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나의 하루는 학교, 마트, 집 이게 다였다.
하교 후 집 근처에 있는 조그마한 할인 마트에 들러서 프링글스 한 통을 사서 집으로 간 뒤
씻지 않은 채 책상에 엎드려 휴대폰으로 경찰 관련 유튜브만 주야장천 쳐다보았다.
핸드폰을 쳐다만 봤다는 말이 어울리는 말인 거 같다.
동영상 하나가 끝나면 다른 걸 재생하고 다시 또 재생하기를 반복했다.
엄마의 부탁에 못 이겨 난 자퇴를 하지 않고 인문계로 전학을 갔다.
울고 불고 그러면서도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했다. 하루하루 망가졌던 나날이었다.
하루는 아빠가 나를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는데
자퇴하지 말고 그냥 다니라고, 3년만 참아라며 자동차 핸들을 안고 우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는 돈이 없으니 여기서 저렴하게 다녀라, 이 학교만 졸업하면 넌 더 성장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시던
아빠.
그땐 참 미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나의 마음속 죄책감으로 가득 찬 불편한 공기로 삶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2017년 8월,
내 생일.
공부할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는데, 누군가 '죽어'라고 톡 밀치기만 하면 정말 그럴 수 있는데
난 독서실에 가야만 했다.
독서실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웠는데 밖에 내리던 폭우가 나의 마음 같아서
썩어버린 마음만 들고 밖에 나가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거리를 걸었다.
주변에서 이상하게 봐도 개의치 않았다.
비가 내리는 건지 내가 오열하고 있는 건지 아무도 모를 거기 때문이다.
내 입으로 말하긴 쑥스럽지만
내가 고등학교만 잘 버텼어도 지금 세계를 누비며 뛰어다녔을 거다.
이건 확신한다.
다만 자만했겠지.
우울증이라는 큰 벽을 넘지 않고 그럭저럭 버티다가 큰 무대에서 놀아 다녔겠지.
그리고
엄마의 짐이 되지 않았으려나?
아빠의 눈물이 되지 않았으려나?
10년이 다 되어감에도 여전히 나의 죄책감은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