이제는 나의 문제가 이해 되니까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었구나, 위안하려한다. 그리고 미래에 또다른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선,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곰곰히 생각하려한다. 쏟아진 물을 주워 담으려 애쓰는 대신, 다음에는 물을 쏟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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