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와 가해 사이의 오셀로 게임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까 계속 칼국수가 당겼다. 그 주에만 칼국수를 5차례나 먹었음에도 주말이 되자마자 다시 명동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시간을 잘못 맞춘 탓에 본점을 가도, 분점을 가도 웨이팅이 있었다. 원래 선호하는 본점으로 다시 갈까 하였으나 귀찮아서 그냥 멈춰 서 있을 때 한 연예인 그룹이 길을 지나갔다. 나는 어쩐지 연예인이 좀 불편한 타입이다.
'설마 여기서 식사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혼자라서 합석하기 십상인데.. 아니야, 줄 좀 떨어져 있으니까 아닐 거야.'
아니길 바랐는데 불운하면 빠지지 않는 내 인생, 테이블은 달랐지만 혼밥이었던 데다가 닭장 같은 식당 구조 탓에 사실상 그 연예인 그룹과 붙어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주말이라 많은 가족 단위의 사람들 속에 혼자 식사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데, 혼자서 사리까지 2인분 먹을 작정을 하고 방문했는데, 그 연예인 그룹 탓에 내 쪽까지 사람들의 시선이 같이 쏠려 이래저래 너어무 불편했다.
아니나 다를까, 굳이 그 연예인 그룹에 대하여 큰 소리로 떠드는 테이블이 있었다.
"(동석한 어린 자녀들을 향해) ××다, ××."
그러자 그 연예인의 시선이 곧장 화자 쪽을 향했다. 아무래도 거슬리겠지.
"그게 누군데, 아빠?"
- "있어. TV 나오는 사람. 식사하러 왔나 봐. 에효, 저 삼촌도 사람인데 밥은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니냐."
뭐래? 굳이 당사자 다 들리게 떠들어대는 것도 모자라 웬 남의 끼니 걱정? 내가 다 신경질이 나 아이 아빠를 째려보게 되었다.
어느 집단에나 있다. 좀 눈에 띄는 사람 굳이 설설 건드리며 치대는 족속. 가만히 내버려 두면 될 것을 굳이구욷이이 본인이 건드려놓고 무어라도 반응하면 갑자기 돌을 맞은 듯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어수선했던 것도 잠시, 식사가 나오자 연예인 테이블이건 가족 테이블이건 관계없이 모두들 식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음식 먹는 소리 외에 고요했던 적막을 깬 건 이번엔 연예인 쪽 테이블이었다. 그는 맞은편 쪽 동료 연예인을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듯이 소속사 이야기, 다른 동료 이야기를 감추지 않고 하기 시작했다.
'일부러 떠드는 것 같은데 관심 달라는 거야 뭐야?'
'저렇게 사람들 속에서 떠들며 떡밥 던져 놓고 나중에 일이 좀 꼬이면 네티즌 탓을 하며 고소를 한다는 둥, 조용히 밥 한 끼 먹고 싶었을 뿐인데 사생활을 지켜달라는 둥 불쌍한 척을 하겠지.'
두 번째 칼국수 그릇을 비워가며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연예인과 팬덤. 관종과 오지라퍼. 사달이 나면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알 수 없는 공생관계.
많은 논란이 있었던 숱한 연예인들 속에서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은 아직도 논란인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이다.
Britney Spears - Chaotic ▶ https://youtu.be/MEMzb3M2aOU?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