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의 차이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우울증 이후 어렵게 복직한 회사.
목표했던 3달이 거의 다 되어간다.
절대 다시 출근할 수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막상 맞닥뜨렸더니 생각보다 괜찮은 적이 많았다.
지금이 그렇다.
우울증을 겪어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나 보다.
워커홀릭인 나는 평일야근은 물론이거니와 주말 근무를 밥먹듯이 하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사실이 있다면, 이제는 '나'를 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나는 워커홀릭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손사래를 치기 바빴다.
나는 그저 책임감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맡은 일만 잘 끝내고 싶은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울증이 남기고 간 자리에 그동안 관심 없었던 나를 돌아보기 시작한 내가 있다.
나는 워커홀릭이 맞다.
내일은 확실히 해야 직성이 풀린다.
어쭙잖게 대충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 주는 건 끔찍하게도 싫다.
여기서 더 한 가지.
나는 일하는 게 재밌다.
열심히. 책임감 있게 일하는 나의 모습이 좋기도 하지만 말이다.
나를 알고 받아들이면 생각보다 좋은 것들이 더 많다.
이번주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지사장님이 자꾸 옆에 와서 말을 건다.
처음엔 업무적인 이야기였는데,
요즘은 옆에 와서 도와줄 게 있냐고 물어보신다.
엊그제는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 하셨다.
회사일에 적응하느라 여유가 없다고 에둘러 거절하자.
회사는 회사고 연애는 연애라며,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나는 생각했다.
"요즘은 일이 아니라 연애로 조지는 상사도 있네"
그리고 파트장인 과장님은 계속 저녁을 사주시겠다고 하신다.
매일 야근하고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일하고,
다른 사람들 일 도와주는 모습이 기특해 보이나 보다.
"오늘은 저 야근해야 돼요 과장님. 밥은 먹을 걸로 할게요~"
월요일부터 먹자고 하신걸 못 갔더니, 차마 금요일은 거절하기가 힘들어 저녁을 먹으러 갔다.
처음 보는 분들도 있는 어색한 자리. 밥이나 맛있게 먹고 가자 생각했다.
"직원분이 너무 예쁘신데 괜찮으시면 제가 소개 좀 시켜드려도 될까요?"
누굴 소개해줘도 안 받겠다.
소개해주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일만 하는 게 아니다.
지금 나는 내 중심을 잡는 게 먼저기 때문이다.
예쁘게 봐주는 사람들,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감사한 하루하루다.
물론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날 좋게 봐주는 건 그 사람들의 자유다.
날 싫어하는 사람들은 내 얼굴에 대고 욕하지 않으면 됐다.
사람마음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이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들의 시선과 평가에 나를 맞추고 갈아 넣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니까.
토요일 정신과 상담에서 선생님은 말했다.
"꿈배르니님은 자존감이 낮은 게 아니에요"
"목표치가 높아서 현재의 상황에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인 거죠."
그동안 자존감이 낮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아무리 주변에서 잘한다고, 예쁘다고 해도 공감할 수 없던 이유는 늘 나보다 나은 사람들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나를 안다는 게 이렇게나 중요하다.
나를 알아가기 시작하니
주변의 시선과 평가에 무던해지기 시작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좋은가보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싫은가보다"
툭툭 털고, 나에게 집중한다.
오늘의 나는 조금 더 나에게 신경 쓰고, 챙기고, 사랑하는 중이다.
이번주도 고생했다.
일주일 내내 사무실 책상에 구겨져있던 몸을 헬스장에서 풀고,
오늘은 작은 선물을 나에게 주었다.
나는 잘 살고 있다.
나는 행복하다.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