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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9급 공무원이 <홍보의 신>이 된 비결

공공영역브랜더의 책 리뷰 : 시켜서 한 일의 고수, 충주시 김선태 주무관


시장님이 유튜브 하라고 시켰는데요?


직장인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누군가 시킨 업무'들을 하며 살아간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선태 주무관 역시 조길형 충주시장의 지시로 충주시청의 유튜브 <충 TV>를 만들었다. 그의 본업은 공무원이지만, 채널 속 캐릭터인 '충주맨'이라 불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튜브를 자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그에 관한 영상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영상 속 그는 은은한 광기를 표출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B급 감성을 적절히 보여준다. 게다가 선을 넘지 않는 드립력까지, 그는 분명 범상치 않은 공무원이다. 그런 그가 연간 예산 61만 원에 <충 TV>를 70만 구독 채널로 키운 이야기를 펴냈다.


나는 궁금했다.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그리고 정태적이고 능동성이 낮은 공공 영역에서 누구나 납득할만한 성과를 낸 비법이. 그게 바로 민간영역 마케터도, 공공영역 홍보업무 담당자도 아닌 내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다. 어떻게 업(業)의 한계를 넘어 기념비적인 결과를 내고, 다른 기관 홍보의 롤모델이 된 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볼 이유는 충분했다. 그래서 '공공영역브랜더의 관점'으로 이 책의 감상을 풀어보기로 했다. 공공영역에 종사자가 이 책을 보면 어떤 포인트에 공감이 되는지, 공공영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가 기울인 노력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말이다.



“제가 잘났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닙니다. 홍보의 신은 홍보 마케팅, 특히 유튜브를 잘하고 싶어 고민하는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동시에 한 평범한 공무원의 분투기이기도 합니다. 일개 홍보 담당자가 맡은 일을 잘 해냈을 때 어떤 일까지 벌어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홍보의 신' 중에서-






첫째로 이 책에 공감할 수 있던 부분은 바로 목차다! 스타트업에서는 문서 보고가 사라진 지 오래라 들었지만, 공공영역은 아직 '문서가 일하는 곳'이다. 보고서로 시작해 보고서로 끝난다. 문서형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내용은 보지도 않는 상사들도 아직 있다. 그래서 정해진 문서양식을 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고리타분한 목차를 책이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을 보니 저자에 대한 동질감과 친밀감이 한껏 우러나왔다.



누군가에게는 매우 익숙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우 낯선 <홍보의 신> 목차



둘째, 경직된 조직문화와 예산의 제약 속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서두에서 김선태 주무관은 '나는 폐쇄적인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라고 밝힌다. 공무원 세계는 행정고시를 합격한 5급 사무관 출신이 주도하는, 연공서열대로 승진하는 것이 국룰인 곳이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공무직, 경력직, 계약직 등 입직경로는 다양하지만 공채 출신이 주요 보직 혹은 중심 조직문화를 형성한다. 그러니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게다가 '충주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라'는 미션이 주어진 그의 수중엔 연간 예산 단돈 61만원이 있을 뿐이었다. 


이러한 제약 속 주무관은 <충TV>를 구독자 70만 명의 유튜브 채널을 키워냈다. 시장이 시킨 일을 해내기 위해 유튜브 채널 기획부터 촬영, 출연, 편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맡았다. 그리고 예산 억원을 들였지만 조회수는 자리 수에 불과한 다른 지자체 유튜브 채널을 반면교사 삼아, '저렇게만 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결심했다. 결과 B급 감성으로 점철된, 누구나 친편하게 다가갈 있는, 정보 전달이 아닌 '충주시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저 알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충 TV>의 방향성이 되었다. 예산 61만원은 분명한 한계였지만, 지금은 채널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위해 예산을 고수한다고 한다. 한계의 벽을 기회의 문으로 바꾼 것이다. 



셋째, 행정 컴퓨터는 저성능이다. 정말 그렇다. 정부부처나 지자체, 공공기관의 컴퓨터에서는 클라우드 기반 자료저장 시스템이나 포토샵 등 상용 프로그램의 사용이 불가하다.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업무 관련성이 있음을 증명해 소속기관의 정보화담당관실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게다가 그놈의 망분리 때문에 부서장 승인을 받아 인터넷에서 검색한 업무 관련 정보를 외부망에서 업무망으로 옮겨야만 편집이 가능하다. 너무 오래되고 느려서 용량이 큰 엑셀 파일을 한 번 여는데 손가락을 여러 번 까딱거리며 기다려야 하고, 간신히 열린 파일의 셀을 몇 개 수정하다 보면 컴퓨터가 멈추기도 일쑤다. 런 엄청난 비효율 속 홀로 수십 개의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 저자를 향해 다른 사람보다 더 크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 망분리란?
네트워크 망을 사내에서 이용하는 망과 인터넷망을 따로 분리해서 인터넷망을 타고 들어오는 악성코드나 랜섬웨어를 사내망으로 들어올 수 없도록 원천 차단하고 보안을 강화하는 것. 내부망과 외부망이 분리되지 않아, 외부에서 악성코드를 내부 시스템에 심어 놓을 수 있고 개인정보 등 각종 보안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막기 위함이다.


넷째, 공공영역의 정보는 매력이 없다. 슬프게도 사실이다. T맵이 국민내비가 된 스토리, 55년간 1등을 지킨 오뚜기의 3분 카레 등 민간 영역의 일 이야기는 제목만 봐도 귀가 솔깃하다. 그런데 공공영역에 있는 회사와 일에 대한 이야기들은 도무지 관심이 가질 않는다. 재미있는 정부부처, 공공기관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데 아무리 봐도 못 찾겠다. 이건 공공영역에 애정을 가지고 이 분야 일을 잘 알리고 싶은 내가 느끼는 한계점이기도 하다. 


"정보 자체가 매력적일 때 유튜브라는 형식은 잘 어울린다. 그러나 지자체나 공공기관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는 전혀 매력이 없다. 추상적이라 국민들 관심도 없다. 그러니 정보 전달에 집착하지 않고 그냥 알리기로 결심했다."
                                                                                                           - <홍보의 신> 중에서 -


그는 본인이 속한 그라운드의 한계를 정확히 직시했다. 그리고 무미건조한 정보일 수밖에 없는 시청의 일을 알리려 욕심내기보다 그저 알리기로 결심했다는 것에 감탄했다. 상사의 눈총 때문에라도 정보 전달에 대한 욕심을 버리기 어려웠을 텐데, 과감히 포기하자고 결심한 그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 행사에서 우리가 자랑할 만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없습니다. 그네 동네잔치입니다. 그렇다면 이 행사를 꼭 홍보해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무료’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떤 부가적인 설명 없이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무료라는 점만 강조한 것이죠."

                                                                                                             - <홍보의 신> 중에서 -


부가적인 설명 없이 무료라는 점만 강조한 충주시 지현동 사과나무이야기길 축제 홍보 포스터(출처 : 홍보의 신)



마지막으로 일을 잘해도 뚜렷한 보상이 없다. 공공영역의 업무는 성과와 보상이 불명확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직장인의 행복이 승진과 월급인 걸 생각하면, 공공영역은 직장인의 행복 중 두 축 모두가 제때 충족될 수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일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진정성, 애향심 등 내적동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말한다. "결론은 성과 평가가 불가능하고 인센티브 역시 어렵다는 것입니다. 저는 인센티브는 포기했습니다. 포기하니 행복이 찾아오더군요." 그는 유튜브를 통해 충주시를 전국에 톡톡히 홍보한 결과를 인정받아 공직에 입문한 지 7년 만에 9급 공무원에서 6급 공무원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일반적으로 15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결과지만, 그의 월급은 약 100만 원선, 연봉 1천만 원 정도 상승에 불과하다.(참고 : 인사혁신처 2024년 직종별 공무원 봉급표) 그의 특별승진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충주맨이 이룬 결과를 봤을 때 과연 충분한 보상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시장님이 시킨 유튜브를 이왕 하는 거 한 번 잘 해보겠다고 결심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몰랐을 것이다. 지자체 최초로 홍보용 유튜브 채널의 선구자가 될 줄, 대통령이 충주시 유튜브 홍보를 혁신사례로 콕 짚어 언급하게 될 줄, 그리고 한국PR대상을 받고 <유퀴즈온더블럭>, <SNL코리아> 출연자가 되고, 자이언트 펭, 빠니보틀, 피식대학 등 인기 유튜브 채널과 협업하는 자타공인 홍보의 신이 될 줄, 무엇보다 전국민이 충주의 소식을 궁금해하고 응원하게 될 줄 말은.



저는 지금도 더 잘하고 싶습니다.



흔히 말하는 연봉상승, 승진 보다 저자의 고향인 충주를 알리고 싶다는 진정성과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함에 있어 나아가고 있다는 성장 동기와 확신은 그를 홍보의 신으로 이끈 비결이었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도 누가 시킨 일을 '더 잘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누가 시킨일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일의 의미를 부여하고, 나의 일을 해 나갈 것인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주어진 일과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이왕 하는거 한 번 제대로 해보겠다고 결심한, 그리하여 결국 공공영역 업무의 한계를 뛰어넘은 한 공무원의 고군분투기를 통해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 홍보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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