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다와 그냥 하다의 차이가 무엇일까?

저는 그냥 하는 사람입니다.

by 달빛소년


멋 부리고 잘하려다 물속에 처박힌 저 모습이 내 모습 같다. 그래 웃음이라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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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잘하고 싶은 것 하나는 있겠지.


잘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잘하지 못하는 아이러니. 잘하려고 먹은 마음이 날 구속시킨다.


잘은 올바르게 또는 좋고 훌륭하게, 그냥 어떤 작용을 가하지 않고 그 모양대로 하는 것이라고 사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본업, 부업, 읽기, 쓰기, 육아, 관계, 노래, 요리, 운동, 말하기 등 하루에 하는 활동들 솔직히 욕심이 난다. 다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화가 나면 화내지 않고 목탁을 두드리며 바다와 같은 마음으로 모든 잘못을 내가 감싸 안고 초월에 경지에 오르고 싶지만 시간을 좀 써야겠다 싶으니 시간이 정말 없다.

어릴 적 부모에게 들었던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시험으로 경쟁하고 평가받는 삶에 익숙해서 그런지 몸도 생각도 부자연스럽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신경 쓰는 것이 익숙해져 잘하지 못하면 그냥 하지 않게 되었다. 얼마나 더 살아야 그 차이를 알지 모르겠다. 잘하고 싶어서 아무리 고민해도 그릇이 넓지 못한 지 잘함과 그냥 함의 차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정말 무엇을 잘하고 싶은 걸까? 과정이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지 모두가 잠든 시간에 고민해 본다.

예술가의 삶의 행복과 편안함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낼 때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작품을 보고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예술가는 자신이 만든 작품이 명작이 될 것을 예측하면서 만드는 것인지 그냥 매번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결국 잘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쓰이고 그냥 하면 덜 쓰는 차이가 있지만 누구든 좋은 결과를 위해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똑같겠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에게 일이란 어떤 의미일까?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아니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수단인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함인지, 수많은 나날이 곁에 있어도 끊임없이 돌려야 소리가 나는 오르골처럼 태엽을 돌려 지금 자리에서 미래의 성공을 바라보고 성공에 다가가려는 욕심일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주어진 일은 더 많아지고 스트레스는 쌓여간다. 돈은 거북이처럼 느리게 따라오고 손에 잡히면 토끼처럼 달아난다.

일을 잘하고자 하는 내 마음이 실제 일을 잘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을까?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잘하고자 하는 내 마음은 일을 잘하는 것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나 둘 자리에서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속에 깊이 잠식되어 있는 불안함과 나도 언젠가 자리에서 떠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마저 잘 떠남과 그냥 떠남의 방법을 생각하느라 혼자 고민한다. 일을 그냥 하는 것보다 한 일을 잘 포장해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적극적으로 내가 한 일을 말하는 것보다 일을 잘하고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끔 혼자 노래를 부르러 가고는 하는데 잘하지도 못하면서 고음 노래를 부르곤 한다. 가수처럼 잘 부르고 싶어서 힘을 너무 주면 여지없이 고음 부분에 삑사리가 난다. 시도 때도 없이 흥얼거리고 운전하면서도 샤워하면서도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언제라도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잘하려고 무대에 서거나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르면 무리해서 목에 힘을 줘 좋은 노래를 망칠 때가 많은 것 같다. 잊고 싶었던 기억도 노래를 잘하지 못하지만 오디션을 몇 번 봤던 것과 코엑스에서 노래 대회에 참가해서 망쳐버린 기억이다. 잘하지도 못하면서 부활의 Never Ending Story를 부르다 망쳐서 친구가 창피하다며 도망갔다.

더 잘하는 것을 추구하는 욕심은 당연하겠지만 내 욕심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지는 않는다. 오늘 읽은 기사 중 20억 당첨된 사람의 사연을 듣고 5억이면 20억 보다 당첨이 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즉흥적으로 긁은 세 장의 복권이 당첨이 되지 않는 것처럼 잘하다와 그냥 하다의 결과는 모두 예측할 수 없다.

모두 하다의 결과이지 사실은 잘과 그냥의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노력이라는 것을 했다는 안정감은 이럴 때 내 휴식 시간을 줄이고, 조금 더 나에게 가혹하게 몰아붙이고 그래야 더 잘할 수 있다고 스스로 세뇌하는 거다. 그리고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며 내려놓지 못한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실뜨기하다가 엉켜버린 실과 같다. 양 손가락에 실을 걸고 풀어보려 하지만 뭉친 실은 풀리지 않는다. 실을 풀어보려 생각을 해도 안 풀린다. 그렇다면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해보는 것도 좋겠다. 어쩌면 우리가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끼는 것도 잘하려고 하다 보니 발이나 몸의 움직임이 꼬이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나마 잊고 있던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 그냥 하고 싶은 마음을 떠올린다. 내일 발표는 잘하기보다는 그냥 해야겠다.


참고자료


1) Oxford Langu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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