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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로운 독서생활

진짜로 책 읽는 게 취미입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스스로를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나만큼 책을 자주 읽는 친구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친구 어머님이 ‘@@처럼 책 좀 읽어라’ 하실 정도였다. 그래서 줄곧 나는 ‘이 정도면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때는 주로 책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이 목적이었다. 누군가가 나잇대에 맞게 추천한 책들을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성의 수준을 빠르게 갖추고 싶었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야’란 생각이 오만이라 느껴진 건 학창 시절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2021년 즈음이다. 당시 한 글쓰기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만난 모임장이 한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책을 얼마나 자주 읽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답했다.

“글쎄… 안 세어봤는데…. 하루에 한 권?”


그녀는 매일 책을 읽는다고 했다. 11시든 12시든 집에 오면 자기 전까지 책을 읽는다고. 그녀에게 책 읽기는 의무가 아닌 유희활동이기에 책을 읽고 나서 따로 정리하거나 메모를 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녀의 책 취향이 쉬운 책에만 국한된 건 아니었다. 에세이, 시, 소설, 인문학 서적 등 성역 없이 축적된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그녀에게 새겨져 있었다. 그녀가 소화한 책들은 그녀처럼 따뜻하고, 말랑말랑하며, 뾰족한 언어로 재탄생했다.


그녀를 보고 나도 새로운 루틴을 갖자고 생각했다.

매일 밤 자기 전 책 읽기!


한창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생각하던 때이기도 했기에, 유려한 문체를 가진 작가들의 글을 폭식하듯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학창 시절보다 몇 배나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 몇 권을 읽는지 이제 누구와도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의 ‘읽을 책 목록’은 멈출 줄 모르고 늘어갔다.


그러다 어느덧, 책에서 위안을 찾게 됐다. 복잡한 감정을 다스리고 싶을 때, 내 감정의 이유를 찾지 못할 때, 내 마음을 더 잘 알고 싶을 때 책 속에서 답을 얻었다. 글을 잘 쓰고 싶어 시작한 나의 독서생활이 이제 안식을 위한 책 읽기로 변모한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내게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가서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 건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일 중 하나다. 매일매일 건저 낸 새 책 속에서 어떤 재미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타의로 책을 읽지 않는다. 책에서 유용성과 효용성만 찾는 것이 목적도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 행위 자체가 참 좋다. 나는 취미란 이렇게 자연스럽고 기쁜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리고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어도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게 되는 것 말이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독서요”라고 당당하게 답할 수 있다. 그렇게 독서는 나의 ‘진짜’ 취미가 되었다.


이제 다시 책 읽으러 가야겠다.




사진 출처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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