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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 Aug 16. 2022

ABOVE WATER

갤러리 필로소피 | 2022.07.30 - 2022.08.26

이태원의 좁은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작고 아늑한 갤러리 필로소피 공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어린이 공원 옆 활기찬 4거리 골목의 모습을 가득 담고 있는 이곳에서 <종이 정거장>에서 소개했었던 최희준 작가의 전시 <ABOVE WATER>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최희준 작가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줄기는 낙원에 대한 갈망과 그에 대한 갈증의 해소입니다. 영원한 이별과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온전한 공간 유토피아는 많은 사람들이 염원하는 것입니다. 작가가 가루 안료를 신체로 비비고 손톱으로 긁는 행위로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은 마치 유토피아를 온몸으로 염원하며 기도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과거 구복 신앙에서 물을 떠놓고 손을 비비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는 이 움직임은 온몸을 바쳐 비빌 정도로 간절한 염원은 낙원이라는 존재가 허구라는 것에 대한 깨달음에서 오는 유토피아에 대한 집념까지 포함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작품을 지속하면서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보다 찰나의 순간 속에 더 빛나는 순간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작가는 사라지고 변하는 운명을 가진 것들을 캔버스로 끌어왔습니다. 염원하기 위해 움직였던 작가의 신체는 이제 무의식적인 움직임을 쏟아냄으로써 작가에게 정신적, 신체적 편안함과 해방감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화에서 주로 사용되는 가루 안료인 분채를 사용하는 작가의 작품들은 아프리카의 물웅덩이와 같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많은 만큼 깨끗하고 청량한 색감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색처럼 강렬한 색깔들의 덩어리들은 작가가의 염원과 흔들리는 감정들을 모두 껴안고 그 부피를 더욱 거대하게 키웁니다.


저의 브런치 연재 글 <종이 정거장>에서 먼저 최희준 작가의 작품들을 만났다면 화면에서 벗어나 실제로 작품이 가지는 넘치는 에너지를 느껴보고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갤러리 필로소피는 2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 전시실에서 는 작가의 숨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으며, 2 전시실에서는 불안, 허탈함과 같은 감정에 관여해 작가가 가지는 흔들리고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기록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맛집과 즐길거리가 가득한 이태원에서의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음이 간질거려지는 만남,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의 즐거움이 팡팡 터지는 만남이 가득할 겁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만남의 루틴이 지겨워져 버렸다면, 새롭고, 눈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작고 아늑한 이 갤러리 공간에서 최희준 작가의 생명력이 가득한 작품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보길 바랍니다.  




전시 제목 - ABOVE WATER

전시 위치 - 갤러리 필로소피 (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46길 59 1층)

전시 날짜 - 2022.07.30 ~2022.08.26 (수-목, 12-5pm)

갤러리 인스타그램 - @galleryphilosop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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