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 직장인의 무기, 선택적 무관심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따뜻한 커피 들고 PC 켜자마자 메일함을 열어봅니다. 수 십통에서 많게는 백 여통의 이메일이 쌓여 있습니다. 빠르게 훑어보고 긴급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답장합니다. 그다음 카톡 온 것들 확인하고, 증시, 환율 정보, 뉴스까지 체크합니다.
이러다 보면 어느덧 오전 11시.
바쁘게 무언가 하긴 한 것 같은데 막상 오늘 꼭 해야 할 제안서 초안은 아직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드디어 의자에 고쳐 앉고 어제 작성하다 만 제안서 초안 파일을 열어 두 줄 정도 쓰는 순간, '카톡카톡' 알림이 울리고, 팀장은 갑작스러운 회의를 소집합니다. 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니 12시.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오전 내내 쓴 건 고작 한 페이지. 오늘 야근각.
이런 패턴은 많은 직장인이 경험하는 전형적인 하루 모습입니다. 겉으론 바쁘게 일하는 것 같지만 실상 산만하고, 일 흐름이 계속 끊어지는 하루. 일에 치이면서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가고, 생산성은 떨어집니다.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야근하지 않고도 일 잘하는 직장인이 되려면 먼저 일하는 습관을 체크해보아야 합니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을 살펴봅시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습관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성과가 떨어지는 이유가 꼭 능력이 부족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생산성을 갉아먹는 나쁜 루틴
1) 이메일, 카톡, SNS, 뉴스를 수시로 확인하는 버릇
2) 쉬운 일, 덜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버릇
3) 멀티태스킹
4) 잦은 회의, 잡담, 흡연 등 업무 중단 요인
이런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효과적으로 시간관리하기 어렵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지속적 중단(Interruption)'은 작업 성과를 40% 가까이 떨어뜨린다"라고 강조합니다(HBR, 2013).
'업무의 리듬'이 끊기는 순간 생산성은 추락합니다.
2. 생산성을 올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 선택적 무관심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선택적 무관심(Selective Ignorance)'입니다.
팀 페리스(Timorthy Ferriss)는『일주일에 네 시간만 일하라, The 4‑Hour Workweek』에서 선택적 무관심에 대해 언급합니다. '선택적 무지'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정보 과잉 시대에 우리가 진짜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덜 중요한 정보는 일부러 무시하거나 차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흥미롭지만 불필요한 정보, 내 목표와 관련 없는 정보, 그리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자극은 차단해야 합니다. 유튜브, 뉴스, 카톡, 이메일, 잡다한 회의 등등....
단순히 많이 일하는 것(busy)이 아니라 올바른 일(the right things)을 선택하여 몰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개념을 중심으로 집중력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세 가지 실천법을 정리해 봅니다.
1) 이메일과 카톡 알림을 끄고, 하루 두 번만 확인하기
사실 대부분의 이메일과 카톡 메시지는 긴급하거나 중요하지 않습니다. 과감하게 무시해야 합니다.
카톡에 마음을 빼앗기면 다시 했던 일로 돌아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발생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 번 집중이 끊기면 원래 몰입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평균 23분 15초가 걸린다고 합니다(Mark,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2015). 즉 ‘카톡 한번 본 대가’로 20분 이상을 잃는 셈입니다. 이게 하루에 10번 반복되면 200분(3시간 20분)입니다.
하루 중 자신이 정한 시간에 몰아서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봅시다. 휴식시간이 아니라면 유튜브에도 접속하지 않습니다.
2) 출근하자마자 가장 중요한 일부터 시작하기
출근하자마자 가장 쉬운 일부터 처리하는 직장인이 많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가벼운 일부터 하면서 몸과 정신에 시동을 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가벼운 일로 하루를 시작하면 중요한 일은 늘 뒤로 밀립니다.
그리고 아직 중요한 일을 못하고 있다는 중압감 때문에 오후에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야근의 신호탄이 됩니다.
마치 고등학생이 학기말 시험공부를 미리 하지는 않고 걱정만 한가득 끌어안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중요한 일, 우선순위가 제일 높은 일을 아침에 먼저 하면,
심리적 부담이 줄고,
자신감이 생기고,
하루 전체의 흐름이 안정됩니다.
오후에 나머지 덜 중요한 업무들도 적절히 처리할 여유(시간적, 심리적으로)가 생깁니다.
3) 멀티태스킹 금지_한 번에 한 가지 일만
멀티태스킹 하는 능력이 대단한 것처럼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 업무를 동시에 잘 처리한다’는 멀티태스킹은 현대 직장인의 미덕처럼 여겨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 번에 한 업무에만 깊이 몰입할 때 더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우리 뇌는 동시에 두 가지를 처리하지 못하며, 멀티태스킹은 착각이라고 합니다.
<원 씽>에서 켈러(Gary Keller)는 이렇게 말합니다.
"멀티태스킹은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한 일에서 다른 일로 '전환'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전환에는 반드시 비용(Switching Cost)이 따릅니다.
선택적 무관심은 직장에서 뿐 아니라 긴 인생에서 목표를 추구할 때도 똑같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정보와 잡다한 일에 신경을 분산하기보다는 내가 목표로 하는 일, 인생 우선순위 1번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목표가 여러 개 있다면 우선순위에 따라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하고, 거기에 시간을 쏟아야 합니다.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한 후에 두 번째 목표에 손을 대야 합니다.
다방면에 너무 많은 취미와 호기심을 가진 분들은 상대적으로 선택적 무관심을 실천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선택적 무관심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겠다'가 아니라 '내가 정한 것만 신경 쓰겠다'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저 역시 요즘 뉴스를 일부러 적게 보고, 각종 모임도 줄였습니다. 그 덕분에 독서와 글쓰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대신 친구들과 대화할 때 뉴스 얘기가 나오면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모든 걸 다 알고 다 잘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매일 바쁘게 달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 더 높은 집중과 더 깊은 몰입, 그리고 의미 있는 결과입니다.
선택적 무관심을 무기로 삼아,
야근과 휴일 근무를 줄이면서도 성과로 인정받는 일잘러에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