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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크 Jan 06. 2023

그 사람은 왜 그 옷을 선택했을까?

나를 닮 은 옷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매력적으로 보이기를 소망한다.

그렇기에 첫인상에 나를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패션에 공을 많이 들인다.

나는 패션은 그 사람을 대변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걸 깨닫는 다면 적어도 패션에 쏟는 시간과 돈을

줄이고도 옷을 잘 입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처음 그녀를 본 것은 지방의 어느 백화점이었다.

소위 말하는 샵 마스터 인(한 브랜드의 매니저)

그녀는 같은 여자가 봐도 멋지고 패션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그렇게 멋지고 업계 1 브랜드 마스터로 수입도 상당했을 그녀가 출퇴근 때는 셔츠에 반바지 단벌숙녀라는  알게 되었고,  이유까지 알았을  나는 그녀에게  반하게 되었다.


그녀는 한가족의 가장이었다.

중증장애가 있는 아버지, 그런 남편곁을 하루 종일 지키는 소득 없는 어머니, 그리고 소득 없이 늦은 공부를 계속하던 여동생..

명실상부 패션을 주도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그녀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스타일링이 필요했던 것이다.

잘 다림질된 소매를 두어 번 접어 올린 정돈된 매무새의 셔츠와 깔끔한 반바지 라면 그녀가 어느 자리에 간다 해 도 패션을 모른다고 말할 수 없는 스타일링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매장에 진열된 화려한 고가의 옷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녀의 단벌 셔츠와 반바지를 보며 오드리 헵번의 진주와 까만 드레스를 연상하게 되었다.


오드리 헵번 은 세계 2차 대전의 피해 아동으로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던 유년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유니세프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고 전쟁이 끝난 후 화려한 배우의 삶을 산 오르리 햅번 은 훗날 배우의 삶도 내려놓고 굶주린 아이들을 돌 보며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오드리 헵번의 시그니쳐 인 진주 귀걸이와 진주 목걸이는 그녀의 맑은 영혼을 레이스나 패턴 한점 없는 까만 드레스는 화려하면서도 순결한 그녀의 삶을 닮았다.

 

이것이 그 시절 그녀의 셔츠와 반바지를 보며 오드리 헵번의 진주와 까만 드레스를 떠올리게 된 이유이다.  그녀의 반듯하게 다림질된 셔츠와 반바지는 그럼에도 당당한 그녀와 닮았기 때문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면 까만 폴라티와 청바지 가 떠오른다.

애플의 간결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디자인과 어딘가 닮은 스타일링이다.


학창 시절부터 워낙 패션이 주는 힘을 좋아했기에 29살 가을 회사를 그만두고 옷가게를 했던 나는 재킷 한벌 은 공 들여 소비하는 습관이 있다.


유행을 좇는 일을 하면서도 신경 써서 입어야 하는 이성과의 첫 만남, 거래를 위한 자리 또는 긴장이 되는 자리엔 항상 유행과 상관없이 내 몸에 잘 맞는 재킷에 청바지를 입곤 했다.

나는 낯가림도 있고 불편한 자리에 유독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기에 적어도 옷으로 나를 나답지 못하게 어색한 나를 보이게 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던 거 같다.


몸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지만 세련된 재킷!

세련된 걸 좋아하면서도 부끄러움이 많은 나와 닮 은 점이 있는 것도 같다.


사람들은 예전 내 직업을 알고 나면 옷 잘 입는 법 을 묻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나를 닮 은 아이템이나 그러한 옷 이 있나요?라고 묻고 싶다.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어떤 옷이 자기를 가장 돋보이게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나를 잘 아는 데부터 패션은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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