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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읽는남자 Nov 12. 2023

내 영혼을 리콜해 주세요

자동차 엔진오일 갈듯이 내 영혼을 높이 들어 올려 아래 뚜껑을 열고 검고 찐득한 물질을 모두 뽑아내고 싶다. 그런 다음 투명하고 반짝이는 최신형 오일을 가득 채워 넣고 나면 내 인생은 찌꺼기 없이 붕붕 좋은 소리를 내며 다시 잘 달릴 수 있겠지.


아니, 엔진오일뿐만이 아니라 이참에 그냥 전체를 새 걸로 다시 받고 싶다. 차체에 흠집도 많이 났고, 타이어 공기압도 거의 빠져서 흐물흐물해졌으며, 시트 색도 바래서 누렇고, 브레이크에서는 끼익 끼익 소리도 나는 등 총체적으로 문제가 많다. 반납하고 새 걸로 받고 싶다.


리콜해 주시오.


제목을 ‘내 인생 리콜해 주세요’라고 하려다 지금 이 상태로 인생을 바꿔 본 들 크게 나아질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나마 영혼을 교체하면 지금부터라도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니 그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했다.


나만 빼고 다 바뀌는 세상, 그리고 그것이 하필 나에게만 유리하다는 웹 소설의 회귀나 먼치킨류는 그저 소설에나 나오는 허구일 뿐이지만, 현실은 내가 먼저 변하고 서서히 내 주변도 달라지는 과정으로 가야 한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고로, 내 제목은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다만 그 방법만 모를 뿐이다. 앞으로 여러 번 이야기하겠지만 그건 누가 알려준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변화와 성장에 관한 정보는 이미 차고 넘친다. 자기 계발서를 여러 권 읽어봐도 다이내믹한 큰 변화는 없다. 본인이 직접 경험하고 깨달아 가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예를 들어 ‘자동차 엔진 오일 셀프로 갈기’라면 정보는 이미 책이나 영상으로 많이 있고 그저 따라 하면 되는데 막상 시도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시도 자체가 버겁기도 하고.


그런 연유로 이번 시리즈에서 영혼 갈아치우기의 ‘방법’을 중요하게 다룰 생각은 없다. 그건 그냥 서점에 가서 나를 변화시키는 00가지 방법 같은 책을 읽는 편이 훨씬 나으니까 그쪽으로 가시면 될 것 같고, 나는 그저 리콜해 달라, 정부는 각성하고, 기업은 퇴진하라 같은 헛헛한 소리만 찍찍 내뱉고 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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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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