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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롱혼 Aug 22. 2024

하이쿠가 던진 돌멩이

여름이 지는가 보다

시간을 멈추면 큰 것이 보인다


비가 내리는 오후 우연히 서점에서 책을 뒤적이다 '바쇼 하이쿠 선집'을 집어 들었다. 이게 뭐지? 마치 선문답 같기도 한 것이 한껏 웅크려 폭발하려는 듯 움찔거린다.


하이쿠란 5.7.5음절과 키레지, 키고로 이루어진 일본의 정형시라고 나무위키에 나와있다. 하지 내겐 그런 형식은 의미 없고 간결하고 함축적 의미의 절제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멈춰 맥락 없이 한 점을 콕 집어 설명하듯 노래하니 재미있다.

나 원래 이런 것을 좋아했나 보다.


기왕 나선 걸음 좀 더 알아보니 내가 흥미 있어하는 그런 류의 시들이 꽤 많다. 미국에서는 아예 에즈라 파운드 같은 시인의 '이미지즘'이라 불리는 사조도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시인들도 절제된 언어로 멋지게 감동을 주신다. 매력적이다.

한상호 시인 '뒷짐',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너와 나'. 나태주 시인의 '들꽃' 등등등


추상적이고 난해한 언어를 배제하고 구체적인 명료한 단어로 감동을 주며 씹을수록 맛이 갈기칡 같은 詩.


< 뒷짐 >
아무래도 외로운가 봅니다
한 손으로 남은길 가기가

- 한상호
< In a Station of the Metro >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 Ezra Weston Loomis Pound


시작은 '하이쿠'가 깨웠지만 형식과 사조에 상관없이 그냥 자유로운 사고로 함축적 의미를 감동과 여운으로 곱씹는 그런 시를 읊고 싶다.  


아~, 이제 여름이 지는가 보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언젠가 답시로 썼던 내 습작시도 있었구나.


< 재 >

온 세상 날으려 훌훌 태웠더니

아쉬움에 검게 무거워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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