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 조깅으로 땀범벅이 된 그녀는 샤워를 마친 후 가볍게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한다. 출근 길에 테이크 아웃 커피를 사서 한 손에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직장으로 향한다.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이미 와 있던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기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한다. 한참을 일하다 회의시간, 오늘은 그녀가 PT를 하는 날이다. 성공적으로 발표를 한 후 동료들의 칭찬에 가벼운 웃음으로 답례를 한 후 점심을 먹으러 간다. 그녀는 점심은 항상 혼자 먹는다.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일과에서 유일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식당에서 분식으로 배를 채운 그녀는 커피를 한잔 한 후 사무실로 복귀를 한다. 나른한 오후, 졸음과의 사투를 벌이는 것이 시간을 보내는 대부분이다. 그렇게 일과를 끝내고 그녀는 그의 작업실로 향했다. 그와 만난 지는 3년, 딱 적당한 연애기간이다. 그가 하는 작업은 금속공예, 그 바닥에서는 꽤 알려진 인재이다. 그가 하는 작업을 옆에서 구경하는 것도 그녀의 하루의 중요한 시간이다. 그가 작업을 끝내가 둘은 같이 식사를 한다. 오늘은 작업실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배불리 먹고 나서 소주 한잔. 그리고,,, 둘은 그들의 보금자리로 향했다. 동거를 시작한 것은 1년째, 서로에게 숨길 것 없는 사이이다. 집으로 들어가자 마자 둘은 입술을 포갠다. 그리고 목, 가슴, 하체,,, 둘은 익숙하게 서로를 탐닉했다. 이불을 같이 덮고 그녀는 그의 팔을 배고 물었다. ‘우리 계속 이렇게 지낼 거야?’‘이렇게라니?’‘아무리 우리가 같이 살고 서로를 사랑한다 해도 결혼을 하지 않으면 그냥 남친 여친일 뿐이잖아?’ 자존심이 상했지만, 여자는 먼저 결혼 얘기를 꺼낸다. ‘지금이 어때서? 난 지금 만족해. 최고로 행복한데.‘남자의 답변이다. 여자도 예상한 답변이다. 남자는 결혼 앞에서는 항상 회피하는 태도였다. 그 이유도 여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금속공예, 아무리 그 바닥에 인재라고 해도 불확실한 미래에 그녀를 얽매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의 부모님도 그녀를 무척이나 아끼고 빨리 결혼하라고 보채시지만, 그는 결혼 앞에선 항상 소극적이었다. ‘자기야, 결혼해도 나 계속 일하면 안정적이고 전망도 밝아. 자기 작업하는데 도움도 되고. 너무 나 걱정하지 말고, 나 이렇게 씩씩하니깐 날 믿어. 나 절대 자기 떠나지 않고 불평하지 않을게’ 오히려 여자 쪽에서 남자를 설득하고 있다. 더 이상 그 앞에서 자존심이고 뭐고 다 포기한 것이다. ‘응, 우리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보자.’ 역시나 예상한 남자의 반응이다.
그 다음날 그녀는 퇴근 후 그의 작업실에 가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보금자리로 먼저 간 후 그를 위한 식탁을 준비한다. 정성껏 요리를 하고 와인을 준비한 후 그를 기다렸다. 그리고, 한켠에는 미리 싸 둔 그녀의 짐 가방이 놓여 있다. 그가 오자 물었다.‘오늘은 작업실에 왜 안 왔니?’‘응 자기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려고. 내 최고의 솜씨를 발휘한 거니깐 맛있게 먹어줘.’ 둘은 식사를 했다. 그리고, 와인을 마셨다. 와인을 마시며 그녀는 말이 없었다. 말없이 와인만 마시다 입을 먼저 연 것은 그였다.‘오늘 왜 그래? 기분이 왜 그래?’‘오늘이 자기와 나의 마지막 식사가 될 거야. 나 나갈려구.’‘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왜 그래?’‘시간을 갖고 생각하자며. 같이 살면서 시간을 갖고 생각할 수는 없잖아? 나 시간을 충분히 갖고 생각할 거야 그리고,,, 자기에게 얘기해 줄게.’‘얘기해 주다니 뭘 얘기해 준다는 거야?’‘우리 관계’ 남자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언제까지나 지금의 행복이 아무런 책임 없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 자신을 자책할 겨를도 없었다. ‘미,,,미안해. 생각해 보자는 건 그런 뜻은 아니었어.’‘나한테는 그런 뜻이야’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미리 싸 둔 짐가방을 들고 나가버렸다. 남자는 그저 멍했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그제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저 결혼 얘기가 좀 불편했을 뿐인데, 그게 그녀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제서야 그는 사랑에 따르는 책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수개월이 흘렀다. 그 동안 그들은 연락하지도, 만나지도 않았다. 먼저 연락한 쪽은 남자였다. 둘은 만났다. ‘그래, 충분히 생각은 했어?’ 여자가 물었다. 남자는 고개를 떨구고 답한다. ‘난 아무래도 사랑할 자격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 결혼에 자신이 없어.’ 더 말을 잊기도 전에 그녀가 답한다.‘예상하고 있던 답이야. 그래, 잘가.’ 그 한마디를 남기고 그녀는 자리를 떠 버린다.
들리는 소문에 그가 개인전을 연다고 한다. 그동안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한 모양이다. 이별이 그의 작품 활동에 촉진제가 된 건지도 모른다. 여튼, 금속공예 작가 그는 더욱 유명해 졌고 화려해졌다. 오히려 상처를 입고 거의 폐인이 된 쪽은 여자였다. 직장도 그만 두고 어느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소문을 그는 들었다. 그는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그와 마주친 그녀는 돌처럼 굳어버렸다. 눈물만 흘리는 돌 하루방 같이 서 있었다. 그런 그녀를 그는 꼭 안아준다. 그리고, 일년 후 둘은 다시 둘의 보금자리에서 같이 식사를 한다. 이제는 둘이 아닌 셋이서. 갓난 아기 하나랑 같이. 엄마와 아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