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 구경

by 심지훈

바론이는 오늘 출근길 간식으로 포카칩을 챙긴다. 젤리가 다 떨어졌다며 챙긴 것이 고무줄로 쟁겨놓은 양파맛 포카칩이다. 바론이는 포카칩 중에서도 양파맛만 먹는다. 라온이는 포카칩 오리지널을 좋아한다. 형제라도 입맛이 제각각이다. 바론이는 멸치, 김, 김밥 등 한식파인 반면 라온이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식파다. 전복, 회, 굴 등 해산물도 좋아한다.

오늘 바론이는 지난주 금요일에 이어 화단 코스를 택했다. 화단을 구경하면서 간다. 어느새 동백은 낙화를 시작했고 매화는 만개했다. 수선화 잎이 대나무처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솟는다. 항시 저 북쪽 임금님을 향해 핀다고 해서 북향화라는 이명을 가진 목련도 봉오리가 빵빵한 것이 곧 터질 기세다.

바론이가 낙화한 동백을 보고 묻는다.

“아빠, 저 붉은 꽃은 뭐야?”
“동백이라는 거야. 형아 방학 끝나기 전에 우리 제주도 갔잖아. 그때 본 붉은 꽃이 저 동백이야.”

낙화한 키 큰 동백나무를 지나를 자그마한 동백나무 앞에 멈춘다.

“이게 동백꽃이야.”
“좀 다른데. 저건 노란 게 섞였던데.”
“응. 동백이 활짝 피면 가운데가 노란데, 이건 아직 덜 펴서 그래.”

조경수로 흔한 회양목 앞을 지난다. 바론이가 말한다.

“이 풀들은 예전보다 많이 자랐네.”
“바론아, 이건 풀이 아니야 회양목이라는 나무야.”
“나무? 근데 왜케 작아?”
“작은 나무도 있어. 큰 나무는 교목, 작은 나무는 관목이라고 해.”

회양목을 풀이라고 한 바론이 말에 다시 보니, 개구리밥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 회양목 잎들이 풀 같기도 하다. 쫄로리 심은 회양목은 전지할 때 윗동을 수평으로 민다. 그러면 의자처럼 평편한 모습이다. 그 채로 자라면 잎이 작아 풀처럼도 보인다.

바론이는 아파트를 화단길을 빠져나와 대로로 나가면서 오늘도 뭘 마시면 좋겠다고 한다. 오늘은 출근이 조금 늦은 탓인지 요구르트 아줌마가 눈 씻고 봐도 없다.

바론이는 이번 주 토요일 가기로 한 <대전팜 모던> 앞에서 장갑을 벗고 고무줄을 풀어 포카칩을 야무지게 먹는다. 자전거 위 그 모습 너무 귀여워 카메라에 담는다. 아내에게 보낸다.

“볼 빵빵.”

아내의 답이다.

포카칩을 다시 고무줄로 묶고 바구니에 넣는다. 입가에 포카칩 부스러기를 묻인 채 나아간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표정을 하며 페달을 밟는다. 돈키호테가 따로 없다.

“우와, 바론이 오늘 엄마랑 영어학원 등록하러 가는 날이네. 영어학원은 다니고 싶어?”
“아니.”
“그럼 왜 가겠다고 했어?”
“그냥, 뭐. 복습 정도지.”
“복습?”

바론이는 복습의 의미를 잘 모른다. 아니, 어쩌면 알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초3 형 라온이 언어가 바론이 뇌에서 어지럽게 오간 때문인 건 분명하다.

“열심히 해. 바론이는 똑똑하니까 잘할 거야.”
“응.”

어린이집 앞, 바론이가 자전거에서 내린다. 오늘은 소방훈련이 있는 날이다. 여분 양말도 1개 더 챙겼다. 소방관이 오고, 재난경보가 울리면, 주황색 머리보호대를 덮어쓰고 어린이집 밖으로 나오는 훈련을 1년에 두어 번은 하는 것 같다. 오늘은 날씨가 쌀쌀한 데다 맨발로 야외에 있는 시간이 있으니 장갑과 목도리를 가져가라고 했다. 귀마개는 벗어 주었다.

귀마개와 목도리 벙어리장갑을 하고 어린이집 가방에 태권도 가방까지 맨 바론이는 우주 최강 귀요미다.

“자, 멋진 포즈~.”

바론이가 벙어리장갑을 하고 태권도 발차기 자세를 취한다.

오늘도 멋진 사진, 추억 하나 담는다. 카메라에 담고 우리들 마음에 담는다.

바론이는 오후 2시 30분에 하원, 엄마와 함께 영어학원 2곳에 견학갔다. 아내가 막상 가보니 저렴한 곳이 더 체계적이라는 기별을 주었다. 그곳에 등록한 것 같다.
/심보통 2026.3.16.


▪라온이 메모
라온이는 지난 월요일부터 일주일에 3회 수영을 시작했다. 오늘은 오른쪽 눈에 염증이 생겨 이번 주는 쉬기로 했다. 태권도보다 수영이 재미있단다.
초3이 된 라온이가 아침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빠르면 4세 늦어도 6세면 영어학원에 다니는 세태에 비하면 많이 늦다. 요즘은 초3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 영어 첫 수업을 하고 온 라온이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고 했다. “다른 애들은 쉘라쉘라 잘 말하는데, 나 같은 애가 3명이야. 1명은 나보다도 못하고, 1명은 나보다 잘한다”고 했다. “너는 영어를 별로 안 좋아해서 굳이 안 시켰다. 안 해봤으니 모르는 게 당연해. 근데 넌 국어 실력이 좋으니 금방 따라갈 거야. 걱정하지 마.” 라온이는 지난주 월요일부터 아침마다 10~15분쯤 듣고 말하기를 한다. 1주일 했는데, 어젯밤엔 아침 영어를 밤에 하면 안 되냐고 한다.
오전에 이발하러 미용실에 갔다. 미용실에 가야만 만나는 희귀한 물건 ‘신문’을 대충 넘겨봤다. 중앙지 사회면에 <강남-서초 절반 “영어유치원 다녀”…강북은 10%대?>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학교에서 돌아온 라온이에게 말했다.
“라온아, 아빠가 생각해 봤는데, 아침 10분 정도는 꾸준히 듣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밤에 하는 건 너도 알다시피 바론이가 있으면 쉽지 않잖아. 그나마 아침 시간은 활용하기 좋잖아. 시험을 보는 게 아니니까 그냥 꾸준히 듣고 말하기만 해보자. 영어랑 조금만 친해지면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을 거야.”
그나마 3~4학년이니까 느긋하게 회화를 하지, 5학년 되면 문법공부한다고 회화는 못 한다는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라온이가 듣고 따라하는 영어는 이 정도다.
My name is Shim Ra-on. I am in the third grade. I have small eyes. My favorite color is mint. I like chicken and pork belly. I am good at math, swimming, and origami. I am also good at playing the piano.
모두 일상 표현들이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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