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엄마가 오늘 새벽 위대한 북클럽에서 띵~ 한 대 맞은 말이 있어.
‘일이 결과가 되는 단계’를 주원작가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또 너무 확 와닿아버렸단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엄마는 지금 하는 단계에서 해내는 단계로 넘어간 것 같았어. 브런치 글쓰기도 한동안 글을 못 쓰겠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그때 그 하는 단계에서 해내는 단계로 넘어가는 시간들이었고, 또 엄마의 유산 공저를 할 때도 글 쓰는 게 엄마만 뒤처지는 느낌이라서 너무 힘들었단다. 그때도 어쨌든 꾸역꾸역 해냈단다. 아마 옛날의 엄마는 포기하고 말았을 거야.
어째서 지금은 브런치도 안정적으로 계속 쓸 수 있고, 또 공저 글도 두 편 쓸 수 있었을까?
주원 작가와 근아작가 그리고 여러 작가님들의 힘이 컸던 것 같아. 엄마가 힘들 때 옆을 지켜주시는 사람들이었어. 그렇다고 위로의 말만 하신 것은 아니야. 정말 실질적으로 엄마가 어려움을 견디고 앞을 한 발짝 딛게 만드는 말들을 해주셨지. 내면의 힘이 약한 엄마는 이런 말들이 너무 큰 힘이 되었어.
그렇게 엄마도 모르게 서서히 적셔져 갔지. 그렇게 외부에서 들어온 힘으로 엄마의 내면을 키워갔어. 이 또한 새로운 경험이었어. 이것이 운동선수들 옆에서 코치들이 하는 역할인 것 같았어. 마인드 컨트롤을 시켜주는 그런 사람들 있지. 엄마를 컨트롤 해주시는 작가들은 벌써부터 엄마의 유산 공저의 주인이었어.
그렇게 공저 글은 초고를 거쳐 거쳐서 탈고가 되고 윤문 작업이 들어가고 또 틀린 글자를 잡아내면서 처음에는 가지지 못한 마음가짐이 막바지로 갈수록 생기는 거였어.
바로 주인 의식이야.
뭔가 일이 되려면 공저라도 아니 공저이기 때문에 스스로 그 공저하는 속에서 무얼 하려고 해야 한다는 거야.
처음에는 엄마도 글 쓰는 것도 서툴고 옆을 돌아볼 여유조차도 없었어. 브런치 글 하나를 6시간 넘게 썼으니 말 다했지. 그러면서 또 공저 키워드에 맞는 글을 써야 했어. 하지만 엄마는 둘을 같이 못했어. 그래서 일단 브런치에 있던 글을 초고로 내기도 했어.
정말 지난한 순간들이었어. 글 쓰는 게 너무 힘들어서 브런치 글이 잘 써지는 순간까지 엄마의 유산을 뒤로 미룰까도 생각했었지. 근데 엄마를 가르쳐 주시는 작가님에게 미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어. 그리고 엄마가 원하는 완벽한 순간은 오지 않을 것을 알았어. 그렇게 엄마는 그때까지만 해도 엄마 내부의 원동력이 아니었어. 외부의 힘에서 에너지를 받고 있었던 거지. 엄마에게 힘을 주는 선생님과 새벽독서를 하시는 작가님들 그리고 엄마의 유산 공저를 위해 열심히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이 엄마의 원동력이었어.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어. 주인 의식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도 없었고 나는 나를 돌아보면서 또 그렇게 힘들어 한 나날들의 연속이었어. 글을 쓰면서 글 속에 내가 없어서 난리, 또 내가 너무 크게 있어서 난리, 맥이 안 잡혀서 난리, 나를 찾으려고 몸부림을 친다고 난리, 난리의 연속이었어. 그 속에서 남을 돌아볼 시간도 없었지. 주인 의식이란 자신이 주인이 되어 대접까지는 아니더라도 딱 버티고 있어야 하는데 엄마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 같아서 주인의 준비 자세가 되어있지 않았지.
그저 끌어주는 대로 갈 뿐이었어. 만족하는 글이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써 내려간다는 것에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하루를 지냈지. 매일을 울면서 보냈어. 왜 그렇게 울면서도 이걸 해내려고 애썼을까? 왜일까?
엄마는 그 이유가 엄마의 가능성을 찾고 싶었어. 이렇게 다 차려진 밥상에서 숟가락 하나만 들면 되는데 그걸 두려워서 못 든다면 이 팀에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그건 절대 안 되겠더라고. 너한테는 숙제하라고 말을 하면서 엄마는 숙제가 어렵다고 포기를 한다면 더 이상 너에게 말할 면목도 서지 않았고.
엄마가 치열하게 울었던 순간들이 헛되지는 않았어. 그 순간이 있었기에 엄마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앞으로는 이 원동력으로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
이제는 엄마가 주인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여유까지 생겼어.
뭔 일이 닥치면 이제는 해보자~!!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엄마의 마인드가 바뀌었기 때문이겠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엄마는 스스로 너무 놀랬어.
요즘 엄마가 느끼는 사소한 감정들이 정말 전부 말로는 이해하는 그런 것들이 엄마 삶으로 들어와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에서 정말 경외로운 경험을 하는 중인 것 같아. 어쩌면 엄마나이에 다 알아야 하는 것을 이제야 아는 느낌. 그래서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이제라도 알아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었어.
정말 돌아보니 몇 개월이 엄마를 너무 크게 키워놨어. 그전에는 할 수 없었던 생각, 행동, 말투 등 모두 바꿔 놓은 것 같아. 벅찬 엄마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엄마의 모습이야. 아마 네가 옆에서 지켜봤으니 제일 잘 알겠지라는 생각에 네가 잔소리라고 할까 조심스럽지만 글로 전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해.
읽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