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나를 알아야 하는 이유
올해 초 번아웃, 우울증 진단을 받았을 땐 그저 스트레스가 쌓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과도한 완벽주의와 강박, 불안, 지나친 자기 검열, 자기 효능감 저하 등 그동안 나를 돌보지 못해 생긴 참사다.
나를 돌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게 있다.
'나'를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지금 뭔가를 하기 어렵다면 힘든 건지, 지친 건지, 소모 직전인 상태인 건지. 잘하는 건 뭐고, 못하는 게 뭔지. 사람을 사귈 때 허용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 인지를 알아야 한다.
나를 알면, 돌볼 수 있다.
나는 지금 내 인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나를 알아가고 있다. 내 마음 상태가 어떤지 알아차리고 돌보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다.
우선 지금 체력이 상당히 약해졌다. 그래서 주 5일 이상 헬스를 목표로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이제 운동은 나에게 삼시 세끼 밥을 챙겨 먹는 일만큼이나 소중하다.
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돈벌이만 할 줄 알았지, 회사를 나오니 정작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은 나를 알아가고 이해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여담이지만 쓸데없는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유용하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중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그동안 회사 상사나 동료들에게는 깍듯하면서 부모님께는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 '사회생활하려면 어쩔 수 없어. 엄마, 아빠는 이해해줄 테니까'라며 자기 합리화로 마음 한켠의 불편한 감정을 외면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회사를 나와보니 알겠다. 회사 동료들은 아주 친한 몇 명을 제외하고는 직장을 나오면 볼 일이 없다. 하지만 부모님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도 나를 품어주신다. 다 쓰러져가던 나를 옆에서 지켜준 사람들은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되었다. 이제는 나에게 중요한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잘하는 건 별게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가고, 좋을 때도 힘들 때도 함께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회사에 돌아가더라도 예전처럼 상사에게 잘 보이고 인정받으려 나를 갈아 넣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를 돌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간이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도 안다.
*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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