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CMH Oct 17. 2023

노란 꼬순내 #1


귀여운 털뭉치

강아지 발에서 꼬릿 한 냄새가 꼬순내의 대명사다. 어릴 적 학교 앞에서 판매하는 병아리의 꼬릿 한 꼬순내가 기억난다. 지금은 시골 시장에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병아리이지만 예전에는 흔히 구할 수 있는 병아리였다.


어린 시절 노란 병아리는 작고 소중함 그 자체였다. 병아리는 소중함과 애틋함을 느끼게 해 준 생명체였다.

학교 앞에서 판매하는 병아리는 왜 그리 잘 죽는지 아이들의 동심파괴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따스한 봄날이었다. 학교 앞 병아리 아저씨가 또 왔다. 매번 구경만 했다. 그동안의 욕망을 실현하고 싶다. 이번에는 엄마랑 극적 협상을 통해 병아리를 데려 오기로 했다. 사실 그냥 샀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병아리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건강한 녀석을 찾아 신중에 신중을 기해 본다. 많은

병아리는 왜 이렇게 졸고 있는지 궁금했다. 팔려가기 싫어서 졸린 척하는 걸까? 병아리나 사람이나 꾀부리는 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빨리 선택해야 한다. 만져도 보고 쓰다듬어 보기도 한다. 첫 병아리 입양이라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 인생에서 최대 고민이다.


팔려가는 병아리가 늘어나자 줄어든 병아리에 마음이 급해진다. 병아리 아저씨는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짐을 싸고 있다. 마음이 더욱 급해진다. 어쩔 수 없이 제일 힘차게 울어대는 녀석을 손 위에 올려 본다. 작은 발톱에 따끔했다. 그리고 병아리의 삐약 소리가"집에 가자"로 들렸다. 긴장한 마음이 금방 녹아내린다.


슈퍼에서 과자를 사는 기분과는 다르게 기대와 걱정이 밀려온다. 긴장했던 건 병아리도 같은 마음인듯 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똥을 손위에 떨어뜨렸다. 더럽다는 마음보다 따끈한 기분에 기분이 묘했다. 어린 마음이지만 무언가를 책임진다는 것에 기분이 지금도 잊어지지 않는다.


병아리와 나는 집에 오자마자 날카로운 소리에 움츠러 든다.


2부에서 





















작가의 이전글 무인도 카페 사장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