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일기 #3
처음 목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를 가장 매료시킨 것은 바로 ‘짜맞춤’ 이라고 불리는 '주먹장' 장부였다.
한 나무의 서로 다른 면이 칼같이 맞물리며 드러나는 묘한 자연미와 인공미에 감탄이 나왔다.
'짜서 맞춘다'는 짜맞춤 방식은 철제 못이 없던 아주 옛날부터 나무로 집을 지을 때나 가구를 만들 때 나무와 나무를 결합하는 방식이 발달해 온 것일텐데, 그래서 단순히 아름다움이 이외에도 기능적으로 아주 공학적(?)이고 과학적이다.
여러 짜맞춤/결구 방식 중 하나인 '주먹장'을 보더라도 이름 그대로 두 주먹을 깍지를 낀 것처럼 잘 빠지지 않고 강하게 맞물리게 만드는 결합 방법이다.
나를 목공의 세계로 인도(?)한 것은 이 '짜맞춤'이었고, 여전히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이 짜맞춤, 장부 맞춤이다.
아무튼,
#매리앤우드 에 와서 처음으로 선생님께서 알려주시고 해보라고 한 것이 짜맞춤, 그 중에서도 #사개물림 #사괘물림 이었다. (사괘, 사개, 뭐가 정확한 건지 아직 모르겠음...)
이 방법은 한옥에서 기둥과 보를 연결할 때 많이 쓰이는 전통 결구(결합) 방법인데, 얼핏 떠올려보면 절이나 한옥들 윗부분이 다 저런식으로 생겼던 것 같다.
공방 선생님들께서 이 맞춤법에 대해 설명해주시면서 조선시대때 멀리 시골로 유배 간 선비들이 한양의 집을 분해(?)해서 유배지로 가져가 다시 재조립해서 살았다고 한다. 어찌보면 한옥이 조립식 건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전에 주먹장과 box joint(사개맞춤)를 여러번 해봤지만, 사괘물림은 처음이다.
열심히 톱질, 끌질, 망치질을 거쳐 마지막에 각각이 빡빡하게 맞아 들어갈 때,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는다.
못을 박거나 기계를 쓰면 정말 금방 끝날일을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훨씬 긴 시간 동안 공들여 가공을 한다. 이런 초광속 시대에, 오히려 가장 아날로그적이라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선생님께서도 하란대로 잘 했다고 해주셨고, 개인적으로도 꽤나 만족스럽고 재밌었다.
짜맞춤을 하면서 나에게 가장 즐거운 부분은 끌을 잡는 순간 정신처려보면 정말 순식간에 몇 시간이 지나가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몰입해 있다는 것이고, 그 어떤 잡생각 하나없이 나무결 한겹 한겹의 작은 오차를 줄여가며 집중하게되는 순간이다.
뇌과학적, 뇌건강적 으로도 몰입이 더욱 필요한 시대, #도파민 범벅의, 각종 자극적인 것들로 절여진 스마트폰/영상 시대를 살아가는 성인들에게 이 #짜맞춤 이 나무로 하는 #레고 #LEGO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