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릉밈씨 Oct 06. 2023

Who Shot Ya? 비기와 투팍

 지난 추석, 생각지도 못한 굿 뉴스가 있었다. 만 27년을 꽉 넘기고도 미해결 상태였던 투팍(2Pac)의 사살범이 체포되었다. 투팍의 유족들이나 팬들이 얼마나 고대하던 뉴스란 말인가? 역시 사람은 일단 오래 살아야 한다. 오래 살아서 못된 짓을 한 사람이 인과응보를 받는 모습을 두 눈 부릅뜨고 확인해야 한다. 단지, 투팍이 살아서 직접 이 뉴스를 접했다면 좋았겠지만 말이다.


동부 힙합 VS 서부 힙합, 비기와 투팍


 동부 힙합의 전설 '비기',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The Notorious B.I.G.)와 서부 힙합의 전설, 투팍. 나는 구욷~이 꼽자면 비기에게 더 끌렸었다. 처음 접한 곡은 마이클 잭슨의 'Unbreakable'로, 피처링을 한 곡일 뿐이지만, 그것도 생전에 녹음한 벌스가 사후 단순 삽입된 곡일 뿐이지만, 당시 중학생이었던 내 마음에 Hook! 꽂혔다.


Michael Jackson - Unbreakable (Audio) ▶ https://youtu.be/WNQiROr5_AY?feature=shared


The Notorious B.I.G. - Big Poppa ▶ https://youtu.be/phaJXp_zMYM?feature=shared


 덩치 큰 무서운 오빠 느낌이지만 묵직한 듯 초콜릿같이 부드러운 래핑도 좋다. 외강내유일 거라 생각은 해보았지만 실제로 투팍이 자신의 1차 총격사건의 배후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와 당시 그의 소속 레코드사 사장이었던 퍼프 대디를 지목하며 'Hit 'Em Up'을 발표하였을 때 아기처럼 엉엉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인터뷰에서 'Hit 'Em Up'을 들은 기분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투팍은 그저 투팍이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상처받았지만 나는 그와 똑같은 행동은 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는 이야기를 읽고 참으로 이지적인 답변이며 정말 멋있는 태도를 보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 주관적인 입장에서) 경솔하게 의심부터 하는 투팍보다는 비기가 더 좋았다. 

미수로 끝난 투팍을 향한 1차 총격사건 당시 피투성이가 된 자신을 보고 아무렇지 않았던 비기와 배드 보이 레코드 사람들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다는 당시의 투팍의 어느 잡지 인터뷰를 읽고, 그거 그냥 느낌적인 느낌으로 아무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는 거 아닌가 느꼈다. (이런 나도 몇십 년 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촉만으로 상간녀를 찾아내게 되는데.. (생략))


 미국 힙합 씬은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는데 나 혼자 비기에 마음을 기울이며 속으로 동부냐, 서부냐 갈등하였다.


힙합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디스곡 <Hit 'Em Up>


 비기와 배드 보이 레코드를 향한 투팍의 디스곡 'Hit 'Em' Up'을 처음 들었을 때, 하도 적나라한 가사에 이거 비기한테 너무 심한 거 아닌가 하면서도 뮤직비디오는 N번을 감상했다.


2Pac - Hit 'Em Up (Dirty) ▶ https://youtu.be/41qC3w3UUkU?feature=shared


 으르렁거리는 거친 랩 톤인데 보통 같이 들릴법한 가래 섞인 사운드(?) 하나 없이 발음이 아주 깨끗하게 잘 들린다. 비기보다 훨씬 작고 귀여운 체격에 예쁜 눈을 가진 사람이 두려운 기색 하나 안 보이는 또렷한 눈빛을 발사하며 랩을 한다. 이런 게 소위 말하는 남성적이어서 멋진..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투팍의 노래 'California Love'. (Mix 버전보다 원곡 버전을 조금 더 좋아한다.)

 2Pac - California Love feat. Dr. Dre (Dirty) ▶https://youtu.be/mwgZalAFNhM?feature=shared


 행복하면 행복하다, 사랑하면 사랑한다, 화나면 화난다, 미안하면 미안하다.. 거침없이 솔직한 감정을 표출하던 투팍은 거의 목숨 걸고 싸우자고 선전포고한 노래인 'Hit 'Em' Up'을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살해당했다. 불꽃같은 인생이었다. 


 그리고 반년 뒤 비기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했다. 투팍 사이드에서의 보복 살인으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진실은 없다. 누가 그들을 쏘았을까? 이번에 체포된 투팍 사살범의 진술처럼 정말 퍼프 대디로부터 시작된 청부살인일까? 곧 진실이 드러나기를 기대해 본다.


 별로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요새 틱톡 챌린지 곡으로 더 유명한 퍼프 대디의 비기 추모곡 'I'll Be Missing You'를 마무리로 첨부한다. 비기와 투팍, 젊고 창창했지만 인생을 빼앗겨버린 두 전설을 함께 추모하며.



Puff Daddy [feat. Faith Evans & 112] - I'll Be Missing You ▶ https://youtu.be/NKMtZm2YuBE?feature=shared

작가의 이전글 비욘세 르네상스 투어 in 시애틀 후기 ③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