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목적은 결국 돈을 버는 것. 그리고 서비스로 돈 벌기는 정말 쉽지 않다. 적어도 매출이 나기 전까지 자금 모으기를 위해 이것저것 다 하며 뛰어다녀야 하고, 파산되지 않도록 Death Valley를 치열하게 거쳐야 한다. 본래부터 우리 회사는 서비스 기업이 아니었다. 기술 회사이며, 하드웨어 중심이다. 애초에 그 누구도 서비스 제품에 관심 없었다. 우리 팀만 빼고.
큰 꿈은 있었지. 나의 제품으로 운전자인 사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이를 발판으로 회사가 다음 프로젝트를 펼쳐나갔으면 했다. 주 전공이 하드웨어 제품이면, 그 판매처가 내 서비스이길 바랐다. 다른 부서에서 운전자 혹은 차량 관련 데이터가 필요하면, 우리가 제공해 주고 싶었다. 회사의 성장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돈이 가장 중요한, 결국 스타트업. 회사가 찾은 PMF(Product Market Fit)은 SDV 용역이다. 지금은 더욱이 이 부분에 전력을 쏟을 때이다. 그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부족한 인력 지원에 늘 서럽다가도, '그래 나는 목표가 있어!'하며 달려왔거늘. 이제 내 프로젝트는 완전히 중단되었다.
아쉬운 것 투성이인 지금이다. 심지어 분하기까지 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 배정해 주지 말지. 얼마나 목매달며 여기까지 끌고 왔는데, 그 끝도 보지 못했다니. 분해. 그럼에도,
미국에서 잘 사용하는 'Take Away'라는 개념이 있다. 긴 발표 끝에 청취자가 최종적으로 가져가면 되는 주 메시지. 출시라는 결과는 없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던 2년이었다.
그 경험에서의 Take Away :
1. 그래도 기능 단위로 쪼개어 기술 시스템 두 개는 결과를 보았다. Google Dialogflow NLP를 사용한 음성 기반 서비스 시스템, 블루투스와 Google API, Open Street Map API를 활용한 자차 주행 기록 시스템. 성능 테스트를 통해 둘 다 모두 잘 돌아감을 검증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2. PM, 린 스타트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치를 얻었다. 제품을 성공시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가진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부가 부족함을 실무를 통해 처절히 느끼고, 그 필요성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갔다. 신규 서비스를 만들 때의 처음과 마무리, 그 과정을 경험했다.
3. 일에 대한 목표가 생겼다. 누군가의 생활에 유용함을 주는, 도움이 되는, 사랑을 받는 제품을 만들 것이다. 꼭 고객에게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면서 오래도록 보람을 느끼며 즐겁게 일할 거다.
어찌 되었든 가장 중요한 Lesson Learned :
1. 서비스 사업은 쉽지 않다. 마이너스에서 시작한다. 이를 감안할 수 있는지,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2. 확신은 일을 벌이기 전, 수많은 테스트를 거치며 가진다. 고객으로부터 문제/솔루션 가치를, 현재 보유한 엔지니어로부터 실현 가능성을, 경영진과 이해관계자로부터 비즈니스 가치를, 기타 법적인 이슈 등을 모두 검증하고 일을 벌여야 한다. 우리는 고객 가치를 너무 늦게 검증하고자 하여 일의 불필요한 규모를 키웠고, 현재 보유한 엔지니어의 역량 이상의 기능을 기획하여 일을 지연시켰다. 끝내 경영진과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프로젝트는 끝났다. 그럼에도 늦게나마 한 고객 가치 테스트는 의미 있었다. 적어도 "언제 출시된다고요?" 말을 들었으니.
다음 기회가 있다면, 이번 경험을 토대로 호흡은 더 짧고 성과는 더 높은 매니징을 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