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빛소년 Jul 11. 2024

우천 시는 어디에 있는 도시죠?

[선생님, 우천 시 아파트 시세는 어떻게 됩니까!?]


얼마 전 어린이집 9년 차 보육교사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습니다. 젊은 학부모들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며 수준을 지적했습니다. 학부모에게 공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우천 시에 00으로 장소 변경’ 그랬더니 일부 학부모가 우천시라는 도시에 00으로 장소를 바꾸는 거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섭취, 급여, 일괄 등의 말도 이해를 못 한다고 하는데 정말 모를 수가 있나 싶습니다. 모를 순 있는데 참 성의가 없는 것 같아요. 보내는 선생님이나 그걸 받아서 찾지 않는 학부모 둘 다요. 비가 올 때라고 보내도 충분한데 말이죠.


요즘 같이 검색하면 다 알 수 있는 세상에서 이런 걸로 연락을 한다고 하니 어린이집 보육교사도 힘든 직업 같습니다. 알려주거나 찾아보면 아는 걸 가지고 문해력이 떨어진다. 무식하다고 비난하는 것도 좀 별로인 것 같지만 이제는 알려고 하지도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알바나 취업을 할 때 ‘모집 인원 0명’으로 숫자를 써놓지 않고 공고를 내는 것도 있습니다. 숫자를 적지 않는다는 건 한 자릿수로 뽑는다는 뜻인데, 일부는 왜 0명을 뽑는 것이냐, 장난치는 거냐며 황당한 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문해력은 경험이 많은 훌륭한 형사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형사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물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분석하는 것처럼,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단어들이 문장에 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이해하는 겁니다. 형사가 여러 증거와 단서를 모아 퍼즐을 맞추듯이, 범인을 찾아가고 범행 동기를 밝히는 과정처럼 문장에서 단어들이 어떻게 합쳐져 의미를 만드는지 이해하는 과정은 중요합니다. 어느 정도 퍼즐이 완성되면 형사는 전체적으로 그림을 그리죠. 모여진 단서를 종합해, 범행 동기를 파악하고 부족한 수사에 대해서 추론하죠. 이게 문맥을 이해하는 겁니다.


범죄를 추적하는 것은 사건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나 사건을 쫓아가기 때문에 진실을 밝히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Y와 같이 진실을 찾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고 중요한 겁니다. 그것들도 여러 가설을 세우고 그중 현실적인 가설을 추려내어 논리를 따지는 과정이죠. 여기서 형사의 경험이 빛이 납니다. 사건이 마무리되면 보고서에 정리합니다. 


SNS와 미디어 시대를 살면서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문해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대의 주류는 기성세대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러한 표현을 읽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문해력이 곧 공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교육 단체들은 흔히 유튜브 등과 같은 영상 매체에 익숙해지고 독서를 멀리하기 때문에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근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내고 학생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생존을 위해 과도한 문해력을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수학문제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장문의 글이 쓰여있습니다.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내야 변별력이 생긴다고 하고 또 학부모는 그 변별력을 위해 학원을 보내니까요.


문해력이 좋다고 또 뭐 공부를 잘하고 써먹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문해력이 부족하면 곧 무식하다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니 그것 또한 골치 아픈 일입니다. 몰라도 잘 살 수 있지만 불편할 뿐이죠. 조금 안다고 모르는 사람을 상식이 없다고 손가락질하고, 몰라도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고 뭐든 적당한 것이 좋은데 요즘엔 참 적당히가 없어요. 적당히가.


P.S. 모르면 찾아보면 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삶을 존중할 때 출산율은 오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