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론이는 오늘 엄마와 함께 자동차로 출근한다. 아빠가 태워준다. 자전거로 가고 싶다고 한다. 화·목 이틀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그래서 오늘은 자동차로 간다.
화·목도 원래 태권도장을 간다. 영어학원을 가려고 조정했다가 학원 등록 이틀 만에 마음을 바꾸었다. 다시 도장을 가는 대신 이날은 아빠와 출퇴근을 함께 한다. 일찍 하원한다. 아빠랑 천연기념물관을 간다. 곤충생태관도 간다. 아파트 장을 간다. 슈퍼도 간다. 편의점도 간다. 커피숍도 간다. 놀이터도 간다. 모두 자전거 타고 간다.
바론이는 어린이집 졸업반이다. 내년에 형아 따라 초등학교를 간다. 초등생이 되면 아침 출근길은 다시 못 가는 길이다. 마지막 1년 바론이 좋아하는 자전거 실컷 탄다. 사계절 실컷 본다. 동네 구경 실컷 한다. 아빠와 많은 추억 쌓는다. 이것이 아빠의 마음이다. 만날 형아에게 관심과 사랑이 빼앗겨 늘 아쉬운 바론이다.
자전거를 타고, 날의 변화를 보고, 사람과 거리를 구경하고, 아빠와 갖은 경험을 갖는 건 모두 꾸준히 하는 것들이다. 바론이는 경험을 꾸준히 하고, 아빠는 그 경험을 꾸준히 적는다.
꾸준히 하는 것은 뇌리에 박힌다. 박힌 것은 오래 간다. 일곱 바론이의 마지막 어린이집 생활이 신나고, 좋은 경험들로 가득하면 좋겠다.
지난 주말 바론이는 아, 기다리고 어, 기다리던 도심 딸기농장 <대전팜 모던>에 갔다. 형아 라온이와 함께 갔다.
십수 년간 방치돼 있던 도심 지하도가 농장으로 깜짝 변신했다.
케케묵은 지하도에서 싱싱한 딸기와 채소가 자란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딸기따기 체험을 1~2시간 거리의 교외 하우스 농장에 가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우리는 걸어서 <모던>을 갔다. 아파트에서 횡단보도 하나 건너면 <모던>이다. 매일 아침 바론이가 출근길에 지나는 게 <모던>이다.
바론이와 라온이는 <모던>에서 딸기도 따고, 케이크도 만들었다. 케이크 만들기를 무척 좋아했다. 무척 좋아한 나머지 바론이가 생크림 짜기도, 딸기 얹기도, 빵 얹기도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 통에 형아 라온이가 기분이 상했다.
라온이는 아빠랑 다시 와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다.
바론이는 아빠랑 또 와 만들자고 했다.
두 아들에게 <모던>은 다시 오고, 또 오고 싶은 귀한 공간이다.
집에서 걸어서 딸기농장에 가고, 손수 딸기를 따고, 즉석에서 딸기케이크를 만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고, 그 사이 엄마는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어 두고, 실컷 놀다가 집에 가 생크림 딸기케이크를 먹는다.
케이크가 참 맛있다. 딸기도 맛있고, 크림도, 빵도 맛있다. 바론이는 주말 동안 케이크를 야무지게 먹었다.
이번 주말엔 엄마아빠 없이 라온이가 바론이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2시간이나 놀다가 돌아왔다. 바론이가 그새 많이 자랐다.
뭐가 그리 좋은지 두 아들 깔깔대며 현관을 들어선다.
지하 딸기농장엔 딸기가 무럭무럭 자라고 지상 놀이터에선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란다.
생명이 무럭무럭 자란다는 것은 꾸준히 활동했다는 뜻이다. 뭐든 꾸준히 하면 자라고, 꾸준히 하면 힘이 생긴다. 생명은 생동하는 힘이 있기로 생명이다. 그 힘으로 살아간다, 생명은.
/심보통 2026.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