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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소년 Jun 16. 2024

뜻밖의 죽다 살아남

[저승사자가 군침을 삼키다.]

뼈를 내주고 생명을 구했다. 아직 갈 때가 아니지.

다친 게 죄야!! 그러니까 누가 다치래!? 제가 어릴 때부터 다치면 항상 들어오던 말입니다. 다친 것도 서러운데 항상 그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치면 다 내 잘못 내가 약해서 다친 것이라고 믿습니다.

부모님은 저를 남자라 강하게 키우려는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의 상처로 남아 있어요. 자주 다치는 아들이 속상해서 막말을 하고 비난한 걸까요? 누가 다치면 괜찮냐고 위로보다 내 그럴 줄 알았다 하면서 비아냥댔죠.

건강에 예민하게 굴었습니다. 남들 다 잘 시간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영양제도 잘 챙겨 먹어 건강하게 지내던 중 예상치 못하게 크게 다쳤습니다. 그렇습니다. 다친 게 죄입니다. 죄로 끝나서 다행입니다.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귀신 들린 것처럼 삶에서 처음 한 미친 짓으로 삶을 마감할 뻔했어요. 삼재라더니 악귀가 졸졸 따라다니는 모양입니다. 미신과 무당은 믿지 않는데 당분간 조심하라고 하는데 조심을 하지 않으니 바로 화를 입습니다. 더 크게 다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냥 뛰어내렸습니다. 무궁화호 열차가 달리는데 중간에 뛰어내린 것처럼 말이죠.

사람이 죽을 때 지나온 시간이 영화처럼 떠오른다는데 저는 그 짧은 시간이 슬로 모션처럼 느껴졌습니다. 도로에 얼굴로 떨어지려는 순간 최소 목뼈가 부러져 그 자리에서 죽거나 식물인간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내와 남은 두 아이는 어떻게 하지.. 아스팔트 바닥이 얼굴과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무게 중심을 잡아야 했습니다.

온몸이 도로에 쓸려 피가 났고 오른팔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좀비게임에서 보던 좀비처럼 팔다리가 쓸려 살점이 그대로 뜯어져 나갔고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날이 더워 반팔을 입었는데 옷이 모두 쓸려 갈렸고 입던 바지도 찢어졌습니다. 두꺼운 양말이 칼에 베인 듯 떨어져 나갔습니다. 충격으로 끼고 있던 선글라스는 박살 났습니다. 몸이 브레이크가 되어 머리를 부딪히지 않았습니다. 속도가 너무 빨라 차나 기둥에 부딪혔으면 죽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목숨이 하나인 인생이란 게임에서 남은 하트를 하나 썼습니다. 타고 있던 그것은 고물이 되었습니다.

보호 장비 없이 이 정도 속도로 바닥에 부딪혔으면 두개골이 부서지고 뇌진탕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겠죠. 본능적으로 팔이 먼저 나갔고 몸이 반응했습니다. 오른팔의 감각이 없고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온몸이 너덜너덜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낀 극한의 고통이었습니다. 주변 사람에게 119에 연락해 달라고 하고 부서지지 않은 휴대폰으로 겨우 주변에 말했습니다. 공원이고 주변 도로가 막혀서 구급대가 빨리 오지 못했습니다. 고통 때문에 여러 번 혼절했습니다. 목이 너무 말라 물을 계속 마셨습니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계속 누워있었고 최초 신고가 잘못 들어가 사고 지점을 찾지 못해 계속 아픈 상태로 기다렸습니다. 욕이 나왔습니다. 뇌진탕이나 심정지면 죽었겠다. 골든타임이 6분인데 사고 후 약 1시간이나 뒤에 응급실에 갈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았죠.

생애 처음 최고의 고통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 순간 크게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너무 아픈 상태가 오래되면 사람은 여러 번 정신이 혼미해지고 기절을 합니다. 그러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뇌에서 엔도르핀을 쏟아냅니다. 불쾌하고 더러운 기분이 들면서 웃음이 나는 상태가 됩니다. 통증에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습니다. 그 상태로 구급차가 도착했습니다. 도로 위에 누워있는 절 보더니 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아픈 팔은 어떻게 다쳤는지 모르니 조치를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대로 실려 휴일에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을 찾아 헤맸습니다. 난생처음 탄 구급차에 극한의 고통 끝내 움직이지 않는 손은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자신을 자책하면서 고통을 참아보려 해도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낍니다. 희미한 기억 너머로 계속 너무 크고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했다고 계속 말했습니다.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차가 반쯤 부서져 문이 열리지 않아도 멀쩡하던 몸이 망가진 것 같습니다. 엑스레이를 찍는데 방사선사가 너덜거리는 팔을 마음대로 움직입니다. 다시 기절합니다. 악한 소리와 고통이 계속 나옵니다. 휴일에 응급실에서 당직서는 젊은 의사는 상황이 좋지 않다며 빨리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대퇴골 이식 수술이나 철심, 플레이트, 나사로 빨리 고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팔이 으스러졌다고 합니다. 움직이지 않던 손이 다행스럽게 움직입니다. 떨어져 나간 살점에 아스팔트의 흙이 박혔습니다. 식염수로 세척하고 소독합니다. 아플 거라는 말에 너무 아프고 피가 계속 나지만 오른팔의 고통이 너무 심해 견딜만했습니다. 간단한 조치만 하고 수술은 집 근처에서 한다고 말했습니다. 움직일 때 부러진 뼈가 덜그럭 덜그럭 소리와 통증이 느껴집니다. 선택을 잘못했죠. 잘못된 행동은 때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아프니까 골절이다. 분쇄 골절이다. 극한의 통증입니다. 다쳐보니 의료가 무너졌음을 느꼈습니다. 지금 사회에서 크게 다치면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수술과 치료를 해 줄 병원이 없습니다. 다치면 안됩니다.

P.S. 다친 것은 죄가 아닙니다. 사고나 상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중요한 것은 다친 후에 어떻게 대처하고 회복하는가입니다. 다친 이유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는 불가피한 상황이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탓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기보다는 필요한 도움을 받고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구는 다치고 싶어서 다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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