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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해준 Feb 07. 2024

라이언(Lion) - 가스 데이비스

감동 실화 - 구글 어스로 찾은 25년 만의 집

달리는 기차 위에 아이들이 올라타 석탄을 훔친다.

눈앞을 향해 다가오는 머리 높이의 터널.

"위험해!!!"

기차가 어두운 터널 안을 지나고, 형은 개선장군처럼 기차 위에 서 있다.

누더기 옷에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아이들은 그날 훔친 것을 우유 두 봉지와 바꿔 먹었.


때는 1986년이었다.

남편 없이 돌을 날라서 생계를 이어가는 어머니는 세 아이를 보살필 여유가 다.

그날 밤도 어머니는 일하러 나갔다.

다섯 살 사루는 기차역에 일하러 가는 형을 졸라서 따라나선다.

하지만 저녁잠을 쫓지 못한 아이는 벤치에서 형을 기다리기로 하는데...


낯선 곳에서 혼자 깨어난 아이는 엉겁결에 빈 기차에 올라탄다.

기차는 그 길로 대륙을 횡단하여 수천 킬로 떨어진 콜카타(캘커타)에 도착한다.

인도에서도 가장 험하고 거친 곳으로 악명 높은 하우라역.

그곳의 수천 명 거지들과 다름없는 아이는, 온갖 위험 속에서 몇 주를 헤매다 정부 기관에 미아로 등록된다.

그리고는 선량한 호주의 부모에게 입양된다.


그렇게 청년이 된 사루.

대학원에 들어가 발표를 준비하던 그는 친구로부터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알게 된다.

클릭 한 번으로 세상의 원하는 곳 어디든 데려다주고 지형지물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구글 어스'는 그가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던,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기억 속의 이미지, 랜드마크, 건축물, 기차역을 확대해 보고, 수많은 철길과 들판따라가면어린 시절의 장면을 되짚어 나간다.

수없이 뻗은 길들을 따라 가다보면, 그리운 집에 언젠간 다다를 거라고 믿으며.

그리고는 당시에 운행하던 기차 속력에 기차를 타고 갔던 시간을 짐작하여 곱해서, 캘커타로부터의 대략적인 거리를 계산해 낸다.


가네샤 탈라이(Ganesha Talai)!

마침내 그는 알아다.

그가 하우라역에서 외치던 동네 '가네스탈리'가 사실은 '가네샤 탈라이'였다는 것을. 

지도를 앞에 둔 몇 년 간의 사투 끝에 그는 고향찾아낸 것이.


 "번개를 맞은 것처럼 놀라고,
바다처럼 깊은 행복을 느꼈습니다."


혹시라도 돌아올지 모르는 아들을 25년간 기다린 어머니가 아들을 되찾 순간심경이다.

운명의 그날 이후 한시도 잊을 수 없었던 형 구뚜는?

슬프게도 그는 오래전부터 세상에 없었다.

그날 밤, 기차역에서 저 세상으로 떠났 때문이다.




어둡고 낯선 기차역은 이 영화에서 일어난 사건의 결정적 배경이다.
아는 사람 한 명 없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게, 수없이 많은 인파가 작은 나를 밀치며 떨구고 지나가는 열차역.
이 부초 같은 불안감은, 25년 전 인도에서 혼자 이 역에서 저 역으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닐 때의 내 심정과 오버랩된다.
부우웅........
공간을 뚫고,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들어온다.
그 낡고 녹슨 고철 덩어리 몸체가 플랫폼으로 들어서는 순간.
인도 전역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모아놓은 듯한 인파가 일시에 기차를 향해 달려든다.
아이를 안고 손잡은 사리 입은 여인부터 배가 산처럼 나온 구레나룻의 시크교 남자,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걸망에 그릇을 싸매고 돌아다니는 사두(방랑 구도자)와 코코넛 오일을 머리에 발라 넘긴 대학생까지.
기차를 탈 수만 있다면, 어떤 입구든 상관없다.
난리통 속의 아수라장은 이 광경을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만 놀라움이지, 그들에게는 매일의 삶이다.
기차에 타거나 옆면과 지붕에 매달리며, 또는 지붕에서 뛰어내리고 기찻길을 건너며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친다.
하지만 살아있는 한, 오늘도 그들은 서로를 밀고 잡고 밟고 소리치며 아비규환의 전쟁을 치를 것이다.


영화를 보며, 나도 구글 어스를 켰다.

호주 태즈매니아 호바트에서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의 가네샤 탈라이까지, 한 화면에 나오질 않았다.

그들은 무려 10,000km나 떨어져 있었다.

미아가 되어 지금까지 살아온 내내, 형과 어머니를 애타게 그리워하던 그의 간절함만큼 거리였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온갖 시련겪으면서도, 마음속 보물 상자에 고향의 어린 시절을 고이 간직한 사루.

 기억으로 찾아간 에서 알게 된   정확한 이름은 Sheru(셰루, Lion)였다.

사자처럼 꺾이지 않는 용기와 굳은 결심으로 자신의 정체를 알아낸 셰루.

그는 이 이야기를 글로 써서 <A long way home>이라는 책으로 펴냈고, 것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비참한 현실에서 목숨을 잃거나 집을 잃어 고아가 된 아이들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다.

길 잃은 아이가 자라고향을 찾아가는 마음 졸이는 정은, 영화 내내 흐르는  피아노 선율 더욱 간절하고 아련해지고...


https://youtu.be/8tjEZLav57s?feature=shared


영화의 엔딩 크레딧까지 눈을 뗄 수 없었던 내게 마지막으로 주어진 선물 "Never give up"까지.

한동안 나는 이 노래들만 들을 것 같다.



https://youtu.be/PxjaUmaD2VQ?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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