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엄마가 나를 가졌을 때 나이가 된다. 스물일곱. 분명 어른이 돼있을 거라 확신했는데 아직 세상 무엇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다.
엄마는 돈 없다는 소리를 습관처럼 했다. 아주 어릴 때는 원하는 걸 사주지 않는 게 아쉬울 뿐이었는데, 조금 크고 나서는 엄마의 궁상스러운 말버릇이 참 듣기가 싫었다. 자식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얼마나 안 좋은 건지 아냐며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말로 철없는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엄마의 돈 없다는 소리는 말로 붙이는 부적이었다. 눈에 보이는 온갖 것에 욕심날 나이에 뭐든 두 자식 입에 먼저 넣어주기 바빴던 엄마는 마르고 앳된 모습의 사진으로 남아있다. 살림살이가 나아져도 입에 붙은 말은 좀처럼 떼지지 않는다. 그 말 뒤에는 언제든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함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더라도 아껴 살면 도로 좋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부적의 유효기간은 1년이라고 했던가. 20년도 더 된 부적이니 조만간 후련히 태워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