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이가 오늘 첫돌을 맞았다. 가족끼리 모여 조촐하게 돌잔치를 했다.
라온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많다. 아비로서, 작가로서 라온이가 없었다면 알지 못할, 또 느끼지 못할 일들이 너무 많아 매일매일 감사하다.
옛말에 부부의 연을 맺는 결혼은 인륜지대사라고 했고, 부모와 자식의 연을 맺는 탄생은 천륜지대사라고 했다.
요즘들어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난 탓인지 천주교에서는 결혼을 천륜지대사라고 한단다. 부부의 연을 연애, 중매, 선 같은 세속적인 방법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신 은총'으로 격상시킨 천주교의 방법론이 이색적이어서 눈길이 간다.
아무튼 전통적인 인식론에 따라 인륜지대사를 통해 천륜지대사라는 거사가 이뤄지든, 천륜지대사를 통해 또 하나의 천륜지대사를 이뤄내든 그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부자의 연력(=인연의 힘)이 부부의 연력을 늘 능가한다는 점이다. 부부의 연은 살다보면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해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때 틀어진 부부의 연을 견고하게 부여잡거나, 마지노선까지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건 바로 부자의 연력이다.
부자의 연력을 통해 부부의 연력은 다시 회복된다. 아이가 예쁘면 부부관계는 저절로 잘되는 것이다.
아이라는 구심점을 통해 부부는 각자의 도리만 다해도 정말이지,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부부나, 감정이나 막무가내로 내뱉는 또 다른 부류의 생각 없이 살아가는 부부보다는 100배는 더 윤택하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부부의 도리에는 부자자효(父慈子孝)라는 개념도 수반된다. 어버이는 자애로워야 하며,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자애란 것은 손아래로 자식으로 향하지만, 효도란 것은 손위로 나를 낳아준 아버지 어머니로 향한다.
내가 효도를 않는데, 하물며 자식에게 효도를 바랄 것인가. 또 내가 효도를 않으면서 내 아이에게만 자애로우면 그 무어에 쓸 것인가.
옛말에 또 이런 말도 있다. '아이는 저 먹을 것은 타고난다.' 나는 이 말이 참말로 선조들의 경험칙에서 나온 사골국물 같은 진국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 라온이는 정말이지, 제 먹을 것은 타고난 아이다. 뿐 아니라 제 나이에 할 도리는 다하고 사는 아이란 생각이 든다. 이건 아이라고 다 같은 아이는 아니어서 단정할 수 없지만, 우리 라온이의 경우 아주 강한 기운을 타고 난데다,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아이에 속한다.
이건 내가 1년간 우리 라온이를 곁에서 지켜본 바, 기정 사실이다.
오늘 첫돌을 맞은 라온이를 보면서 드는 소회를 키워드로 추리면 '천륜지대사' '부자자효'다. 여기다 하나 덧붙이면 '라온이 네 인생은 온전히 네 것으로!'라는 마음을 담아 '파이팅'이 되겠다.
내 아들아, 심라온아, 심즐거우니야.
브리보 유어 라이프다~!
/2018.9.9 라온이 첫돌을 맞아 아빠가
*이 글이 카카오스토리 과거의 오늘 콘텐츠로 떠 있어 내일 아홉돌을 맞는 라온이에게 낭독을 청했다. 긴 글인데 끝까지 잘 읽어주었다. 어느새 헤드셋을 선물로 받고 싶다는 초등 형아가 됐다. 신기하고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