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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게

by 지음

아들에게


오늘 비가 온다고 해서 자전거 대신 엄마가 학원을 데려다 줬지.

너의 옆모습을 쳐다보는데 새삼 듬직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이렇게 크는 동안 엄마가 해준 게 뭐가 있나 싶은 것이 너무 잘 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너를 키우면서 처음 엄마가 되었고 진짜 너랑 엄마는 같은 나이를 먹으면서 컸던 것 같애. 뭐하나 능숙하게 하는 것 없는 엄마였고 또 동생들이 태어나면서 터울이진다는 이유로 너도 아기인데 초등학교 들어간 어린이처럼 대했던 것 같아서 미안했어.


한날은 엄마 너를 안고 있었던 것 같은데 힘든 이 시간도 지나간다. 라고 혼자말을 했던 것 같아. 그 말을 잊지 않고 한참뒤에 너가 엄마에게 힘든시간이 지나갔냐고 되물었을 때 너무 가슴이 무너져 내렸던 것 같아.

엄마가 힘든 시간을 너도 같이 받아내고 있었던 거였어. 너의 작은 키로 지금 막내보다 작은 아이가 그렇게 엄마 옆에서 받아냈다고 생각하니 뭐라 엄마가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오히려 지금 사춘기를 관통하고 있는 너를 보면 정말 평온하게 지나가는 것 같아.

어제 차안에서 말했지. 너 초등1학년때 너무 힘들었다고. 너가 힘들었다고 그때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엄마의 감정들이 엄마의 상황이 힘들었던 거였어.


그때 생각 나냐는 말에 재미있게 학교 생활한 이야기만 했었지. 그래도 즐거운 기억이 자리잡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도 들었어. 그때 그렇게 힘들었기에 지금 사춘기가 수월하게 지나가나 싶기도 해. 너의 표정이 많이 바뀐 것 아냐는 말에 잘 모르겠다고 했지. 정말 표정이며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다채로워졌어. 그리고 이말 저말도 많이 하고.


학교 생활이며, 시험이나, 수행평가도 할 수 있는 만큼 스스로 하는 것이 대견하단다.

그냥 다 고맙다.


엄마는 감정을 숨길 수 없는 사람이라... 라는 말을 많이 하고 가족들에게 많이 화도 내고 했는데 감정도 조절은 내가 하는 거였더라고.

스스로가 마음을 다잡고 내가 내 감정을 조절하고 좋은 감정으로 순환을 시킬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생각으로 전환을 해야 하는 것이였어. 나쁘다고 생각하는 감정들도 결국은 뒤돌아보면 오히려 엄마를 키우는 양분으로 쓰였더라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낮에는 또 둘째가 엄마한테 그런 말을 했어. 엄마가 예쁜 말로 이야기 해서 좋다고. 새벽독서하면 그런 것 같다고 엄마에게 말을 했지. 정말 우리집의 많은 변화들이 엄마로 인해서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도 정말 기쁘고 감동이었다.


서로 걱정해야 할 일도 정말 대수롭지 않게 대처를 하면 그냥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어가는 것도 경험했지. 앞으로 단단하게 중심을 잘 잡고 서있어야 집안이 평화롭겠다는 생각도 했어. 내가 이 집에 모두를 관장할 필요도 없고 서로서로 힘들때는 기대어서 가도 충분하다는 것도 옆에서 서로서로 말을 안해도 지켜준다는 것을 알았어.


차안에서 이제 엄마는 이런 것을 깨달아간다고 말했지. 지금 알게 되어서 깨달게 되어서 너무 한없이 기쁘다.

오늘 너희들이 엄마를 감동을 주자라고 생각하고 하는 행동들은 아니었겠지만 오늘 너무 많은 감동을 주었단다. 그냥 엄마 아들,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다. 몬차이 삼남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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