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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백 있는 삶 Dec 03. 2023

'자존감 대공황' 극복법

"내가 알던 내가 아냐" 무작정 뭐라도 하기

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을 겪는다. 이 시기 미국에는 수많은 실직자들이 발생했고, 희망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이 시기 집권한 기존의 고전주의 경제학자와 정치인들은 "결국은 다 잘 될 것"이라며, 경제 정책 기조에 변화를 주는 것을 거부했다. 대신, 자연스러운 경제 과정 속에 '저절로' 회복이 나타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은 점점 더 무너졌다. 주가 5분의 1토막이 났으며, 100명 중 25명이 실직자가 될 정도로 경제 성적은 처참했다.


캠브릿지 대학의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계속 목소리를 냈다.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고. 변화를 주어야한다고. 전쟁으로 인해 높아진 생산능력 대비 소비의 부족으로 인해 현 상황이 초래된 것이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출을 늘려야한다고. 후버 대통령의 후임으로 당선한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이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었다. 그리고 뉴딜 정책을 펼치며 초토화된 미국의 경제를 극적으로 살려내는데 성공한다.

대공황 시기,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실직자들.

누구나 본인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시기가 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거다. 심지가 굳고 내면이 단단해보이는 사람조차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그 또한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아주 쉽게 들을 수 있다. 자존감이 대공황을 겪는 시기인 셈이다.


이 시기 우리는 매사가 불안하고 무언가 행동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다. 도전 자체가 리스크이다.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쉽고 마음이 편하기에 그냥 가만히만 있는다. 목줄 걸린 코끼리처럼 스스로의 능력을 알지 못하고, 모르기에 나아가질 못한다. 원래 살던 영역에서 벗어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거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으니까...' 찐따같은 자신을 계속해서 합리화하며 차디찬 겨울바람 속에 얼고 있는 스스로를 방치한다. 참 바보 같은 일이다.


되게 공격적인 단어로 적어내려갔는데, 내 얘기이다. 또한 누군가의 이야기겠지.

 

나는 기본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다. 효능감이란 것은 나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하면 뭐든 잘 안 되는 게 기본적인 결과값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행동하면, 왜 깝치냐는 즉각적인 응징으로 나를 눌러버리는 학창시절 그때 그 녀석 덕분에 더더욱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것도 있다. 누군가에게서 인정 어린 시선을 받아본 적도 없고, 인정을 받기 위해 대단한 노력을 해본 적도 없다. 나 스스로를 무능하고 멋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단정지어 살았다. 잘생긴 사람이 스스로가 잘생겼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나도 내가 별 볼 일 없다는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고 변했다. 한때 3대 450을 넘길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했고, 과 회장도 해보는 둥 다양한 활동에 나섰다. 엄청 대단한 의지를 품고 한 건 아니었지만, 일단 뭐라도 해봤다. 이렇게 '뭐라도 하는' 시간이 누적되다보니 나는 꽤나 변해 있었다.


친한 누군가가 스스로 삶을 끝내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은 반복되는 삶 속에서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지만 이게 풀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힘들었던 오늘이 내일도 반복될 거고, 내년, 10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니까 숨이 턱 막히고 삶의 의지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마찬가지였다. 이 사람은 원래 유지해왔던 삶의 영역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볼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람도 삶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현재 매우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뉴딜 정책 포스터

박살난 자존감을 회복하는 최고의 특효약은 말 그대로 뭐라도 하는 거다. 그런데, 이게 말만 쉽지 정말 잘 안 된다. 스스로를 무가치하다고 믿는 시점에는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고만 싶고, 뭔가 행동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나도 꽤나 자존감이 높을 때에는 블로그에 공부글도 많이 올리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그리고 꽤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띤다. 그러다가 어떤 이유로 인해, 자존감이 하향 곡선을 그릴 시기에는 공부도 전혀 안 잡히고 운동도 잘 안 하게 된다. 수용적이고 기피적 경향을 보이는 거다. 하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뭐라도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는 게 참 중요하다.



뭐라도 해보자. 운동이든, 노래 연습이든, 이성 헌팅이든. 말 그대도 무엇이라도. 대신, 만족스럽지 않은 현 삶까지 해보지 않았던 것들 중 무엇이든지이다. 케인즈와 루즈벨트의 뉴딜 역시 당대에는 여태 해보지 않았던 파격적인 시도였고, 적중했던 것처럼 말이다. 원래 나라면, 전혀 해볼 생각을 안 할 무언가를 찾아서 무작정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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