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코첼라를 보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자. 코첼라에서 트로트를 부르는 대성처럼.
우리는 누군가 나 대신 할 말하고 행동하는 콘텐츠에 열광한다. 한 때 유행했던 막장 드라마 속 김치 싸대기를 올려 붙이는 며느리나 직장인들의 반란을 담은 오피스 웹드라마들이 그렇듯이. 우리가 한 여름 뙤약볕에 페스티벌을 찾는 이유도, 결국 나 대신 노래하고 춤추고 샤우팅을 하는 저 무대 위 대리인들을 보기 위함이 아닐까.
그 정점인 ‘코첼라(COACHELLA)’는 어떤가. 한 명, 많게는 수십 명 단위의 대리인들을 보고자 캘리포니아 인디오 사막을 찾은 이들이다. 사브리나 카펜터, 더 스트록스, 태민 등이 선보인 다양한 입맛의 무대들은 골라먹는 아이스크림만큼이나 맛있지 않나. 사브리나 카펜터의 무대를 보라.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을 보는 것처럼 화려한 동시에 수십 번을 소화한 듯한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가.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고, 그래미에 노미네이트 되며 ‘사브리나 열풍’을 불러온 까닭은 분명하다.
한국 가수들의 무대도 이어졌다. 샤이니의 태민, 그리고 빅뱅. 태민은 그동안 쌓아온 경력의 한풀이를 하듯, 마치 한 마리의 피닉스가 되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트 하나에 수십 개의 선을 그리는 춤 실력과 호소하듯 치솟는 보컬은 특별했다. 뉴 잭 스윙 스타일의 ‘렛 미 비 더 원’ 무대는 백미였다. 노란 빛깔의 1980년대 스타일의 핏을 지닌 생 로랑 수트와 비트만큼이나 과감히 뻗는 댄스 동작은 쾌감을 자아냈다.
마지막 날 끝 순서로 무대에 오른 빅뱅은 GD, 태양, 대성까지 3인의 무대로 주목 받았다. GD&태양 유닛곡 ‘굿 보이’는 K팝 팬들 사이에서 레전드 무대로 손꼽히는 ‘2014 MAMA’의 착장 그대로, 정장 모자에 상의 탈의를 한 태양과 외투 대신 모자에 모피를 쓴 GD가 그 때의 에너지를 재현하며 코첼라를 달궜다.
이어 솔로 무대로 오른 대성의 트로트 무대가 충격이었는데, 글로벌 대형 무대에서 트로트가 울려 퍼지는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전광판에는 ‘안녕하세요 대성입니다’라는 한글 폰트가 입체적으로 띄워지고, 한껏 미간을 편 채로 밝게 웃으며 전한 ‘날 봐 귀순’은 그야말로 강렬한 자기 선언이었다. 코첼라라고 멋들어진 팝을 하는 대신 트로트 그대로 코첼라 무대에 오른 장면. 위너는 대성이라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이었다.
봄이면 찾아오는 코첼라 라이브는 매년 유튜브를 통해 내 손안의 미국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수십 만 명의 관람객수가 무색하게 사막이 식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식어간 1주차 3일이 끝났다. 같은 라인업으로 4월 17일부터 19일까지 2주차가 이어지니, 아직 놓친 무대가 있다면 코첼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챙겨볼 것.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자. 내년도 용기있는 무대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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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
projectjinj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