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유능하지 않다
신입사원과 20대 직장인들께서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글을 씁니다.
요즘 회사마다 신입사원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경력직 선호 현상 때문이기도 하고, 정규직 채용 자체가 축소되었기 때문입니다. 부서나 팀마다 고참 대리나 과장급(선임급)이 막내인 곳이 많습니다. 예전엔 대리 1년 차만 되어도 후배들을 여럿 거느렸는데 말이죠.
이렇다 보니 경력 2~3년 정도 된 중고신입도 반짝이는 새내기로 조직에서 인기를 끕니다. 희소가치가 높고 조직의 기대가 큽니다.
부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어렵사리 입사한 회사에 빨리 적응하고, 인정받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신입사원들은 넘치는 패기와 열정으로 조직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회사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자신감이 충만한 시기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중요한 시기에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신입사원들이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 상황이란 바로 '남 밑에서 일한다'는 것입니다. 회사에는 대표이사도 있고 직속상사, 선배도 있습니다. 이들 밑에서 지시받고 협조하면서 생활하게 되는데요.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유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건방진 행동 하지 말고 자신을 숙일 줄 알아야 합니다.
선배가 지금 한참 싹트는 후배들 기 죽이려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 20대 시절의 경험은 일천하고 역량은 설익은 상태입니다.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혼자 하는 것보다 남 밑에서는 빨리 배우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쓴 팀 페리스는 수많은 성공 인물들을 조사하고 인터뷰한 경험을 토대로 '타인의 밑'에 있는 경험은 많은 걸 가르쳐준다고 말합니다. 그는 '안테암불로'라는 로마 시대의 단어를 소개합니다.
안테암불로는 로마 제국에서 예술가들이 자신을 후원하는 사업가나 정치가를 위해서 비서처럼 다양한 일을 대신해 주던 행위를 말합니다. 자신의 후원자를 위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심부름하는 등 자발적인 비서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일을 했던 사람들 중에서 위대한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팀 페리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첫 직장을 얻거나 새로운 조직에 들어갔을 때는 자발적으로 안테암불로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만난 모든 성공자의 공통된 조언이다. 무작정 다른 사람에게 복종하고 아첨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잘 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도움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이에게 세 가지를 숙고하라고 조언합니다.
첫째,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유능하거나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둘째, 당신은 태도를 조금은 바꿀 필요가 있다.
셋째, 당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사실들, 책이나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대부분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잘못된 것들이다.
한마디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고, 겸손한 자세로 타인에게 도움 주는 역할을 하라, 그리고 함께 배우고 성장하라는 의미입니다.
조직에서 상사와 동료를 대할 때 유연하게 자존심을 굽힐 줄도 알고, 충고나 지적을 고깝게 듣지 않고 유용한 조언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상사의 조언에 가시 돋친 반응을 하거나 냉소적인 분위기를 공기 중에서 퍼뜨리고 다닌다면 상사와 동료들이 조만간 입을 다물어 버릴 것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어떤 사람이 승자가 될까요?
그리고 남 밑에서 일해 본 사람이 나중에 남들을 데리고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습니다. 남 밑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남을 부릴 줄도 모릅니다.
신입사원 여러분,
오늘은 상사의 업무 지시에 짜증 내지 말고 남 밑에서 일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안테암불로의 지혜를 발휘해 보세요.
안테암불로 이야기는 리더십 이론 중 '팔로워십(Followership)' 개념과 매우 유사합니다.
팔로워십이란 부하(구성원)가 조직과 리더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리더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자신도 함께 성공하는 걸 말하는데요. 달리 표현하면 리더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구성원(부하)도 조직에서 유의미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관점입니다.
사고의 전환입니다.
직장인들이 스스로를 월급쟁이, 봉급의 노예라고 비하하기도 하지만 팔로워십은 그 반대편에 위치한 개념입니다. 부하직원도 주도적으로 상사를 도와주고, 조언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상사와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상사는 이런 부하직원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팔로워십을 갖춘 구성원이 많은 조직은 빠르게 성장하고 고성과를 창출합니다. 구성원은 리더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아니고, 지시가 잘못되었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조정, 협의하는 능력도 포함합니다.
남 지시받으면서 일하는 것이 태생적으로 정말 안 맞는 사람이라면 적당한 시기에 독립을 모색해야 하겠지만 직장인으로 오래가실 분들이라면 참고할만한 내용입니다.
아니, 독립하더라도 어디서든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을 해야 하므로 '갑'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자존심을 조금 줄이고 성장하는 법을 배우는 안테암불로의 자세는 사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태도 아닐까요?
여러분 앞날에 멋진 성공의 기회들이 펼쳐지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