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오늘 엄마가 큰집 큰엄마를 만났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큰엄마가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를 해주셨어. 아빠랑 결혼하고 너희가 태어나기 전 신혼 때에 엄마는 할머니가 큰아버지보다 항상 뭔가 모르게 큰아들만 위하는 것 같고 옆에 가깝게 사는 아빠는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서 내심 조금 섭섭했단다.
근데 큰엄마 말씀이 항상 큰집에 오시면 작은 아들 즉 아빠를 각별하게 매번 챙기시는 것을 보셨다고 하셨어. 아빠가 어릴 때는 허약 체질이었나 봐. 그래서 한약을 철마다 해 먹었다는 말은 아빠에게 들었고 그래서 이만큼 건강해졌다는 말을 엄마에게 했었지. 큰집에 갔을 때도 보약을 가지고 가서 정성껏 데워 먹였고, 또 아빠도 할머니에게 딸 같은 아들이었나 봐. 그렇게 사이가 좋았다고 해.
그리고 할아버지가 둘째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제사며 명절 때나 아니면 큰일이 있을 때에는 큰엄마 옆에서 할머니가 많이 도왔나 봐. 그래서 큰엄마가 할머니에게 많이 고맙고, 많이 배웠다고 하셨지.
엄마는 이런 사실은 몰랐어. 결혼 당시 할머니가 많이 아팠거든. 그래서 아프시기 전의 이야기에서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어. 항상 큰아들만 걱정하시는 어머니만 보였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 있지.
엄마는 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던 거야. 할머니는 당시에 아픈 손가락을 걱정하셨던 거야. 어릴 때는 아빠가 허약 체질이라서 걱정이었고, 결혼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니 아빠는 그렇게 걱정할 일이 없었지. 하지만 큰아빠는 그렇지 않았어. 그 이유는 편지에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신혼일 때의 아픈 손가락은 큰아빠였던 거지.
큰집 큰엄마는 시어머니가 없는 상태에서 할머니가 옆에서 큰일이 있을 때마다 옆을 든든히 지켜주는 큰 어른이었던 거지. 그리고 그 집안의 가풍을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거였고. 그렇게 할머니는 할머니 자리에서 할 도리를 다하셨어.
엄마는 큰엄마랑 이야기하면서 정말 상황을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봐야 함을 느꼈어. 엄마가 항상 상황에 엄마의 감정을 실어서 봤기 때문에 진실이 똑바로 보이지 않았던 거지. 엄마가 보고자 하는 것만 봤던 거야.
드라마 보듯이 상황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주말 드라마를 보면서 서로 뒤에 이어질 이야기를 하지. 우리가 말한 그대로 되는 걸 보면 아빠가 감탄을 하지. 엄마는 드라마 말고 현실에서 그런 시선을 가지고 싶어. 조금 뒤로 물러나서 상황을 보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
여러 정황을 합하고 유추해서 엄마는 할머니를 다시 재조명하게 되었단다. 차 안에서 아빠랑 많은 이야기를 했고, 좀 더 아빠를 알 수 있는 계기도 되었어. 아빠는 허약하게만 보일뿐 정말 정신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지. 그렇게 엄마의 기억을 다시 무너뜨리고 쌓는 작업을 했지.
역시 사람은 판단을 내려놓고 관심만을 가진 채 지켜봐야 함을 느꼈어. 그래야 상황이 잘 보임을 알았지만 그렇게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거지.
또 반성한다. 알았으니 하려고 노력은 해봐야지.
감정 빼고 상황만 보는 걸로!! 판단 내려놓고, 관심만 가지고 보는 걸로!!
항상 너에게 편지를 쓰지만 가르쳐 주는 것도 없이 항상 엄마의 다짐으로 끝을 내는구나. 엄마의 그런 다짐을 보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가려서 행동했으면 해.
항상 모자란 엄마라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