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이 싫어하는 업무지시
상사의 황당한 업무지시에 홍 대리는 오늘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스트레스 지수 올라간다.
이해하기 어려운 업무지시는 상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시받는 직원은 화 날 때도 있고, 좌절하기도 하며, 때로는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이게 뭐지?, 이렇게 하면 문제 생길 텐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네."
황망한 업무지시에 시달린 부하직원은 급기야 "그냥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하자."라고 마음 먹기에 이른다. 구성원을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조직 성과에 악영향을 미친다.
부하직원 사기 꺾고, 의욕 떨어뜨리는 상사의 나쁜 업무지시 스타일에 대해서 알아본다.
부하직원에게 뜬 구름 잡듯 애매하게 업무지시하는 상사들이 있다. 언제까지, 정확하게 무얼 하라는 것인지, 어느 수준까지 보고서를 써야 하는지도 오리무중. 암만 봐도 본인이 지시하면서 본인도 잘 모르는 모양새다.
부하직원에게 업무지시하려면 상사가 먼저 그 일을 하는 목적과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상사의 상사로부터 지시가 내려온 경우든, 자기가 제안한 업무든 간에 말이다.
일을 언제까지,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강 그림을 그린 상태에서 지시해야 한다. 6하 원칙에 따라 사전 구상 해야 한다. 그런데 머릿속에 전혀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애매하게 업무지시하는 상사들이 있다.
지시받은 부하는 십중팔구 갈 길 헤매거나 헛수고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번 일할 수 있다. 부하직원이 가지고 온 보고서를 보고 나서 아이디어가 생긴 상사는 엉뚱한 방향으로 수정 지시를 하기도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선무당'이란 서툴고 어설픈 무당을 말한다. 경험 없는 무당이 이래라저래라 하다가 잘못하면 사람 생명까지 위태롭게 한다는 속담이다.
상사가 업무 경험과 전문성이 없고, 직원보다 더 모르는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지시할 때 당황스러운 상황이 연출된다. 부하직원도 처음엔 상사에게 열심히 조언하거나 다른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하지만 상사가 계속 의견을 무시한다면 부하직원은 입을 다물게 된다. 잘못하면 상사의 감정을 건드리거나 찍힐 수 있어서다.
선무당이 의욕이 넘쳐서 부지런하기까지 하다면 부하직원들은 어지러운 일들을 수습하느라 바빠질 것이다. 성과는 없는데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고난의 행군.
자존감 높고 유능한 상사만이 부하직원 의견을 경청하고, 업무지시 방향을 조정하는 유연성을 보여준다. 자존감 낮고 권위의식 강한 상사는 부하직원이 논리적으로 응수할수록 더 자기 의견을 밀어붙이거나 아니면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의사결정해 버리기도 한다.
지시할 때는 숨넘어간다. 상사는 중요하고 화급한 사안이라면서 급하게 업무지시를 한다.
부하직원은 부랴부랴 자료조사하고 허겁지겁 보고서를 만든다. 시간에 쫓기면서도 나름 최선을 다해 작성한 보고서를 들고 상사에게 간다. 상사는 '책상 위에 두고 가세요. 읽어 볼게요'라고 하고는 일주일이 다 지나가도 아무 피드백이 없다.
"이사님, 지난주 올린 보고서 건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후속으로 진행할 일이 있는 건 아닌지요?"
"아, 그거? 지금 다른 일 때문에 검토 못 하고 있는데 다음 주에 이야기합시다."
"(속으로) 뭐지? 그럼 왜 그렇게 급하게 몰아쳤는지..."
어떤 상사는 습관처럼 그 많은 시간을 다 흘려보내고 꼭 오후 5시 30분에 직원을 불러 지시를 시작한다. 퇴근하려고 자리 정리하고 있으면 '김 대리, 잠깐만' 하면서.
그게 금요일 오후 5시 40분이라면 부하직원을 더 힘 빠지게 한다. 상사는 비장한 표정으로 월요일 오전까지 보고해 달라고 한다.
상사라면 모름지기 지시 타이밍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관심과 능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미리미리 구성원 업무를 파악하고 분배해서 주간업무회의나 일일 회의시간에 자연스럽게 지시하는 것도 상사의 리더십이다.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업무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좋으련만.
보고서를 준비해 가면 상사가 수정 지시를 한다. 부하직원은 열심히 수정, 보완해 간다. 상사는 보고서를 정독한 후 또 수정 지시를 내린다. 부하직원은 짜증 나지만 꾹 참고 다시 수정한다. 상사는 이번엔 보고서의 방향성을 전면 수정해 보자고 제안한다.
'그럼 지난번 수정할 때 그렇게 얘기하시지. 처음부터 다시 일해야 하네.'
부하직원은 수정 후 다시 보고서를 제출한다. 하지만 상사는 또 수정 지시한다. 앞으로 몇 번을 더 수정할 것인지 걱정이 앞서면서 두렵기까지 하다. 격하게 일하기 싫어진다.
이런 반복 수정 지시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종종 겪는 일인데 그 이유는 세 가지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부하직원이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직원이 정말 문서 작성 능력이 없어서 상사가 직원 역량 향상을 위해 OJT(on the job training) 교육을 하는 경우다. 상사가 빨간펜 역할을 자임하면서 수정을 거듭하는 것이다.
둘째, 상사가 문서 내용보다 형식에 지나치게 치중하거나 꼼꼼한 스타일인 경우다. 줄 간격, 폰트, 문자 크기, 글자 색깔, 이미지 등을 계속 수정하는데 이게 지나치면 보고서 내용에 소홀할 수도 있다. 형식도 물론 꽤 중요하다. 하지만 직원은 자신이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것인지 의아스러워진다.
셋째는 상사가 의사결정의 책임감과 부담 때문에 고의로 시간을 끄는 경우다. 상사가 자신의 상사(차상급상사)에게 보고할 타이밍을 재면서 문서 내용을 이리저리 수정하거나 대안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특히 구조조정, 대규모 차입이나 자산 투자, 자회사 설립이나 폐업 등 민감한 의사결정을 할 때 그렇다.
그러다 조직 개편이나 인사이동,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그 사안이 저절로 해소될 때도 있는데 그런 걸 기대할 수 있다.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거나 결정 장애가 있는 상사일 수도 있고, 진정한 고수일 수도 있다.
지시받는 자를 특정하지 않고 여러 명에게 동시에 지시하는 상사가 있다.
"베트남에서 A 사업을 해 보면 어떨까 싶은데 누가 시장조사 좀 해보세요" "해외사업에 관심 있는 직원들이 태스크 포스팀을 만들어보세요" 이런 식이다.
상사는 직원들이 모두 바쁘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에 에둘러 지시한 것일 수도 있고, 자율성을 존중해서 그렇게 한 것인지도 모른다. 또는 적임자가 바로 생각나지 않아서 애매하게 지시한 걸 수도 있다.
그럼 누가 총대를 메고 시장조사를 할까? 누가 책임을 지고 그 일을 끝까지 마무리할까?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된다. 누군가 상사 눈치를 살피며 시장조사하는 시늉을 할 수는 있지만 결과가 결코 좋을 순 없다. 필패.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일하는 시늉을 했던 직원들은 허공에 소중한 시간만 날렸다.
반드시 책임질 사람을 특정하여 업무지시해야 한다. 상사는 명확한 지시를 특정인에게 내리고, 그(그녀)가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가 일을 잘했을 때는 평가해 주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부하직원이 받아들이기 힘든 '상사의 황당한 업무지시, Worst 6'에 대해 알아보았다.
리더십을 갖춘 상사는 부하직원에게 업무지시도 잘한다.
부하직원에게 지시하기 전에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상사, 어떻게 지시할지 미리 6하 원칙에 따라 생각해 보는 상사는 지혜롭다.
부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줄 아는 상사, 업무 지시의 타이밍을 적절히 조절하는 상사, 무분별한 반복 지시를 하지 않고 한 번에 체계적으로 지시하는 상사는 부하들에게 존경받을 것이다.
현명하게 업무지시하는 상사는 부하직원들의 의욕을 고취하고 사기를 끌어올린다. 스마트한 업무지시 능력은 곧 리더십 역량이다.
부하직원들이 상사의 업무지시 스타일 때문에 일하기 싫어지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