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바론이는 형 라온이와 함께 출근길에 나선다. 형아를 학교 앞까지 배웅한다.
요즘 바론이는 형아와 케미가 최고다. 서로 죽고 못 산다. 이제 엄마껌딱지, 아빠껌딱지 코스를 마스터하고 형이 좋아 형과 자고 형이 좋아 형과 논다. 물론 잘 놀다가도 뚝 하면 싸운다. 싸움이 되는 건 바론이가 형에게 지지 않기 때문이다. 잘해도 언성을 높이고, 못해도 언성을 높이는 쪽은 언제나 바론이다. 형 라온이는 언제나 조금씩 억울하다.
오늘 아침엔 최강 케미를 자랑하는 형제가 초등학교 쪽문 앞에서 의좋게 포즈를 취한다. 바론이는 벙어리장갑을 벗고 형아에게 하트를 뿅뿅 날린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행복한 표정이 잘 담겼다. 라온이는 괜스레 “아이, 징그러”라고 한다. 둘은 낄낄댄다. 바론이는 예의 쿨하게 돌아선다. 라온이는 가던 길을 멈춘다. “빠이, 빠이.” 세차게 손을 흔든다.
오늘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길로 출근한다. 중학교가 있고 형아가 다니는 초등학교 말고 다른 초등학교가 있는 길을 지나간다. 시꺼먼 체육복을 입은 중학교 형누나들이 무척 많다. 학교 앞 인도는 좁디좁아 자전거를 조심히 몬다.
중학교 정문 앞에 이르자 시끌시끌하다. 전교 학생회장 선거철이다. 삼삼오오 기호 피켓을 들고 저마다 한 표를 호소한다. 바론이는 그 모습이 신기한지 한참을 지켜본다. “바론아, 저게 대통령선거처럼 우리 후보 좀 뽑아주세요 하고 유세를 하는 거야. 지금 전교회장을 뽑을 때거든. 형아 학교도 선거해.” “형아, 학교도?” “응. 새 학기가 되면 회장 선거를 하지.” “근데 무지 시끄럽다.” “흐흐. 그렇지.”
중학교를 지나 초등학교로 나간다. 등교하는 중학교 형누나의 걸음이 빨라 잘 피해야 한다. 초등학교 정문에 이르자 등교하는 초등생들로 인산인해다. 조심조심 나아간다. 왼쪽으로 꺾으면 도서관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바론이가 좋아하는 도넛을 파는 아파트 장터를 지나는 길이다. 신호 대기 중에 도서관길로 방향을 튼다. 길 건너 지구대를 지나 길 건너 도서관 건물이 보인다. “바론아,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 “음. 모르겠는데.” “이쪽으로 가면 도서관 가는 길이야. 길 건너에 뭐가 보여?” “경찰서.” “저 위에 꿈나무 203동 아래가 도서관이잖아.” “응. 도서관에서 내려오면 경찰서잖아.” “그렇지.”
똑똑이 바론이는 여섯 살에 동네를 돌며 한글을 익혔다. 작은 파일과 볼펜을 하나 챙겨서는 동네를 돌며 아파트 이름 따라쓰기를 여러 번 했다. 이 아이디어는 바론이가 냈다. 햇님, 한마루, 꿈나무, 은초롱, 둥지, 샘머리, 가람 등을 자전거로 답사하며 썼다. 아파트 이름 아래 놓인 사랑, 꿈, 행복 같은 단어도 그때 함께 익혔다. 바론이는 마치 기자 같았다. 현장 르포를 작성하는 기자.
오늘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에 오르는 출근 인파도 구경한다. “바론아, 저 사람들은 아침부터 버스 타고 어디를 갈까.” “출근하지.” “그지. 우리는 자전거로 출근하는데, 저 사람들은 버스로 출근하네.”
오늘부터 바론이는 일주일에 두 번 영어학원을 간다. 두 곳을 보고 결정했는데, 엄마와 바론이 모두 마음에 들었단다.
새 학기 형 라온이는 수영을 시작했고, 바론이는 영어를 시작했다.
라온이는 여섯에 태권도를 시작했다. 여덟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바론이는 다섯에 영어학원을 1년 다니다 그만뒀다. 여섯에 형 따라 태권도장을 갔다. 일곱에 영어학원을 다시 간다. 라온이는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바론이는 어떤 성향인지 궁금하다.
오늘 밤 우리 가족은 배구경기를 보러 간다. 엄마가 티켓 4장을 회사에서 받아왔다.
/심보통 2026.3.17
▪라온이 메모
오른쪽 눈 염증이 금세 호전을 보였다. 안과에선 이번 주엔 수영을 쉬라고 했다. 내일 병원을 가서 괜찮다고 하면 수영을 보낼 요량이다. 수영장을 못 가 많이 아쉬워하는 라온이다. 어제는 수영을 쉬면서 큐브를 맞췄다. 전면 맞추기 마지막 단계를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