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01. 대학생이 전하는 그동안의 이야기
'지금까지 버텨내느라 수고 많았어.'
고3 입시가 끝나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듣던 말이었다.
그런데 왜 나는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삶을 '버텨내고' 있는거지? 이번 학기만 마무리되면 끝날까?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유가 펼쳐지는 줄 알았는데 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있을까.
스물셋이 된 지금은 치열한 고민과 노력 그리고 경험 끝에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지 알게되었다. 나를 아는것과 모르는 것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 살아가는 방식에서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의 모습을 통해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아직까지 예전의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보였다. 혹시라도 나의 이야기가 과거의 나처럼 방황하는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지난 3년간 겪으며 느꼈던 것들을 엮어내어 보려고 한다.
중고등학생 시절,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인생의 최종 목표로 삼으면서 스스로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다.
인생을 참 단순하게 생각했다. 무조건 공부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다. 열심. 그것이 곧 나의 정체성이었으니까. 내가 경험한 세상이 그 범위 뿐이니 그 우물 안에서 생각하고 꿈을 꿀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타대학에 비해 전공 선택이 자유로운 대학에 들어오면서, 내가 과연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분야로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싶은지 갈피를 전혀 잡을 수 없었다. 고등학생 때 나는 어쩌다보니 이과생이었고, 학과를 선택해야 될 시기가 되자 생명 연구원을 희망 직업으로 삼아 대학교에서는 생명과학과를 택했다. 그때의 나의 모습은, 마치 외출 할 때 무슨 옷을 입을지 골라보지도 않은 채, 쇼파에 널부러진 동생 옷을 걸쳐 입고 나간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될까. 인생의 목표를 그런식으로 잡았던 것이다.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채 살아가는 삶이 답답하고 무엇때문에 힘이 드는지 전혀알 수 없었다.
내게 주어진 상황과 할일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당장 눈앞에 놓인 일들을 미션수행하듯 끝내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도 다른 분야는 아예 탐색하고 싶은 열망도, 관심도 없었다. 왜냐면 이게 잘못 된 건지 몰랐으니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를 사랑하거나 소중히 여기는 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런식의 선택들을 했었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어 지치던 와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나의 삶이 왜 진짜 '나'의 삶 같지 않을까..?
이번 학기만 마무리되면 다른 삶이 펼쳐질까? 졸업하면 달라질까?
그때부터 나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알고싶었다.
학기 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시도부터 실천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첫째, 책읽기 그리고 생각하기
아는 것이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시간 날 때마다, 아니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정보를 얻고 고민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었고 다양한 노하우와 지식들을 접하게 되었다.
둘째, 경험하기 그리고 생각하기
온실과 같은 학교 안에서 커리큘럼대로만 따라서 살아간다면 단순히 똑같은 생각의 챗바퀴속에서 고민하게 된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도 좋으니 할 수 있다면 다양하게 경험해보자고 다짐했다.
셋째, 글쓰기 그리고 생각하기
스스로의 대화가 필요할 땐 글쓰기가 최고의 방법이다. 글을 쓰면서 그동안 겪었던 내 경험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정말 많은 변화들이 찾아왔다. 이제는 글쓰기가 내 최고의 위로이자 휴식시간이며 나에게서 뗄 수 없는 활동이 되었다.
넷째,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하기
내가 스스로 곱씹어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교훈과 배움이더라도 나중에는 휘발되어 사라진다. 인풋을 소화하고 내것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없다면 같은 과정이나 실수들을 또다시 반복할 수 밖에 없다.
느리지만 우직하게 나를 알아갈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전공하게 됐으며, 나를 대하는 방법부터 나답게 세상을 대하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쌓아가며 성숙한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 선택의 기준, 인생의 목적, 나만의 시각이 여러 방면에서 재정의 되기 시작했고, 지난 3년간 나는 인생이란 도화지에 터닝포인트라는 점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그 점들을 새롭게 찍어가고 있는 중이다. 멀리서 봤을 때, 언젠가는 그 점들이 모여 선이 될 것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