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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를 가르는 기준, 문제해결능력

일잘러는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방식으로 결정됩니다.



[문제해결능력의 중요성을 알게 한 에피소드의 시작]



해외여행 중 생긴 일이다.


저렴한 숙박 옵션을 찾다 캡슐 호텔을 발견했다. 그 호텔에서 2박 연박을 한 후 하루만 다른 도시에 묵은 뒤 돌아올 계획이었다. 마침 배정받은 침대는 1층에 가로형 캡슐 침대였다.


호스텔이나 캡슐호텔을 이용해 본 사람은 잘 알거다. 2층 침대를 배정받았을 때 화장실을 가거나 짐을 챙길 때 얼마나 불편한 지를! 1층 침대는 한층 차이지만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안전이나 심리적 측면에서 큰 편안함을 준다. 그래서 난 지방여행을 떠나기 전, 호텔 직원 A에게 '어차피 다음날 이 숙소로 돌아올 테니 지금 쓰고 있는 침대를 그대로 쓰게 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A는 흔쾌히 알겠다고 하며 1층 침대 예약자명에 내 이름을 넣었다.



가로형 침대  vs 세로형 침대(침대로 바로 들어가느냐 아님 좁은 통로를 비집고 가느냐) & 1층 침대 vs 2층 침대(장애물 없이 침대에 갈 수 있느냐 아님 계단을 올라야 하냐)




[문제상황 발생]



이틀 뒤 지방여행을 마치고 같은 숙소로 돌아왔다. 체크인을 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방에 들어섰을 때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직원 B가 오늘 내 침대는 당초 배정받은 가로형 캡슐 1층 침대가 아니라 세로형 2층 침대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마침 이때 지방 숙소에 있는 해먹에 올라탔다 중심을 못 잡고 바로 고꾸라지는 바람에 오른쪽 발가락 뼈에 골절이 생긴 터였다. 발가락은 육안으로 보기에도 퉁퉁 부어있었고, 온통 피멍으로 가득했다. 조심조심 한 발짝씩 움직여야 했던 지라 난 그 어느 때보다 1층 침대가 절실했다. 하지만 내 침대라 굳게 믿었던 그 자리엔 타인의 물건들이 이미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새로 배정받은 2층 침대로 가는 길은 더 높고 험난해 보이기만 했다. 나는 직원 B에게 엊그제 직원 A와 이미 이 자리의 1층 침대를 쓰기로 예약을 마쳤으니 확인해 달라고 했다. 곧바로 방으로 올라온 직원 A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처음부터 너에게 1층 침대를 보장해 준다고 말한 적이 없어.
나는 내가 한 말 분명히 기억해.
게다가 지금은 호텔 예약이 풀(full)이라서 너에게 다른 침대를 줄 수 없어.
네가 원한다면 다른 침대가 다 예약된 거 눈으로 보여줄게!"


순간 '같은 침대를 예약해주겠다고 한 직원의 말을 녹음이라도 해둘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에게 '원래 쓰던 1층 침대를 배정해 주기로 나랑 이미 이야기하지 않았느냐?!'라고 화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리고 예약이 다 찼다고 하는데 다른 방은 봐서 뭐 할 건가? 다리가 다친 상태로 20kg 무게의 캐리어를 들고 새 숙소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 이상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난 '어쩔 수 없지' 하며 짐정리를 시작했다.


사실 난 A에게 적잖이 실망했다. ‘이 직원은 일잘러’라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이 숙소에 오래 머물렀던 건 아니지만 A는 가까운 환전소와 병원 위치 등 문의에 항상 친절하면서도 정확한 답변을 해주던 사람이었다.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해본 사람이라면 같은 업계가 아니라 해도 누가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는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 A가 거짓말로 자기 방어를 하려는 모습이 못내 아쉬웠던 거다.



[일잘러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짐 정리를 시작한지 한 20-30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직원 A가 같은 섹션의 1층 침대로 자리를 바꿔주겠다고 했다. 분명 확신에 차서 '너에게 다른 침대를 줄 수 없어!'라 말하던 A인데 갑자기 어떻게 된 건가 싶었다. A는 아래층에 묶기로 한 사람에게 전화해 보니 오늘 밤늦게 호텔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단다. 그 사람이 체크인 전이니 내 침대와 바꿔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A에게 화와 분노를 퍼붓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연신 A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마지막날 체크아웃을 하면서도 한 번 더 ‘당신 덕분에 여기서 행복하고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라고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처음에 자신을 방어하기 급급했던 A도 나에게 ‘연달아 실수해서 정말 미안해. 요즘 너무 바빴어’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행복하게 호텔을 떠날 수 있었고, A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을 거다.



[중요한 건 문제를 대하는 자세]



교육학자인 D'zurilla와 Nezu는 문제해결능력을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효과적이고 적응적인 대처방안을 찾아내려는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A는 위와 같은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대안적으로 사고하였으며, 빠르게 솔루션을 전달했다.


직원 A가 '이미 체크인했으니 어쩔 수 없지 뭐. 어차피 남는 침대도 없잖아?!'라고 생각하고 말았다면 나는 상한 마음을 안고 나쁜 리뷰를 쓰는 불만 고객이 됐을 거고, A도 불편한 마음으로 퇴근했어야 할 거다.


그런데 A는 고객이(나) 1층 침대를 원한다는 수요를 정확히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이었다(물론 여기엔 내가 발을 다쳤단 사실도 한몫했을 거다). 그래서 나의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을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하게 생각해 봤을 거다. 그리고 그중 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의 손해를 최소화하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기민하게 찾고 선택했을 거다. 그리고 그 방법을 적용해 나에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로써 나는 다시 A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해결하라고 있는 거다. 그러니 문제 그 자체보다 해결 방법에 집중하자!



이 일을 겪으며 느낀 건, 문제 그 자체 보다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 실수를 할 수 있고, 일을 하다 보면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다. 실수에 짓눌려 다른 생각을 전혀 못할 수 있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방어하고도 싶을 거다. 그러나 거기에 그냥 멈춰있으면 안 된다. 일은 진척시켜야 하고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그리고 그렇게 할 때 진짜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고,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신뢰도 더 높아진다.




잊지 말자,

모든 문제는 마음만 먹는다면 해결할 수 있고

중요한 것은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태도이며

그것이 직장인으로서의 신뢰와 평판을 가르는 요인이라는 것을!

또한 실수나 문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의 이해와 관대함이란 것을 말이다(찡긋!).






대문 이미지 출처 : unsplash.com

침대 이미지 출처 : kinn capsule hotel 대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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