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를 노래함

한돌의 시

by 신윤수

딱 따악 따-아

관악산 학바위능선길 중간에 들리는 소리

주위를 살펴보니 5m쯤 높이에서 어떤 새가 뭔가 쪼고 있다


딱 따닥 따-아악

아! 딱따구리다 내가 산에서 처음 만나는


나무껍질 속에 벌레가 있을까

벌레 잡아먹으려고 일하는 거 아닐까

그런데 벌레는 얼마나 무서울까

점점 다가오는 죽음의 소리

커지는 긴장과 아드레날린, 카타르시스도 있을까

나무속 벌레는 이미 삶은 포기하고 해탈해 있을 거야

도망갈 방법이 없으니 도리가 없잖아

프랑스혁명의 길로틴에서 처형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오늘 갤러리가 참 많네’ 하며 스스로 위로할까

그래도 맑은 가을날

‘어떤 사람이 지켜보네’ 하다가

‘날 가엽게 여길까 아니면 그저 그럴까’ 하며


이리저리 생각하는데

딱따구리가 확 날아가 버렸다


내가 5분은 지켜보았는데

집념의 입방아질을 하다가 갑자기 멈춘 게 무어지

벌레 잡아먹기를 마친 걸까

내가 지켜보는 걸 알고 중도 포기한 걸까


산행하다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잡는 자와 잡히는 자, 삶과 죽음의 현장을 엿보게 된

산간(山間)의 침입자는


난처했다


20221022 1030


딱따구리.jpg

(딱따구리) 픽사베이에서

이전 10화나비의 꿈을 꾸다 (생의 찬미)