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 수업 - 베스핀 글로벌
호스트웨이는 전 세계 11개 나라에 14개 데이터센터를 두고 고객사 100만 곳을 둘 정도로 순항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2012년 미국의 사모펀드에 5,000억 원을 받고 회사를 넘겼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 웹서비스(AWS)가 계기였다.
호스트웨이 고객사들이 기존 경쟁사가 아닌 아마존과 데이터센터 계약을 했다는 보고가 영업부서에서 올라왔어요. 책을 파는 회사와 무슨 데이터센터 계약을 하나, 들여다봤더니 아마존이 클라우드 사업을 한다더군요. 그때 처음 클라우드 세계에 눈을 떴어요. 데이터센터의 다음 단계가 클라우드더라고요.
앞으로 커질 분야 같아서 호스트웨이도 클라우드에 1,000억 원 정도 투자를 했고 2008년엔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어요. 하지만 매년 1조 원 넘는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는 아마존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죠. 클라우드 산업이 지금처럼 커질 줄도 몰랐습니다. 아마존만큼 투자해서 아마존과 같은 형태의 사업으로 직접 경쟁하여 이기기 어렵다면, 데이터센터 사업은 큰 매력이 없겠다는 판단에 따라 회사를 매각했습니다.
'아마존과 경쟁이 어렵다면 협업을 하자' 베스핀 글로벌은 강자의 편에 서는 걸 선택했다.
아마존이 클라우드에서 발톱을 드러내기 전에 베스핀 글로벌은 잠재력을 알아봤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이 되자 미련 없이 팔아버린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아마존과 싸우는 게 무모해 보이지만, 10년 전이라면 발톱을 드러내기 전이니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었다. 몇 년만 고민했어도 헐값에 매각했을 수도 있었다.
이한주 대표의 예리한 스카우터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스카우터로 측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디오 플랫폼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분들을 만나보면 잘하고 있는 분들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누구랑 경쟁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습니다. 저 같은 일반인도 누가 경쟁자라는 걸 알겠는데, 아니라고 우기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또는 지금 잘 나간다고 영원히 잘 나갈 거라고 착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재밌는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나요? 거의 다 책을 안 본다는 겁니다. 매우 신기하게도 일관되게 책을 안 봤다고 하더군요. 공유 숙박을 하는 사람이 에어비앤비에 관한 책을 안 보는 게 말이 되나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플랫폼 관련 책 하나를 안 본다는 게 이해가 되나요? 쿠팡 셀러면서 아마존 책 하나 안 보고 어떻게 그렇게 미래를 낙관하는지 신기했습니다.
농담 같지만 스타트업 심사를 하다 보면 책 한 권 안 보고 오는 답도 없는 사람이 지천에 깔렸다고 합니다. 에어비앤비를 알아야 더 좋게 만들던 뭘 하지 모르는데 어떻게 좋게 만든다는 건지...
자기가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 잘될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놀랐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잘되니까 진입장벽이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돈이 되는 곳에는 하이에나가 몰려옵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알아야 강자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잘못하면 호랑이 앞에 하룻강아지 신세가 됩니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