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롱혼 Jan 12. 2024

마사지의 추억은 즐겁다

팔을 쭉 펴고 개운하다고 했다

아마 일 년이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아내가 어깨 근육이 뭉쳐 고생할 때 이곳 마사지샾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회원가로 하려면 미리 정해진 금액을 넣어야 한다고 해서 넣어둔 돈이 있는데 그동안 잊고 지내다. 어제 오후 별안간 아내가 기억을 떠올려 지금 둘이서 마사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받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다가 아내의 매서운 눈초리와 또 자투리 돈이 남게 될 것 같은 불안감에 불쑥 엎드렸다. 


'어이쿠 이런 많이 굳어 있네요' 

엎드리자마자 여기저기 만져 보더니 어깨가 굳었다고 한다. 곧이어 굵직한 손이 통점을 압박한다. 얼굴 부분만 뻥 뚫린 침대 밑으로 바닥을 보며 눈 찔끔 입 꾹 다물고 버틴다. 목덜미 지압이 끝나자 다시 어깨로 왔다. 이번에는 팔꿈치로 비벼대는 것 같다. 내 엄살을 눈치챘는지 이번에는 그리 많이 아프지는 않다. 속 근육을 풀어준다는 마사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마사지는 예전 해외출장을 다닐 때 중국이나 말레이시아를 가면 자주 받았다. 

중국에서는 특별히 전문 마사지 샾을 찾지 않아도 동네 미용실에만 가도 마사지를 했던 것 같다. 당시 한국에서 낯설던 앉아서 머리 샴푸를 받는 것도 신기했었지만 미용실에서 마사지를 받는다는 것은 더 흥미로웠다. 특히 발마사지가 개운했었다. 발 마사지는 초음파 물어 담가 불린 다음 발바닥을 나무로 만든 도구로 꾹꾹 누르다가 끌처럼 생긴 날카로운 칼로 발톱도 깎아주고 발뒤꿈치도 밀어댄다. 이때가 제일 겁이 났다. 눈을 돌려 먼산을 쳐다본다. 발톱을 깎다 잠깐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에구구 몸을 떨었다. 하지만 끝나고 나면 정말 상쾌했다. 사실 지금이야 말이지 그때 출장길에 지인 중에 한 명은 발이 잘못 눌렸는지 한동안 걷지도 못하고 쉬쉬하며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모두 어리숙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더운 날씨 탓에 동네 작은 마사지샾보다 대형 전문 마사지점을 많이 찾았던 것 같다. 그곳에 가면 각종 서비스가 곁들여져  몸이 호사를 누린 경험이 떠오른다. 당시 그곳은 우리네 찜질방 같은 형태로 되어있어 무척 고급스러워 보였다. 더운 열대지방이어도 한증막에서 땀을 짜내었다. 그리고 로비에서 공짜로 주는 간편식을 먹으며 쉬다 보면 한 명씩 불려 들어갔다. 음악이 흐르는 차분한 분위기에 기본적인 안마를 받고 나면 마치 아크로바틱을 하듯 열정적으로 온몸을 휘감고 비틀어 놀라게 했다. 뻐근하던 몸이 풀려 개운해진다는 것을 여기서 느꼈던 것 같다.


어쨌든 지금 이곳은 그런 낭만의 기대는 접고 굵은 손마디로 꾹꾹 눌러 대는 씩씩한 마사지사에 몸을 맡기고 있다. 소리도 못 지르고 눈 꼭 감고 속 근육이 말랑해지기를 바라며 버티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어느 틈엔가 비몽사몽 노곤해지며 순식간에 한 시간이 흘렀다. 오랜만에 받아보니 이곳도 마사지 맛집인 것 같다. 


마사지는 받는 순간은 힘들어도 받고 나면 모종의 통쾌한 쾌감이 있다. 아마 순간의 고통을 버텨내어 얻은 시원함과 내 근육이 주물러 펴졌다는 편안함 그리고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이 들어왔다는 정신승리의 만족감이 통쾌하게 한 것 같다. 그 기분은 마치 새벽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복잡한 감정을 이겨내고 글 한편을 마무리했을 때의 개운한 감정과 닮았다. 


즐겁게 계산대를 나서는데 또 삼만 원 정도 자투리 돈이 남는다. 회원가로 계속 받으려면 미리 돈을 넣어 두어야 한다고 데스크에서 아내에게 설명을 하고 있어 얼른 커피 한잔 마시고 싶다고 손을 끌어 잡아당겼다. 


글도 생각났을 때 써야지 빚진 마음으로 숙제하듯 쓰기는 싫은 것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숫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