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ROOM Project | 2022.06.22 - 12.18
새벽노을 같은 하늘색과 분홍색 벽면으로 둘러싸인 이 전시 공간에는 마치 수많은 문과 창문 그리고 선반 같은 것들이 걸려있어 더욱 비현실적인 공간처럼 보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문처럼 생긴 작품들은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미지의 공간이 나올 것만 같아 벽을 가득 채운 몽환적인 분위기에 비현실감을 더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문'일 겁니다. 공간을 넘어갈 때 사용하는 문들은 그 너머에 한정된 공간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더 넓은 공간으로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잠기기도 하는 문은 공간 속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을 보관하거나 가두기도 합니다. <시간들의 서랍>이 진행되는 아담한 전시장에 수많은 문들은 전시장의 안에서 밖을 나눔과 동시에 작가의 작품에서도 안과 밖을 나누어 줍니다.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전시장의 안이자 동시에 작품의 안에 머물며 작가가 상상하는 밖의 세계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가장 눈길이 갔던 작품은 전시장에 실제로 기계실로 통하는 문을 가지고 제작한 작품 <문>이었습니다. 이 작품에 달려있는 모든 시계, 손잡이, 열쇠 구멍, 스위치는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 앞에 놓인 음료와 쿠키조차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문을 열고 싶고, 열쇠를 돌려 문 뒤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작가가 어떠한 작품세계를 펼쳐놓았을지 상상하게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상상 속에서 평범한 기계실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닫혀있는 상자 속에는 언제나, 열려있는 상자 속 보다 더 많은 것들이 있다. - 공간의 시학
전시 위치: 리움미슬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전시 날짜: 2022.06.22 - 12.18
관람 시간: 10:00 - 18:00(매주 월 정기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