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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선 Apr 24. 2023

날개뼈 모으고, 귀와 어깨 사이 멀리?

바른 자세란 




60대 여성 회원분의 레슨 문의가 들어왔다.

처음 뵙는 날, 염색하지 않은 그레이빛의 곱슬머리 숏컷 아래에 

머리카락과 비슷한 회색빛 카프를 두르고 오신 모습이 기억난다.

스카프로는 채 가려지지 않는 우아한 긴 목선이 인상적이었다.

키는 155에 50키로 정도로 아담하신 체구지만,

긴 목선과 곧은 등으로 인해 체감상 키는 더 커 보이셨다.


은퇴 후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7 천보 걷기를 꾸준히 하고 계시고

때때로 골프라운딩을 하신다고 하셨다.

예전에 pt와 요가도 몇 년간 해보신 경험이 있다고 하셨다.


문제는 만성적인 '등짝'의 통증이었다.

좀 무리를 하는 일정을 소화하거나 컨디션을 떨어질 때마다 어김없이 그곳이 아프셨다고 한다.

예전에는 '담'처럼 느껴졌었고, 실제로 담이 왔을 때 먹는 약을 상비약으로 구비해 두셨다.

지금은 약 2cm 정도 되는 국소부위가 바늘로 찌르듯이 아프다고 하셨다. 


유명하다는 마사지도 받아보고, 침도 맞아보고 했지만 다 소용이 없었기에 (심지어 그녀는 의료인이었다.)

슬슬 느낌이 오면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고 집에 마련한 원적외선 치료기 위에 누워 

'살살 달래주며 괜찮아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씀하셨다. 


통증의 위치와 움직임을 해본 결과 오른쪽 승모근 하부가 짧게 경직되어 있었다. 

따라서 우측 견갑골이 만성적으로 안쪽과 아래쪽으로 당겨져 있었고, 

(이는 잠자는 모습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달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의 문제 같지만, 수면자세는 많은 힌트를 준다.) 

이로 인해 얕은 흉추곡선(플랫 등)을 보였다.


견갑의 바른 위치를 찾고, 기능적인 움직임의 길을 인지하는 레슨을 진행했다.

의료인이셨기에, 인체에 대한 지식이 있으셨기 때문일까 몇 차례 레슨 후 금방 변화가 보였다.








견갑은 다양한 방향으로의 힘이 지나가는 위치이다.

(사방에서 견갑을 당기게 되는데, 이는 인체의 요구에 따라 반응하여 움직일 수 있는 

큰 가능성을 지녀야만 하는 견갑의 운명에 기인한다. 그 덕에 인간은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많은 것을 만들어냈다. ) 

그러한 가동성을 위해 심지어 견갑과 갈비뼈 사이의 견흉관절은 가짜 관절이다.

날개뼈는 갈비뼈 우리의 뒷부분 상부에 얹혀 있다.

따라서 이들 주위를 지나가는 능형근, 전거근, 승모근 등의 수축과 

길게 고정된 긴장의 패턴이 나타나기 쉽다.


어릴 적부터 이유도 없이 요구받는 "등 똑바로 편 자세"

많은 운동센터에서 외치는 "날개뼈를 조인 자세"

몸매가 예뻐 보이고 옷태가 좋아진다는 "귀와 어깨사이 멀리 자세"


제1자인 나의 시선이 아니라 제삼자의 눈에 의한 '바른 자세'를 부단히 요구받다가

결국엔 나도 모르게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명분 없는 그 '바른 자세'는

견갑을 끊임없이 한쪽 방향으로 끌어당기게 만들고 만성적인 고정을 만든다. 

고정은 과긴장과 통증을 유발한다.








몇차례 레슨 진행 후 어느날 회원분이 말씀하셨다.

"나는 이날 이때까지 그게 바른 자세라고 생각하고, 내가 바른 자세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었어.

그런데 그 고정관념을 버리고, 날개뼈의 움직임을 자유롭게 하니까

통증도 없어지고 이건 몇달에 한번씩 올 때도 있으니 더 봐야 하겠지만

늘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입안이 너무 뜨겁고 뭘 많이 먹지도 않는데 얼굴이 퉁퉁 부었거든

그게 없어진게 너무 신기해." 


날개뼈를 등 뒤에서 조이고 허리 방향으로 끌어당겨서

일시적으로 앞가슴이 넓어지고 허리가 꼿꼿해지는 그 자세에서

나의 호흡의 질, 

발바닥이나 엉덩이의 그라운딩, 

기분이나 감각을 살핀 적이 있으신가요?


순간적으로 그 '바르다는 자세'를 만들고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어김없이 되돌아오게 되는 그 자세가 

과연 어떤 의미에서, 도대체 왜 바른 자세인지 점검해 볼 일입니다.









바른 자세란 외형적인 모습으로 규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력중심에 구조물(우리의 몸)을 올바른 정렬에 쌓고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입니다.

특정한 결과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움직임이 전혀 없어 보이는 순간에도

호흡이란 움직임을 일으키며 존재하는 것이 '인체'이기 때문입니다. 


매스컴과 많은 운동 매소드에서 말하는 바른 자세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 명분 없는 허상과 다른 자신의 몸을 타박하며 

마음으로도, 몸으로도 만성긴장과 통증을 쌓아가실 분들을 위하여 

레슨 경험과 함께 제 생각을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어느 곳에서, 어떤 자세로 계시든 

언제나 나의 호흡과 그라운딩을, 내가 느끼는 나의 상태를 존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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