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년의 삶

꾸준히는 촌스러운 말이 돼버린 걸까?

내가 꾸준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

by 달빛소년

ㅁ 꾸준히 : 한결같이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는 태도로, 다소 느릴 수밖에 없다.


1.png 직접 촬영


꾸준하다는 말이 있다. 요즘 꾸준히 무엇을 한다는 이야기를 사회에서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어렴풋이 꾸준하다는 말의 뜻을 되새겨 본다. 좋은 의미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닌 것도 같다. 꾸준하다는 형용사로 사전에 따르면 한결같고 끈기 있다. 큰 변화나 굴곡 없이 일정하다. 모두 안정적인 단어이다. 한탕주의와 일확천금을 바라는 사회에서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다소 바보 같아 보일일 수 있다. 실제로 쉽게 번 돈은 마약과 같아서 한번 경험하고 나면 중독성이 있고, 어느 책에 읽었는데 월급도 마약과 같아서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꾸준히 회사를 다녔지만 월급날에는 통장의 잔고는 텅 비어 버리고 다음 월급을 기약하며 열심히 일을 한다. 누구는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느니, 부동산이 또 올랐니, 코인으로 천배 벌었다느니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용이 산을 날아다닌다는 신화 속의 이야기인 듯하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꾸준하게 무엇을 하라고 알려주는 것보다 엄청나게 많은 일을 깊이 빠지지 않는 정도로 해보라고 하는 것이 더 걸맞은 사회일지도 모른다. 친구와 최근 나눈 이야기 중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다. 가다가 아니다 싶으면 돌아온다. 요즘은 이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니 격하게 공감한다. 친구는 지금까지 간 길이 아쉬워서 아닌 줄 알면서 돌아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고 했다.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꾸준히 하면 잘할 수 있다는 말을 해주지만 그것은 먼 훗날 밝혀질 거짓말 일지도 모른다. 꾸준히 했는데 안되면 그 시간이 얼마나 아까울 것이며 날린 기회비용이 얼마나 클까 생각해본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부모인 나인가? 책을 많이 읽지만 자기 계발서에 등장한 꾸준히 무엇인가를 하면 성공한다고 하는 저자에게 정말 꾸준해서 성공한 거 맞아요라고 묻고 싶다. 근데, 사실 꾸준하게 무엇인가를 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면 각자의 자아에서 느끼는 것이 있겠지.


부지런함과 끈기가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을 이제 누가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온갖 일확천금을 노리며 한탕 주의에 빠져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은 즐기지 못하고 단번에 부자가 되는 결과를 기대하며 로또를 사지만 매번 꽝이다. 나와 남을 비교해야 속이 후련한 사회이다. 주위를 둘러보라. 꾸준히 해서 끈기가 성공을 보장한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지 한때는 열풍이었던 노량진의 공무원 준비생들도 이제는 줄어가고 있다. 정년이 보장되고 꾸준히 버티면 노후에 먹고살 수 있는 연금이 나오는데도 꾸준히 하려는 사람이 줄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퇴근하고 일을 몇 개씩 더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꾸준함 느림의 미학 그런 것은 없다.


그렇다, 꾸준하다는 말은 이제 촌스러운 말이 된 것이다. 꾸준함은 느리고, 답답하고 구시대 적인 말이 되어버린 걸까?


"꾸준히 해보세요! 그럼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라는 덕담은 이제 들어 볼 수 없다. 꾸준히 무언가를 해보라고 하면 꼰대가 되는 사회이다. SNS와 유튜브, 뉴스들 도시의 빠르고 신속한 삶이 꾸준히라는 단어를 삼켜버린 것 같다. 삼켜진 꾸준하다는 말은 다시 토해내지 않는다. 빠르게 바뀌고 새로운 지식은 뒤처지지 않게 소화해야 한다. 그렇게 지성이 없고 감동이 없는 지식은 대충 날려 적은 내 필체처럼 머릿속을 떠돌아다닌다. 누워서 잠드는 순간까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의 직업은 조금만 노력해서 찾아보면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현실을 너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니, 식당에서 설거지하고 재료 손질해서 오랜 시간 기본기를 갈고닦는 것보다 어 아닌 것 같네 하면서 접으면 그만이다.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하루를 보낸다.


꾸준히 공부하고 꾸준히 회사를 다니지만, 꾸준히 나를 들여다볼 수 없는 시대이다. 끈기라는 것은 속도가 나지 않고 느리고 답답한 것으로 보인다. 자아조차 챙기지 못하는 이 불쌍한 이 시대에 꾸준한 나는 소멸하고 있다. 나는 묵묵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매일 읽고 배우고 쓴다. 그 다짐을 하고 적어도 하루도 쉬지 않았다.

꾸준히 책을 읽고 꾸준히 글을 쓰고 꾸준히 행복하고 싶다


세상은 나 빼고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꾸준하게 성장하는 과정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있다. 가슴 뛰는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느리게, 느리게, 조금만 더 느리게- 꾸준함은 느린 것과 잘 어울린다. 세상은 나 빼고 빠르게 돌아가라고 하라지. 나는 나의 속도로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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