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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없는 전업주부 Sep 23. 2022

좋은 소식은 잊지않고 전해주는 사람

습관처럼 열어보는 메일함

카드 명세서 정도가 메일을 여는 목적 중 하나고

보통은 스팸 광고메일을 삭제하기 바쁜데

아주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으로부터 메일이 와 있었다.


이게 도데체 얼마만인지,

7년? 8년? 아니지 곧 있으면 10년인가?!

동기로부터 얼마전 학위논문을 끝마쳤으며

그동안의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데

내 생각이 나서 연락을 주었다고.


한때 전우애로 똘똘 뭉쳐 교수님의 술잔을 받아내던 우리.

그 기간을 버티고 버텨 각자의 길로 들어서며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고 지내왔던 우리다.

잊지는 않았지만 서로 각기 다른 외국으로 흩어졌고, 주변사람들로부터 서로의 소식을 전해들으며 잘 지내고 있음을 확인할 뿐이었다.


그런 동기로부터 좋은 소식을 알려주려고

메일을 보냈다는 것에 뭐랄까,

날 잊지않아준 것에 고맙고, 자신의 인생 한 페이지를 정리하면서 고마운 사람에 나를 생각해 준 것에 감동이 온다.


어릴 땐, 내 생활이 너무 초라할 땐

굳이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이런 사람들로부터

자존감을 스스로 갉아먹고 질투를 할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엔 확실히 그저 고맙고 감동이고

심지어 나의 좋은 소식들을 그동안 전해주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내가 성장한 걸까,

그 동기를 진심으로 응원해서 일까,

질투심 하나 없이 온전히 축하하는 마음을 담을 수 있게 된 내 자신이 기특하기마저 하다.


그리고 기대가 된다.

앞으로 또 나는 나대로 육아하면서 바쁜 세월을 살다보면, 그 동기로부터 좋은 소식이 전해오겠지.

대한민국에서 손 꼽히는 유능한 인재이니

어느날 뉴스에서 볼 수도 있겠지.


20대 통틀어 내 열정을 가장 불태웠던 그 시기

그 때를 함께 했던 동료들.

그 시기를 함께 통과하고

어느덧 각자의 자리를 만들어 뿌리를 내렸다

나는 그 동료들과 같이 그 때처럼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적을 향해 달리고 있진 않지만

그저 함께 지나온 시간이 소중해서 그들과 연결을 끊고 싶지 않다.


그들이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되어가면서

전업주부로 멈춰버린 나는 그들 앞에서 주눅들게

되지 않을까? 그런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만

그런들 어떠고 저런들 어떠리.

내가 선택했는 걸.

그리고 동료들이 얼마나 힘들게 버텼는지도 너무나 잘 알겠는 걸.


이제는 나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봐야겠다.

좋은 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잊지않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랄까 한국사회의 특성이랄까 나쁜 소식을 더 말하고 다니지 좋은 소식은 감추기 급급했다. 상대방의 질투를 야기할 수도 있고 자랑하는 게 올바른? 사회생활의 덕목이 아니기에.


그런데 막상 내가 오래된 동료로부터 오랜만에 좋은 소식을 직접 들으니 이렇게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한 내가 좋다.


좋은 소식은 잊지 않고 알려주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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