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 서평
그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고 있고, 그래서 그 ‘어떤’ 어려움도 견뎌 낼 수 있다.
생애 처음으로 나는 그렇게 많은 시인들이 시를 통해 노래하고, 그렇게 많은 사상가들이 최고의 지혜라고 외쳤던 하나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 진리란 바로 사랑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할 궁극적이고 가장 숭고한 목표라는 것이었다. 나는 인간의 시와 사상과 믿음이 설파하는 숭고한 비밀의 의미를 간파했다.
참호 속에서 땅을 파고, 빵이 배급되는(만약 배급이 된다면) 오전 9시 반이나 10시─ 30분 동안의 점심시간 ─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손꼽아 기다리고, 감독에게 ─ 그가 마음씨 좋은 사람일 경우 ─ 지금이 몇 시냐고 계속 물어보고, 외투 주머니 안에 있는 빵을 장갑도 끼지 않은 언 손으로 살살 만지다가 손톱만큼 떼어먹어 보고, 그러다가는 마지막 남은 의지력으로 빵을 도로 호주머니에 넣으면서 오후까지 참겠다고 수없이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는 그런 상황을 말이다.
수면 부족과 식량 부족, 다양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이 수감자를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결국 최종적으로 분석해 보면 수감자가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개인의 내적인 선택의 결과이지 수용소라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근본적으로는 어떤 사람이라도, 심지어는 그렇게 척박한 환경에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강제 수용소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운이 아주 좋아서였든 아니면 기적이었든 살아 돌아온 우리들은 알고 있다. 우리 중에서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수용소에는 남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과 친해진 후 나는 도스토옙스키의 이 말을 자주 머릿속에 떠올렸다. 수용소에서 그들이 했던 행동, 그들이 겪었던 시련과 죽음은 하나의 사실, 즉 마지막 남은 내면의 자유를 결코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언해 준다. 그들의 시련은 가치 있는 것이었고, 그들이 고통을 참고 견뎌 낸 것은 순수한 내적 성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삶을 의미 있고 목적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 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지금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언젠가는 그때를 돌아보며 자기가 그 모든 시련을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다. 마침내 해방의 날이 찾아와 모든 일이 아름다운 꿈처럼 여겨진 것과 같이 수용소에서 겪었던 모든 시련이 언젠가는 하나의 악몽으로 생각될 날이 올 것이다.
살아 돌아온 사람이 시련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체험은 모든 시련을 겪고 난 후 이 세상에서 신神 이외에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경이로운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발제문] by KHJ
1. 책에서는 인간의 기본 욕구가 충족되지 않고 오직 생존만이 우선시되는 참혹한 수용소 상황이 묘사됩니다. 여러분은 인생에서 극한의 상황이나 시련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로 인해 달라진 점이 있는지 공유해 주세요. (주변사람 이야기나 유명한 사례도 좋아요)
2. 카포(Kapo)는 수용소에서 수감자 중 일부가 맡은 감시자 역할입니다. 그들은 수감자이면서도 다른 수감자들을 통제하는 이중적 위치에 있었는데요, 이러한 역할이 그들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요? 아니면 극한의 상황 속 타락한 인간의 모습으로 보아야 할까요? 그들의 권력 행사가 정당화될 수 있을지 논의해 봅시다.
3. 수용소 생활이 길어질수록 고통을 마주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내면의 세계로 깊이 빠져 사색하거나,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거나, 고통을 예술로 표현하거나 유머로 승화시키는 방식이 있죠. 여러분이라면 이런 고통을 어떻게 이겨냈을까요? 각자의 고통 극복 방법을 공유해 주세요.
4. 저자는 고통을 마주하고 이겨낼 때 인간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참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극복해 내야 한다는 주장은 개인의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때로는 더 큰 좌절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고통은 극복해야 할 것 vs 그저 받아들여야 할 것,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5.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니체)' 여러분은 어떤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내 삶의 의미를 공유해 주세요.
6. 현대인은 수용소와 같은 극한 상황이 아님에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합니다.(우울증, 공격성, 약물 중독) 의미 상실이 왜 이렇게 빈번할까요? 우리는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할까요
7. 이 책은 나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 생존한 프랭클 박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인간은 그 어떠한 시련도 극복할 수 있는 주체적이고 강인한 존재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철학적이고 이상적인 접근, 또는 그가 의사로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수용소 생활을 충분히 객관적으로 묘사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느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