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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하는 레고, 목공 짜맞춤

목공일기 #3

by 참새 목공소 Jan 10. 2025

처음 목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를 가장 매료시킨 것은 바로 ‘짜맞춤’ 이라고 불리는 '주먹장' 장부였다.

윗판과 옆판이 맞물리는 부분이 '주먹장', 정말 이쁘다. (https://www.philadelphiafurnitureworkshop.com)윗판과 옆판이 맞물리는 부분이 '주먹장', 정말 이쁘다. (https://www.philadelphiafurnitureworkshop.com)

한 나무의 서로 다른 면이 칼같이 맞물리며 드러나는 묘한 자연미와 인공미에 감탄이 나왔다.

'짜서 맞춘다'는 짜맞춤 방식은 철제 못이 없던 아주 옛날부터 나무로 집을 지을 때나 가구를 만들 때 나무와 나무를 결합하는 방식이 발달해 온 것일텐데, 그래서 단순히 아름다움이 이외에도 기능적으로 아주 공학적(?)이고 과학적이다.

여러 짜맞춤/결구 방식 중 하나인 '주먹장'을 보더라도 이름 그대로 두 주먹을 깍지를 낀 것처럼 잘 빠지지 않고 강하게 맞물리게 만드는 결합 방법이다.

주먹장 (출처 : https://takeiteasyno.tistory.com/36)주먹장 (출처 : https://takeiteasyno.tistory.com/36)
두 주먹을 깍지 낀 모습과 똑같다두 주먹을 깍지 낀 모습과 똑같다

나를 목공의 세계로 인도(?)한 것은 이 '짜맞춤'이었고, 여전히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이 짜맞춤, 장부 맞춤이다.

아무튼,

#매리앤우드 에 와서 처음으로 선생님께서 알려주시고 해보라고 한 것이 짜맞춤, 그 중에서도 #사개물림 #사괘물림 이었다. (사괘, 사개, 뭐가 정확한 건지 아직 모르겠음...)

이렇게 생겼다. 그야말로 조립에 가깝다. https://tbtb722.tistory.com/109이렇게 생겼다. 그야말로 조립에 가깝다. https://tbtb722.tistory.com/109
한옥에서 기둥과 보를 연결할 때 많이 쓰이는 결구 방법이다. https://tbtb722.tistory.com/109한옥에서 기둥과 보를 연결할 때 많이 쓰이는 결구 방법이다. https://tbtb722.tistory.com/109

이 방법은 한옥에서 기둥과 보를 연결할 때 많이 쓰이는 전통 결구(결합) 방법인데, 얼핏 떠올려보면 절이나 한옥들 윗부분이 다 저런식으로 생겼던 것 같다.

공방 선생님들께서 이 맞춤법에 대해 설명해주시면서 조선시대때 멀리 시골로 유배 간 선비들이 한양의 집을 분해(?)해서 유배지로 가져가 다시 재조립해서 살았다고 한다. 어찌보면 한옥이 조립식 건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전에 주먹장과 box joint(사개맞춤)를 여러번 해봤지만, 사괘물림은 처음이다.

기둥이 될 놈을 먼저 가공한다. 4개 여서 사개, 사괘가 아닐까 싶다.기둥이 될 놈을 먼저 가공한다. 4개 여서 사개, 사괘가 아닐까 싶다.
기둥과 맞물리게 될 놈들, 둘 다 똑같이 생겼다. 중간에 홈을 파는 것이 어렵다 (사전에 금을 그어 놓더라도, 가공하면서 다 지워지기때문)기둥과 맞물리게 될 놈들, 둘 다 똑같이 생겼다. 중간에 홈을 파는 것이 어렵다 (사전에 금을 그어 놓더라도, 가공하면서 다 지워지기때문)
밑에 들어갈 놈을 먼저 끼운다. 가장 긴장되면서도 가장 설레는 순간.밑에 들어갈 놈을 먼저 끼운다. 가장 긴장되면서도 가장 설레는 순간.
1차 결합1차 결합
2차 결합 시도2차 결합 시도
완성!완성!
와이프 왈 : '이거 흉기 아냐?'와이프 왈 : '이거 흉기 아냐?'

열심히 톱질, 끌질, 망치질을 거쳐 마지막에 각각이 빡빡하게 맞아 들어갈 때,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는다.

못을 박거나 기계를 쓰면 정말 금방 끝날일을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훨씬 긴 시간 동안 공들여 가공을 한다. 이런 초광속 시대에, 오히려 가장 아날로그적이라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선생님께서도 하란대로 잘 했다고 해주셨고, 개인적으로도 꽤나 만족스럽고 재밌었다.


짜맞춤을 하면서 나에게 가장 즐거운 부분은 끌을 잡는 순간 정신처려보면 정말 순식간에 몇 시간이 지나가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몰입해 있다는 것이고, 그 어떤 잡생각 하나없이 나무결 한겹 한겹의 작은 오차를 줄여가며 집중하게되는 순간이다.

뇌과학적, 뇌건강적 으로도 몰입이 더욱 필요한 시대, #도파민 범벅의, 각종 자극적인 것들로 절여진 스마트폰/영상 시대를 살아가는 성인들에게 이 #짜맞춤 이 나무로 하는 #레고 #LEGO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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