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리 선생님 멋지다.
짱구는 못 말려의 나미리 선생님은
20대 초반 유치원 교사이고,
다소 사치스러워서 월급날 전엔 생활비가 부족한 편이다.
부모님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지만
자기는 도시 출신이라고 뻥을 치는, 차도녀 이미지를 추구하며
결혼을 하고 싶고, 매 순간 저 남자와 잘 될 수 있을까 기대한다.
어찌나 미팅이 많은지 미팅 에피소드는 마를 날이 없고
몸매와 외모는 훌륭한 편이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까칠해 보여도 매우 다정하고
맹구의 첫사랑 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팅에 나가면 번번이 실패한다.
외모도 중시하고 조건도 많이 따진다.
시즌 몇이었던가?
내가 봤던 건,
나미리 선생님이 조건과 외모를 모두 갖춘 어느 의사와 연애에 성공했지만
남자 친구는 자신의 꿈이 있었고
나미리 선생님은 남친을 떠나보내 주었다.
나미리 선생님 너무 멋있다.
나는 그런 남편을 놓을 수 없어서 나를 포기하고 이곳에 와있는데
나미리 선생님은 너의 꿈은 네가 꾸고
자기는 본인 자리에서 아이들 곁에 있겠다고 남자 친구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여전히 참 열심히도 새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포기 없이 노력한다.
나미리 선생님은 가끔 유리의 연애 조언을 듣고 따른다.
유치원생의 조언도 귀담아듣는 참된 어른이다.
차가운 도시 여자를 추구해서
떡 찧기 같은 토속적? 인 일을
겉으로는 어머 이런 거 못해! 하지만,
남들이 쩔쩔매고 못하면, 답답해하면서 혼자서도 잘 처리해버린다.
채송아 선생님이 어떻게 이런 걸 할 줄 아냐고 비아냥되어도
그런 일도 덥석덥석 할 수 있는 따뜻한 시골반 도시반 여자다.
월급이 부족하지만, 사고 싶은 게 있다면 비싸도 산다.
다음 달 월급까지 끼니를 양배추 한 통으로 해결할지언정
원하는 건 하고야 마는 성격이다.
뭐 하나 살 때마다 비싸면 벌벌 떠는 외벌이 주부에 비하여
저 용기 있는 선택, 그에 대한 책임까지 스스로 지는 나미리 선생님
진짜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미팅에서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까닭은
위선을 떨던 가식적인 모습을 지속하지 못하고
마지막에 무참히 망가져서 본인 모습을 솔직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비록, 보통은 짱구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본모습이 드러나버리지만.
남자에게 혹은 타인의 시선에 따라 가식적으로 맞춰지느니
자신의 망가진 모습마저 예쁘게 봐주는 남자를 사랑하라는
짱구의 의미 있는 행동인지, 나미리 선생님의 신념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참 거침없이 가식을 벗고 망가진다.
초반에 가식을 왜 떨었지? 싶을 정도로
그래서 귀엽고 망가지는 것도 멋있다.
짱구를 제작하기 시작했던 1992년에
나미리 선생님 캐릭터를 저렇게 잡은 건
그 시대 일본은, 젊은 여성상을 그렇게 보았던 것 때문일까?
예쁘지만 괴팍하고 그래서 결혼이 하고 싶어도
제 짝을 찾지 못하는 캐릭터로?
신빙성? 이 있는 게 나미리 선생님은
가식을 떠는 면? 에서 유리 엄마랑 비슷하다.
유리 엄마는 남편을 포함해서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은
예쁘고 고상하고 여리여리한 엄마인데
뒤에서는 토끼 인형을 작살내버리는 무적 파워. 분노 가득한 캐릭터이다.
가식을 떨어보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나미리 선생님과
가식 떠는 걸 성공? 한 유리 엄마를 굳이 비교한 건 나뿐인 걸까?
유리 엄마처럼 본모습은 뒤로 숨기고
겉으로는 예쁜 척? 해야 결혼에 성공한다는 게
그 당시의 여성에 대한 생각이었던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니지, 그러기엔 봉미선은 가식이 없고 그 누구보다 무적 파워네.
하긴 짱구를 키우는 엄마인데 약한 캐릭터일 순 없지.
누구나처럼 나도 짱구를 보면서 늙어왔다.
채송아 선생님, 나미리 선생님을 오랫동안 봐오면서
예전에는 채송아 선생님이 더 이상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나미리 선생님이 가장 멋있다.
자꾸만 몸 사리고 눈치 보고 자신감이 줄어들고 있는 나에게
나미리 선생님은 정말
거침없기도 하고, 솔직하기도 하고
자신감이 넘치기도 하고
무너져도 오뚝오뚝 잘만 일어나고.
그래서 곁에 두고 배우고 싶은 여성상이다.
유치원생들에게도 부끄럼 없이
썸남과의 데이트 조언을 구하는 나미리 선생님.
이 시대에 다시 주목할만한 캐릭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