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날만 같아라!?]
아무것도 하기 싫어.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만 하고 싶은 추석
추석에는 조상님에게 차례와 성묘를 지내고,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과 친척을 통해서 삶의 위안을 얻는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명절이었습니다. 사회가 변하고 문화가 바뀌고 있어 추석의 의미가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추석을 보내는 모습은 사라지고 각자 시간을 보내는 재충전의 시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1인 가구도 굉장히 많아졌기 때문이죠. 요즘 청년들은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취업과 동시에 자발적으로 독립을 하거나, 취업을 하지 못해 독립을 하지 못하더라도 싫은 소리를 하는 가족들과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합니다.
가족이 모두 모여서 서로 농사를 짓거나 함께 일을 해야 하기에 사이가 좋고 협동해야 하는 문화도 산업화와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도시에 살아가고 있어요. 어른들도 모두 서울이나 경기도 그리고 인천과 같은 도시에 살고 있습니다.
제사나 차례도 지금도 추석 귀경길은 이어지고 있지만 예전보다 훨씬 덜 심해졌어요. 산업화 이후 제사, 성묘 등의 추석 문화는 없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 예매로 기차도 예매하지만 제가 어린 시절에는 서울역에서 기차를 구하기 위해 노숙을 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신문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추석 선물세트도 제가 어릴 때는 이렇게 다양하게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있던 것은 비누, 치약, 식용유, 커피, 참치캔 등이 흔한 단골 메뉴였습니다. 선물세트로 들어온 참치를 처음 먹을 때 너무 맛있었습니다. 행복했던 기억입니다.
어릴 때 추석에는 가족들이 모여서 평소에 먹을 수 없었던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용돈을 받을 수 있기에 기다려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추석이 별로 반갑지 않아요. 결혼을 하고 아이가 둘이나 태어났고 키우고 있습니다. 두 아이와 아내와 보내는 추석은 좋아요. 그런데, 과거처럼 부모님 또는 친척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겁지 않아요.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사회의 생활비가 너무 비싸지고 개인에게 주어진 역할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4인 가구의 법적 최저생계비는 3,072,648원입니다. 월평균 소득이 320만 원 정도 되니까 외벌이를 한다면 한 사람의 소득으로는 4인 가구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부모님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엄마와 아빠 모두 피로할 수밖에 없죠. 생활비가 부족하다면 정말 집에서 쉬고 싶은데 명절이라고 여기저기 다녀야 합니다. 먹고살기 힘들면 명절이 싫은 법입니다. 빈 손으로 갈 수 있습니까!?
멀리서 온다고 음식에 이것저것 준비했으니 용돈도 드려야 하고 선물도 사야 합니다. 기름값은 조상님이 내주지 않습니다. 가구의 소득이 늘지 않으니 여기저기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것도 스트레스입니다. 만나서 할 말도 없고 불편하기도 하죠. 취업은 언제 할 거니, 집은 언제 살거니, 애들 공부는 잘하니 등등 마음의 상처가 되는 말이라도 듣는다면 혼자 잘 소화해야 합니다.
[차례에 대한 현자의 댓글]
정말 재미있는 댓글이죠. 저도 조상님이 부부싸움하고 이혼하라고 부추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추석이 3일의 공휴일로 지정되고 자동차가 보급되어 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에 몰려 귀성길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남들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운 좋게 먼저 도착하면 승자인 것처럼 뉴스를 틀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10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고속도로에 꽉 찬 자동차를 보면 일찍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도 많이 발생했습니다. 추석이 가장 풍족했던 것은 IMF이전에 잠깐 이었던 것 같습니다. 풍족했던 IMF 이전의 잠깐을 지나 2000년의 추석에는 역귀성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가족들이 다 흩어져 도시에 사는데 농촌에 사는 부모님을 보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자식들이 내려가는 것보다 부모님이 올라오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역귀성이라는 단어가 유행했습니다. 조상을 잘 만나 조상덕 본 사람들이 해외여행 가는 시대 기이도 했죠. 지금은 KTX, SRT, 비행기, 자동차 등 여러 가지 교통수단이 있어도 쉽게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래도, 길게 보면 즐겁게 쉬라고 연휴가 있는 것인데 연휴의 즐거움을 오래 간직하고 재충전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시길 기대합니다.
P.S. 추석이라도 보름달을 보며 걱정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