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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배르니 Aug 23. 2022

"저 우울증이에요"라고 말했다

올해 초 우울증 진단을 받고 난 뒤, 나는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 지금, 이제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저 우울증이에요'


물론 친밀한 사람들에 한해서 말이다. 사실 처음엔 사람들의 연락을 피하기 바빴다. 내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고, 내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숨고만 싶었다. 


하지만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나면 생각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


우선 '자기 객관화'가 가능해진다. 마음에 품고 머릿속에서 생각만 하던 일을 입 밖으로 표현하면, 더 이상 별일이 아니게 된다. 실제로 '우울증이에요'라고 말하고 나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 우울증은 누구나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증상이야. 현대인들에게 흔한 질병이라고 하잖아. 마음의 감기라는 말이 괜히 생겼겠어'


이렇게 인정하고 나자, 내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치료가 수월해졌다. 먹기 싫었던 약을 꾸준히 복용하기 시작했고, 상담치료도 열심히 받았다. 운동을 하고, 글쓰기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며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에 집중했다.


그리고 내가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말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부류였다.

한 부류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었다. 친한 동생은 본인도 나와 비슷한 경험으로 힘들다며, 정신과 치료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조언을 구했다. '우울증'이 나에게만 일어난 특별하고 엄청난 시련이라는 생각에 갇혀있었는데, 세상에는 나 말고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또 다른 부류는 내가 말해도 금방 잊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


'저 우울증이에요' 말하고 나서야 알았다.


그냥 진작 말해 버릴 걸. 속이 다 후련하다.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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