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지키면 손해 본다는 생각이 공정해져야 한다
자율에 따른 책임도 강한 곳 그런 곳이 마음은 편하지만 신경도 많이 쓰인다.
미국에 오니 더욱 그렇다. 특히 운전이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운전대를 잡으면 착한 모범생이 되고 내려서는 그어놓은 선을 밟지 않으려 한다. 즉 사회적 룰을 지키려 애를 쓴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도 서로를 조심하는 것 같다. 미소로 쏘리를 연발하며 이유일 것이다. 이런 자율에 숨은 힘은 막강한 공권력과 벌금이다.
자료를 보니 조지아주에서 과속을 하면 최대 벌금 1000달러(130만 원)에 최대 1년 감옥행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버지니아주에서는 80 mph이상 달리면 2,500달러(330만 원)에 최대 1년 감옥 간단다. 정말일까? 만일 듣던 대로라면 버지니아주가 무섭다.
어쨌든 공권력과 벌금이 세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신 선량한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무한정의 자율을 만끽하라는 것일 텐데 곳곳에 숨어 있는 듯 보이는 경찰차가 졸려 보이는 것은 왜일까 특히 운전을 하다 보면 STOP 표지판에서는 무조건 정지후 가야 한다. 한국에서의 습관으로 우회전이랍시고 비실비실 들어가다 보면 영락없이 매서운 사이렌 소리가 쫓아올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나로서는 당연 조심조심 무조건 서고 가고 익숙해질 때까지 가급적 운전대 잡기가 싫다.
화창한 가을날씨가 반기는 평온한 오후.
딸과 함께 오랜만에 맥킨리에서 달라스 중심가로 나섰다. 8차로의 넓은 길은 상쾌하고 즐겁다. 업된 기분에 씽씽 달리는 딸을 만류하느라 바쁜데 갑자기 어느 지역에서 사고가 나 밀리지만 그래도 지금 이 길이 제일 빠르니 곧장 가라고 네비가 분명한 음성으로 알려준다. 얼른 화면을 보니 앞선 길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다. 급한 일은 없지만 그래도 밀린다니까 긴장이 된다.
그렇거나 말거나 두런두런 딸의 job인 Data PM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달려가다 보니 이상한 도로가 보인다. 우리네 버스전용차선처럼 분명하게 분리된 두 실선으로 그 안에서는 차량들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버스도 없고 모두 같은 승용차 들인데 여기서 씽씽 달리는 차들은 뭐가 다를까?
HOV Lanes 이란다.
HOV(HIGH Occupancy Vehicle) 차선은 다인승 차량 전용 차선을 의미합니다. 미국 달라스에서도 이러한 HOV 차선이 주요 고속도로에 존재하며, 여러 명이 타고 있는 차량에게 더 빠르고 원활한 통행을 허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주로 카풀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차량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달라스의 HOV 차선 특징:
사용 조건: 일반적으로 2명 이상이 탑승한 차량만이 HOV 차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부 경우에는 3명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운영 시간: 일부 HOV 차선은 출퇴근 시간에만 활성화되며, 그 외 시간에는 모든 차량이 사용할 수 있도록 열리기도 합니다.
오토바이와 전기차: 달라스에서는 전기차나 오토바이가 HOV 차선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한 세부적인 조건은 도로마다 다를 수 있으니 현지 규정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목적: HOV 차선의 목표는 도로 혼잡을 줄이고 환경 친화적인 교통수단을 장려하며, 카풀을 통한 에너지 절약 및 배출가스 감소를 촉진하는 것입니다.
달라스의 주요 고속도로 중 I-635, US-75 등의 도로에서 HOV 차선을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차선을 잘 활용하면 교통 체증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나가면서 이곳 도로 규정표를 잽싸게 사진을 찍어 보았다
2인 이상이면 가능하단다. 우리는 3명이 타고 있으니 어서 들어가자, 어서 들어가~
NO.
따님께서는 안된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여기는 강력한 실선으로 들어가지도 나오지 못한다.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점선이 따로 있어 위반적발 시 엄청난 벌금이 있단다.
스쳐 지나가느라 이곳 벌금 안내판을 찍지 못했고 대신 다른 지역 발금판을 모셔왔다. 1000달러 대략 우리 돈으로 130만 원. 후들후들하다. 이러니 누가 감히 위반을 할 수 있을까
조금 더 가니 점선이 나온다 잽싸게 올라타 달려간다. 빠르긴 빠르다. 어디가 막힌 곳인지도 모르고 왔다.
STOP사인에서는 반드시 일단정지하고 사람만 보이면 천천히 가는 차량을 왜 그러지 하면서 운전자가 착하다고 했지만 사람만 보면 미소로 인사하는 습관처럼 이곳 사람들의 몸에 배어 있는 것 같다. 그 배경에는 강력한 벌금과 공권력의 발동으로 나만 지키면 손해라는 생각이 모두의 공정함으로 눌러지면서 이제는 이곳 사람들의 정서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우리 모두 바쁜 세상 나만 이라도 지켜야겠다는 선비사상 만으로는 시대가 너무 얄밉게 변화해서 아쉬움이 크게 남지만 그래도 공정한 세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