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셋, 처음으로 해고를 당했다.

Such is life!

by Blueberry

그것은 일반 회의가 아니었음에도, 일반 회의처럼 우리를 불러 모았다.

"그러면, 오늘은 지금까지 저희가 창업센터에서 했던 활동들에 대해서 브리핑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상 위에는 지난 3개월 동안 우리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개요와 도전했던 지원금 결과가 A4용지에 빼곡하게 적힌 상태로 놓여 있었다.

"솔직하게 우리가 한 게 너무 없는 것 같아요."

모두가 침묵했다. 그때, 한 사람이 말을 시작했다.

"사실, 오늘 우리가 모이자고 한 건 인사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였어요. 우리가 하는 게 팀 프로젝트처럼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우리가 하는 건 사업이지, 팀플이 아니잖아요?"

"맞습니다. 사실, 저희는 이 사업에 목숨을 걸고 싶거든요. 근데, 지금 학업 때문에 이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신 건 알아도 저희는 물리적으로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이때부터 모든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짧게 말해서 나보고 나가라는 소리였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

"솔직히, 우리 팀은 처음에 '플랫폼 기업'을 사업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그러나, 사업의 수익모델이 결정되지 않아서 '제조업'으로 사업의 주제가 변경됐어요. 저는 빅데이터응용학과라서 배운 지식으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은 '플랫폼'에 관한 것입니다. 제조업의 데이터는 교수님조차 얻어오기 힘들어요."

처음 우리가 생각했던 사업 주제는 '연예인 생일카페'의 일정을 정리해 주는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명확한 수익모델이 정해지지 않자, 미리 사업을 하시던 분의 의견에 따라 못난이 농산물로 강아지 간식을 만드는 사업으로 피벗(Pivot)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분들은 졸업을 했거나 마지막 학기였는데, 나는 아직 3학년이라 학업에 열중해야 했다.

"생각을 정리해 주시고, 다음 주까지 어떻게 하실지 말씀해 주세요."

난 생각을 정리한 뒤에, 더 이상 팀에 피해를 끼칠 수는 없어 사업을 함께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모두가 공동대표로 시작한 사업이었는데, 내 전문 분야가 아닌 부분에서 일할 수 없으니 점점 팀에 균열이 생겼다. 팀원분들과 함께 방향을 의논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예비창업지원금이나 청년사관학교의 지원금이 들어오게 되면 돈과 관련된 문제로 더 복잡해질 것을 고려해서 미리 나가달라는 방향으로 말씀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나이 스물셋, 처음으로 해고를 당했다.


FanFare

연예인 생일카페

우리가 처음 사업 모델로 정한 아이디어는 '연예인 생일카페'였다.

연예인 생일카페는 단순히 카페를 빌려 꾸미는 행사가 아니라, 팬이 사랑하는 존재의 생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축하하는 하나의 문화다. 팬들은 직접 공간을 섭외하고, 사진과 문구를 고르고, 컵홀더와 포토카드 같은 작은 굿즈를 준비하며, 자신이 품은 마음을 오프라인 공간 안에 정성껏 펼쳐놓는다. 그곳을 찾은 사람들은 음료 한 잔을 손에 든 채 사진을 찍고,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이들과 조용한 연대감을 나누며, ‘좋아한다’는 감정을 눈에 보이는 풍경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생일카페는 소비의 장소이기보다, 팬심이 머무는 전시장이자 누군가의 생일을 함께 기념하는 가장 따뜻한 방식에 가깝다.


좋아하는 마음은 생각보다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고 하루를 시작하고, 배우의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런 마음이 가장 선명해지는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생일카페다. 팬들은 직접 공간을 꾸미고,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그 장소를 나눈다.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좋아하는 마음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펼쳐지는 공간인 셈이다.

빵빠레 로고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임에도, 여전히 불편한 점은 많다. 어디서 어떤 생일카페가 열리는지 찾기 어렵고, 정보는 여러 SNS에 흩어져 있다. 팬들은 일일이 검색해야 하고, 주최자는 홍보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는다. FanFare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생일카페 문화를 단순한 팬 이벤트가 아니라, 팬과 공간을 연결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봤다. 팬들은 더 쉽게 정보를 찾고, 주최자는 더 효율적으로 공간을 연결받고, 카페는 새로운 고객과 문화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것. 결국 FanFare는 생일카페 정보를 모아주는 서비스를 넘어, 좋아하는 마음이 흩어지지 않도록 이어주는 플랫폼이 되고자 했다.


Ugly For Pet

못난이 농산물 출처: 인터마르쉐

결국 비즈니스 모델을 명확하게 정하지 못한 우리는, 긴 고민 끝에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반려견 간식 제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버려질 뻔한 못난이 농산물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반려견을 위한 건강 간식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었다. 외형이 고르지 않다는 이유로 소비되지 못하는 농산물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하고, 동시에 반려동물에게는 안전한 원료와 기능성을 갖춘 간식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강아지 간식’을 만드는 것을 넘어, 농산물 폐기 문제와 반려동물 건강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업사이클링 기반 펫푸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학업과 병행하며 제조업의 유통 채널을 뚫고, 사업의 다음 단계를 함께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나는 팀 안에서 점점 방향을 잃었고, 결국 팀을 나오게 되었다.


Such is life!

팀을 나오고 나서 문득, 명예퇴직을 권유받는 직장인들의 마음과 인사평가를 앞둔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정말 인생은 쉽지 않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젊을 때, 이런 경험을 한 것이.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어떤 자리에서 밀려나 보았던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믿고 싶다. 인생에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늘 하나쯤은 남아 있다고.

결국, 그런 것이 인생이니까.

함께했던 분들에게 건투를 빈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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